1945년, 일제 36년의 압제에서 우리는 해방되었습니다. 그러나 자유독립의 기쁨과 감격은 잠깐뿐이었고, 광복은 곧장 국토 분단, 민족상잔의 비극으로 이어졌습니다.

1994년, 뉴욕에서 미주한인교회 평화통일 희년 협의회라는 것이 조직되었고, 남가주 지역에도 그 지회가 구성되었습니다. 희년은 이스라엘 역사에 등장하는 노예해방의 해를 의미합니다. 50년마다 돌아오는 희년, 곧 기쁨의 해에는 모든 히브리인 노예를 해방시켜 자유를 주었습니다.

1995년, 우리 민족의 광복 50주년 즉 희년을 맞아 제2의 광복 제2의 해방을 성취해야 하겠다는 것이 희년 협의회 발족의 취지였습니다. 제2의 광복이란 말할 것도 없이 국토 분단의 사슬과, 민족 이산의 굴레에서 해방되어 민족의 평화통일을 성취하자는 의미였습니다. 통일 없는 광복은 사실 온전한 해방이 못 되었습니다. 불완전한 해방이요, 반쪽 자유였습니다. 그러므로 광복 50주년이 되는 희년에는 평화통일로 7천만 전체 한민족의 온전한 해방을 이루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1994년 8월 9일 주일에는 희년 협의회 참가 교회들이 같은 예배 순서를 가지고 조국 평화 통일 공동 기도 주일로 지키며, 희년기념사업을 위해 헌금도 하였습니다. 광복 50주년이 문자 그대로 우리 민족의 희년 곧 통일의 해, 참된 자유와 해방의 해가 되었다면 얼마나 좋았겠습니까? 그러나 희년을 넘기고 4반세기가 지난 오늘도 분단의 장벽은 철옹성 그대로입니다.

해방과 자유는 귀한 것입니다. 어떤 값을 치르고라도 쟁취해야 합니다. 자유를 유보당한 인간, 자유를 빼앗긴 인간은 그 존재의 의미와 가치를 결코 실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미합중국의 독립을 위해 앞장을 섰던 패트릭 헨리(Patrick Henry)는 “자유가 아니면 죽음을 달라.”고 외쳤던 것입니다.

사실 자유는 천부의 인권이라는 신념이 미합중국 건국정신의 기초입니다. 그리고 이 신념의 근원은 곧 기독교 신앙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자유로운 존재로 창조하셨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문제는 광복이 우리에게 참으로 온전한 자유를 가져다 주었느냐 하는 것입니다. 통일이 되면 과연 참된 자유가 우리의 것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타가 공인하는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삽니다. 그러나 때로 자유롭지 못함을 느낍니다. 제약과 속박을 경험합니다. 대도시의 밤길을 활보할 수 있는 자유를 빼앗긴 지 이미 오랩니다. 흑인지역에서 장사할 수 있는 자유는 심지어 폭동으로 침해를 당했습니다. 마약, 알코올, 섹스, 폭력에 자유를 빼앗긴 인간 군상들이 거리에 즐비합니다. 권력이 자유를 침범합니다. 돈이 자유를 침범합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일제나 삼팔선이라는 외적 속박에서 벗어나 해방이 되고 통일을 이루어도, 인간 영혼을 근본적으로 얽어맨 육체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이란 내적 속박을 풀어버리지 못하는 한, 우리는 진정한 해방과 자유를 누릴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 줍니다.

구약 성경 예레미야 34장을 보면, 유다 왕 시드기야가 희년을 맞아 히브리 노예의 해방을 선포합니다. 이것은 하나님 앞에서 세운 엄숙한 언약이었습니다. 유대인들은 그 언약에 따라 모든 노예를 일단 해방하였습니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그들은 풀어 주었던 노예들을 다시 끌어다가 복종케 하고 전과 다름없는 속박의 삶을 강요했습니다. 이 역사적 사실은 인간의 내적 해방이 온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한, 사회적인 제도나 법만으로 참된 해방과 자유가 실현될 수 없음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우리는 통일의 실현에 앞서 인간 영혼의 해방이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우리의 영혼, 우리의 인격이 모든 비진리의 속박, 죄의 속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는 통일이 되어도 우리는 여전히 노예의 삶을 살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자유케 하려고 자유를 주셨으니 그러므로 굳세게 서서 다시는 종의 멍에를 메지 말라.” 갈라디아서 5장 1절의 말씀입니다. 그야말로 이 말씀은 영혼의 독립 선언문입니다. 어떤 이는 갈라디아서를 기독교의 마그나카르타라고도 부릅니다. 성경은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했고, 그리스도는 “내가 곧 진리”라고 선언하셨습니다.

이것은 일제의 속박이나 삼팔선 사슬에서 해방되는 그런 독립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사람의 영혼을 속박하고 인간의 인격을 얽어매는 모든 비 진리와 죄에서 벗어나 하나님의 창조의 뜻에 들어맞게 자유를 누리는 인간이 되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 제삼의 해방을 이룰 때에만 우리의 광복은 진정한 광복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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