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이르시되 우리의 형상을 따라 우리의 모양대로 우리가 사람을 만들고 그들로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가축과 온 땅과 땅에 기는 모든 것들을 다스리게 하자 하시고 하나님이 자기 형상 곧 하나님의 형상대로 사람을 창조하시되 남자와 여자를 창조하시고 하나님이 그들에게 복을 주시며 하나님이 그들에게 이르시되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라 땅을 정복하라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에 움직이는 모든 생물을 다스시라 하시니라”(창 1:26-28).

“태초에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시니라.” 라는 창세기 1:1의 선언은 추상적인 진술이 아니라, 그분이 하신 일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시공간 속에서 하신 일을 통해 당신 자신을 계시하셨습니다.

성경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를 기록하고 해석한 책입니다. 성경은 하나님께서 우주를 창조하신 유일한 주권자라는 선언으로 시작합니다. 그런 다음 3-25절 말씀을 통해 하나님께서 식물과 동물을 비롯하여 이 세상을 어떻게 지으셨는가를 자세히 설명하며, 지으신 모든 것이 좋았다고 강조합니다. 마지막으로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형상을 따라 사람을 지으시고, 그들에게 생육하고 번성하고 땅에 충만하고 모든 것을 다스리라고 명령하심으로 창조의 절정을 이루십니다.

여기서 하나님께서는 인간의 본성과 창조 목적에 관해 중요한 진술을 하십니다. 다른 생명체들이 “각기 종류대로” 지음 받았다는 것은 각기 다른 본성에 따라 생겨났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인간 창조는 다릅니다. 사람은 또 다른 종류의 생명체로 지음 받은 것이 아니라 하나님 자신의 형상대로 만들어졌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는 것은 비교 대상이 특별하며 독특한 명령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신학자 안토니 후크마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배권을 행사할 때 인간은 하나님과 다를 바 없다. 하나님이 탁월하면서도 궁극적으로 세상을 통치하시기 때문이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것은 하나님과 관련된 어떤 소명을 다하기 위해서라는 말입니다. 따라서 인간에 관한 가장 중요한 사실은 인간이 하나님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는 것입니다. 성경이 말하는 바입니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다는 것은 그분을 닮은 존재로서 그분과 관계를 맺는다는 뜻입니다. 창세기 5:3과 비교해 보면 명확해집니다. “아담이 백삼십 세에 자기의 모양 곧 자기의 형상과 같은 아들을 낳아 이름을 셋이라 하였고” 여기서 형상이 된다는 것은 부자 관계를 묘사합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을 소유하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이 그분의 형상입니다. 형상이라는 말은 우리가 어떤 존재가 되도록 지음 받았는지를 드러냅니다. “하나님의 형상”은 일차적으로 기능적인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인간에게 직접 명령을 내리시며 그 명령에 따라 아담이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준 것처럼 세상을 다스리시는 것입니다. 인간이 하나님을 대리하기 때문에, 인간이 하는 일은 곧 하나님 자신이 하시는 일이라는 의미입니다. 하나님의 지혜와 통치를 대리하는 아담과 하와는 창조 세계를 직접 다스리며 하나님의 주권적 통치를 선포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아담과 하와가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다는 사실은 이후에 성경이 말하는 하나님 나라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하나님 나라는 택함 받은 백성의 주인 되시는 하나님의 지배와 다스림입니다. 이를 통해 만물의 유일한 창조자, 유지자, 공급자, 통치자로서의 영광이 드러나는 것입니다.

왕이신 하나님은 인간을 다스리시며,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도록 지음 받은 인간은 창조 세계를 다스립니다. 따라서 창조 세계 자체는 인간과 더불어 하나님께서 ‘왕의 왕’, ‘주의 주’ 다시 말해 만물을 다스리시는 분(신10:27, 딤전6:15)으로서 자신의 영광을 드러내시는 통로가 됩니다. 그렇게 창조 세계는 하나님의 왕 되심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이 언급되는 곳이 한 곳 더 있습니다. 창세기 9:6입니다. “무릇 사람의 피를 흘리면 사람이 그 피를 흘릴 것이니 이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었음이니라.” 살인에 대한 형벌이 사형이라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하나님이 자기 형상대로 사람을 지으셨기 때문입니다. 살인을 금하는 이유는 피조물인 인간이 모든 것을 하나님께 의존한다는 사실에 기인합니다. 우리에게 생명을 주시고 그 생명을 지속시키는 하나님만이 생명을 취할 권리를 갖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사람의 목숨을 빼앗는 일은 창조 세계를 다스리시는 하나님의 권세를 빼앗는 것과 같습니다.

