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유난히 기승을 부렸던 무더위도 때가 되니 슬며시 물러나고, 아침 저녁으로 제법 선선한 기운이 돌아 옷깃을 추스리게 한다.  보이지 않는 축을 중심으로 자전하며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지구는, 태양과의 거리로 지역에 따라 그 계절이 정해지므로 어김없이 그 계절을 미리 가늠할 수 있다.

 

자연의 계절뿐만 아니라, 인생에도 계절이 있다고 본다.  우리들 대부분에게는 매사가 잘 풀려나가는 피크의 계절이 있는가 하면, 어둡고 깊은 골짜기를 헤매는 침체의 계절이 있고, 짙푸른 신록을 자랑하는 여름과 같이 왕성한 활동력과 역동성으로 싱싱한 푸르름을 뽐낼 때가 있는가 하면, 화려한 계절의 끝물처럼 시들어 초라해지는 계절을 맞기도 한다.  그런데 인생의 계절이 자연의 계절과 다른 것은 예측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자기의 삶은 자기가 결정한 대로 이루어진다고 믿고 있지만, 본인이 어쩔 수 없는 외부의 힘에 의해 대부분 좌우되는 것이 실상이다.

 

인생의 철로를 달리는 기차에는 과거의 칸, 현재의 칸, 그리고 미래의 칸이 있다.  어제는 이미 지나갔고, 내일은 아직 오지 않았기에 현재만이 자기자신의 것이며, 내일이 오면 오늘은 이미 과거가 되므로 결국 내 것인 현재를 충실히 사는 것만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그런데 우리가 내일을 미리 내다 볼 수 없음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지금은 축하하며 기뻐하던 일이 나중에 화근이 될 수 있고, 물론 그 반대의 경우도 많다. 내가 사는 동네에서도 길에서 구걸하는 사람들을 종종 보곤 한다. 그들 대부분이 사랑하는 가족들의 기다림과 기쁨의 웃음 소리 가운데 축복을 받으며 태어났을 텐데, 그처럼 어두운 골짜기를 헤메게 될 줄 전혀 예측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삶을 이어왔다는 애처러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이러한 상념 가운데 나는 과연 어떠한 족적을 남기며 인생의 수레바퀴를 굴리고 있는가 하는 질문을 자주 하게 된다.

 

인생의 황혼기에 접어 들면서, 죄성을 가지고 태어나 죄를 먹고 마시는 우리의 삶이 국가와 사회의 이념이라는 덫, 경제 문제라는 덫, 질병과 재난이라는 덫, 가족을 비롯한 인간관계라는 덫 때문에 거미줄에 걸려 탈출하려고 몸부림치는 곤충과 같다는 생각이 들곤 한다.  만일 궁극적인 인생의 목적과 종착지를 알지 못하면, 거미줄에 꽁꽁 묶인 곤충처럼 결국은 그 덫을 탈출하지 못하고 죽어갈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성경에서는 우리 인생을 “잠깐 보이다 없어지는 안개”로 비유하기도 하고, 우리의 일생이 창조주 하나님 앞에선 없는것 같다고 말하기도 한다.  또한 그림자  같이 다니며 헛된 일에 분요하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삶의 목적과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하는 믿음은, 그 삶이 비록 곤고하더라도 그 삶을 확실하게 지탱해 주는 궁극적인 힘이요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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