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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가지에 열매가 달리듯
주인돈 신부  |  성공회 한마음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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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9.11.23  00: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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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높이가 일정하게 같을 수 있을까? 어떻게 낮은 높이에서도 포도가 열리는가?“

나파밸리로 들어가면서 받은 첫 번째 인상은 포도밭에 있는 포도나무들이 일정한 비율로 낮게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어디를 가나 사람 키 높이 정도의 포도나무들이 옆으로 줄지어 자라고 있고, 포도 열매가 달리는 부분은 몽뚱그려져 있었다.

어린 시절 동네에서 본 포도나무들은 사람 키보다 높은 나무 지지대로 엮은 지붕으로 만든 그늘 밑에서 자랐다. 그런데 나파밸리에서 만난 포도나무들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가장 놀라웠던 것은 2년 된 새 가지에 포도가 가장 많이 열린다는 사실이었다.

해마다 포도나무 가지를 전정(가지치기)해 주는데, 1년 된 가지를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베어 버린다는 것이었다. 1년 된 가지에 눈 두 개 정도만 남기고, 나머지 줄기들을 다 잘라 준다는 것이었다.

포도나무의 기둥은 세월 따라 굵어지고 새 가지가 자라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는데, 보통 2년 된 새 가지에 열매가 열린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우리 집 옆에는 배나무가 있다. 아마 4층 빌딩 높이일 것이다. 집 바로 뒤에는 자두나무가 있다. "올해는 얼마나 열렸는가? 잘 익었는가?" 살펴보면서 열매를 따먹지만 맛은 별로이다. 그래도 해거리를 하면서 배와 자두를 가끔 따먹기도 한다.

문제는 가지치기에 있었다. 사과나무, 배나무, 감나무 등 과일나무들은 가지치기를 해주어야 하고, 새 가지에서 열매를 맺는다는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과일은 1-2년 된 새 가지에 열리며, 3년 이상 된 가지에는 과일이 거의 열리지 않는다고 한다. 지난 10년 동안 가지치기를 제대로 해준 적 없이 과일이 열리기를 바랐으니 지나친 욕심과 무지와 게으름이 낳은 결과였다.

재미있는 사실은 인간관계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최근에 만나고 교류하는 사람들을 통해 삶에 새로운 열매가 맺는다. 연구 결과에 의하면, 새로운 정보 습득, 사업상 거래, 삶의 확장, 삶의 열정 등은 새로운 교류와 만남을 통해서 가능하다고 한다.

물론 오래된 만남과 교류를 통해서도 삶의 안정과 지지를 얻는다. 하지만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새로운 삶의 시작을 도전받고, 삶의 열정을 경험하게 되며, 새로운 만남을 통한 결실도 맺게 된다.

3년 전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겠다는 결단을 하였다. 만나고 싶은데 자주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 영향력 있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그래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에게 제안을 하고 만든 것이 목회자 독서모임이었다. 명칭은 나비떼 독서모임이다.

12명 정도의 목회자들에게 제안을 하였고, 6명이 응답을 했다. 6명이 함께 만나 독서하면서 자주, 더 깊이 교제하게 되었다. 책을 통한 만남이지만 그 새로운 만남을 통하여 독서의 지평과 삶의 지경이 확장되고 삶에 활력이 되는 것을 경험한다.

그 중 한 분은 고전 음악의 애호가이시다. 음향기기, 음악의 역사, 음악에 대한 그분의 넓고 깊은 지식에 자극 받고, 그분에게 여러 가지 도움을 받으면서 삶이 풍요로워진다. 그분이 음반을 주셔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장르의 음악을 듣기도 한다.

독심(讀心)으로 만나고, 밥심(食心)으로 활력을 얻으면서 삶은 더욱 아름다워진다(美心). 새로운 사람을 만나야 한다. 인간관계의 지평을 넓혀야 한다. 늘 만나던 사람만 만나면 고착 상태에 빠질 수 있다.

교회도 마찬가지이다. 교회에 새 신자가 와야 한다. 새 신자들은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어 가고 새로운 영향력을 발휘한다. 새로운 만남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얻고 삶의 지평을 넓히며 새로운 열매를 맺는다. 지난 달 나비떼 독서 모임에 젊은분들이 새로 오셨다.

새로운 만남으로 빚어지는 경이와 신비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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