한편 우리는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그분의 주권을 세상에 드러내도록 지음 받았습니다. 따라서 인간은 창세기 9:6에서 말하는 대로 살인 행위에 대해 사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메리디스 클라인은 창세기 9:6의 핵심을 이렇게 요약합니다. “하나님의 형상인 인간은 왕가의 아들로서 왕의 직임에 속하는 재판 기능을 수행하게 된다.”

인간 사회와 역사를 보면 인간이 비록 하나님께 거역하고 타락한 존재가 되었지만 세상을 다스리고 통치하는 역할이 상실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은 세상을 다스리고 있습니다. 문제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이기심과 욕망에 의해 세상을 다스리고 있기 때문에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좋았던 창조 세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을 대신해 세상을 다스리도록 지음 받은 인간이 스스로 모든 것을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일어나는 비극들을 우리는 보고 있습니다.

창조주 하나님은 주권자로서 스스로 부족함이 없으시며, 우리에게 모든 것을 공급해 주십니다. 그분은 당신의 뜻대로 최상의 통치를 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지으신 인간은 어느 것 하나 그분에게 의존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따라서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은 피조물인 인간이 마땅히 있어야 할 곳은 하나님과 세상 그 중간입니다. 인간이 비록 창조의 절정이긴 하지만 여전히 하나님께 종속되어 있습니다. 창조 세계에는 하나의 위계질서가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피조물인 인간을 통해 세상을 다스리시는 한편, 인간은 하나님의 대리자로서 세상을 다스립니다. 남자와 여자가 하나님의 형상을 따라 창조되었다는 말은 그들의 역할이 인간을 지으신 하나님의 역할과 관계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프랑스의 학자 장 다니엘루는 창세기의 처음 몇 장이 우리에게 이런 가르침을 준다고 말합니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대로 지음 받았다고 가르치는 창세기를 통해 우리는 인간의 본성을 알 수 있다. 그것은 곧 인간이 여러 신화에서 부추긴 것처럼 신적인 존재로 창조된 것도, 진화론자들이 말하는 자연의 산물도 아니라는 사실이다. 하지만 인간은 자연을 초월하며, 그와 동시에 하나님은 인간을 초월하신다.”

인간만이 하나님의 형상으로 존재합니다. 오직 인간만이 이 세계와 다른 피조물을 다스리도록 지음 받았기 때문입니다. 비록 인식하지 못하지만 인간에게는 생육하고 번성하여 땅에 충만하고 땅의 모든 생물을 다스리라는 하나님의 명령이 각인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그런 목적을 가지고 지음 받은 존재입니다.

우리가 책임 있는 통치자로서 세상을 다스리면 하나님께서 세상을 통치하시는 실재와 본질이 어떤 것인지를 세상에 드러내게 됩니다. 그것이 하나님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산다는 말은 하나님을 대신해 그분의 명령에 따라 세상을 다스린다는 뜻입니다. 우리가 이같이 주권을 행사할 때, 이 세상은 하나님의 주권과 능력이 지닌 영광으로 충만해지는 것입니다. 나라가 임하는 것입니다. 뜻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는 왜 존재하는가? 성경이 말하는 유일한 대답은 하나님의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뜻에 따라 이 땅에 하나님 나라를 건설하는 것입니다. 이미 이기심에 물들고,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존재라는 착각에 빠진 인간들에게 이것은 대단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해답입니다.

성경은 말합니다. “형제들아 너희는 선을 행하다가 낙심치 말라”(살후 3:13). 그리스도인들은 선을 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말하는 선은 세상 사람들이 생각하는 착한 일이 아닙니다. 성경에서 말하는 선은 하나님의 뜻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가 되어야 합니다. 그리고 낙심하지 말아야 합니다. 모든 것을 우리 손에 두시고 그것들을 돌보고 양육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개발하라는 하나님의 명령에 민감해야 합니다. 그것이 우리를 만드신 하나님의 의도입니다.

우리는 왜 존재합니까? 오직 자신만을 생각하고픈 욕망이 아무리 강해도 진리는 오직 하나,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우리를 통해 그분의 영광이 드러납니다.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진 것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집니다.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건설됩니다. 그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유일한 피조물로서의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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