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시절, 3층 옥탑방도 있는 효창동 빨간 벽돌집에 살았지.

어느 한날, 2층 거실 마루의 널따란 유리문들을 통해서
하늘에서 움직이며 흘러가는 하얀 뭉게구름들을 보았지.
그때 난 처음 보았네. 두둥실 흘러가는 구름을. 참으로 신기했지.

 

구름도 계속 흘러가고 있는데...
사람은 죽으면 더 이상 생각하지 못하고
그 상태에서 정지하며 끝난다고들 하는지...
유(有)에서 무(無)라니 이해가 안 됐지.
이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멈춰버린다는 것이.

 

어느 여름날, 3층 옥상에서 친한 반 친구들과 함께 깔깔대며
여고(女高) 소녀(少女)시절의 순수한 낭만을 즐기며 뽐냈지.
숙은 그 당시 유행하던 노래 ‘이루어 질 수 없는 사랑’을
기타치고... 우리는 기타 선율에 맞추어 가수처럼 노래했지.

어느 날 석양 무렵, 효창운동장에서부터 내 방까지 들려오는
뜨거운 함성들. 확성기로 울려 퍼져오는 웅변가의 음성에
내 가슴은 뜨거워지며 꿍꽝꿍꽝 뛰기 시작했지.
빌리 그래함 목사의 복음(福音) 전도 집회였다고 했네.

많은 아름다운 기억(記憶)과 추억(追憶)이 있는 집.
사변(四邊) 집들의 풍경(風景)이 한눈에 다 보이는
3층 옥탑방이 있는 비탈언덕의 효창동 빨간 벽돌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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