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사람들은 탈출하고 떠나감으로 하나님께 더욱 가까이 나간 사람들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에 응답하여 탈출을 감행, 믿음의 성숙에 도달하고 영적 해방을 실현하고 하늘나라 건설에 박차를 가한 인물들이었습니다.

곤충이 탈바꿈하는 모습은 신기합니다. 나뭇가지에 매달렸던 굼벵이의 등껍질이 터지며 맵시 있게 생긴 매미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굼벵이는 탈바꿈하기까지 5년 내지 8년의 긴 세월을 어두운 땅속에서 참고 기다린다고 합니다. 그런가 하면 굼벵이로부터 탈바꿈한 멋쟁이 매미의 삶은 불과 몇 주간으로 끝난다는 것입니다. 이 짧고 아쉬운 삶을 위해서 굼벵이는 꼴불견인 모습으로 어둡고 기나긴 땅속의 생을 견뎠을 뿐 아니라 껍질을 찢는 아픔의 탈바꿈까지 감수한 것입니다.

단 몇 주간에 불과한, 그러나 태양과 아침 이슬과 녹음의 바다와 무한한 자유와 끝없는 노래로 이어지는 그 빛나는 생을 위하여 그 사연 많고 기나긴 애벌레의 생애로부터 조금도 주저 없이 탈출하는 것입니다.

창세기의 동물인 뱀도 일생에 몇 차례인가 껍질을 벗으며 성장합니다. 뱀의 껍질 세포는 자랄 줄 모릅니다. 그래서 껍질을 벗어버려야 성장할 수 있습니다. 껍질을 벗은 뱀은 얼마동안 자유롭게 자라납니다. 그러나 껍질은 다시 굳어지고 뱀의 성장을 방해합니다. 뱀은 다시 껍질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으며 탈피의 발버둥을 쳐야 합니다.

우리는 창세기에서 인간 타락의 기사를 봅니다. 최초의 인간인 아담과 하와가 뱀의 유혹에 빠져 하나님을 반역하고 낙원에서 추방되었다는 것입니다. 이때 인간도 벗어버려야 할 껍질을 뒤집어쓰게 되었습니다. 무화과나무 잎사귀로 엮은 치마, 양의 털가죽으로 지은 외투는 타락한 인간을 하나님과 낙원으로부터 격리시키는, 인간이 궁극적으로 벗어버려야 할 껍질을 상징합니다.

그러므로 성경은 인간을 떠나가는 나그네로 그리고 있습니다. 하나님은 그의 백성이 고향인 하늘나라를 잊어버리고 세상에, 아니 낡은 삶의 구조 속에 안주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하나님은 아브라함을 불러 갈대아 우르에서 떠날 것을 명하셨습니다. 약속의 땅 가나안에서조차 안주와 정착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집트로 유랑의 길을 떠나야 했고, 그 후에도 끊임없이 떠나가는 나그네의 생을 면할 수 없었습니다.

야곱도 소년시절에 이미 가정을 탈출하여 하란을 향해 떠나갔고, 중년에는 다시 가나안으로 떠나갔으며, 말년에도 노구를 이끌고 이집트로의 나그네 길을 또 다시 떠나가야 했습니다.

모세는 자신을 낳아준 어머니의 품을 떠나야 했고, 이집트 왕궁의 부귀와 영화를 떠나야 했으며, 미디안 광야의 은둔 생활도 떠나야 했고, 마침내 이스라엘 민족 전체를 이끌고 이집트를 떠나는 대탈출의 역사에 앞장서야 했습니다.

나그네는 외롭습니다. 항상 떠나야 하는 그는 몹시 고단합니다. 미지의 여로에 대한 불안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그네는 가야 합니다. 뱀이 껍질을 벗지 않고는 자랄 수 없듯이 나그네는 떠나지 않고는 도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나그네입니다. 탈출 도상에 있는 그리스도인만이 인격과 신앙의 성숙을 체험할 수 있고 영혼의 해방(탈바꿈)을 맛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은 영원한 고향을 찾아가는 나그네입니다. 헤매기만 하고 갈 곳 없는 유랑자가 아니라, 정처 있는 순례자입니다. 그런고로 순례자는 한 곳에 머물지 않고 때가 되면 떠나가야 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야곱의 나그네 길에서 특별히 드라마틱한 영혼의 탈바꿈(해방) 현장을 목격합니다.

야곱이 하란에서 이룩한 가정과 재물과 사회적 지위 가운데 정착할 것을 거부하고 가나안을 향해 탈출했을 때, 공포와 불안에 떨며 지새던 얍복 강가에서 한밤중에 일어난 탈바꿈(해방) 사건입니다. 하나님과의 끈질긴 씨름 끝에 그는 야곱이라는 껍질을 벗고 언약의 백성의 족장 이스라엘로 역사 위에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향해 끊임없이 껍질을 벗고 탈출하라고 요청하십니다. 신앙의 탈바꿈, 영혼의 성숙을 부탁하십니다. 유리되었던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회복하자고 권고하십니다. 기독교는 탈출과 해방의 종교입니다. 그리스도인은 떠나가야 하는 정처 있는 나그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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