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대 거짓말이 있다고 한다. 처녀들이 시집가지 않겠다, 장사하는 이들이 밑지고 판다, 그리고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말이란다. 가정심방 때 빨리 죽었으면 좋겠다는 성도들을 가끔 만난다. 대체로 노인층 신자들이다. 그런데 그걸 진짜로 알고 빨리, 어서, 지금 당장 죽게 해달라고 간곡하게 축복기도하는 목사가 있을까. 그랬다가는 목회 당장 접어야 한다.

청년 시절이었다. 한국에서 명성도 있고 인품도 좋으신 목사님께서 개척하신 교회에 출석한 일이 있다. 서울 종로통에 사무실을 얻어 20명 정도가 예배를 드렸다. 그런데 그 목사님께서 갑자기 심각한 질병으로 입원하시게 되었다.

“이 집사님, 다른 게 아니고, 내일 주일예배 맡아 인도해 주시오. 물론 설교도 하시고. 제가 내일도 병원에 있어야 한다네요.”

그런 전화를 받았다. 중병일 수도 있는 징후여서 입원하신 채로 정밀검사를 해야 한다는 말씀이었다. 낙심천만한 음성이었다. ‘하나님이 날 무척 사랑하시나 봐. 빨리 오라고 하셔.’ 목사님이면 그 정도 믿음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어떻든 그렇게 해서 청년 집사 시절에 주일예배 설교를 했다. “삭개오야, 내려오너라”라는 제목이었다. 담임목사님을 위해 온 교우들이 통성으로 간절히 기도한 뒤에 말씀을 풀었다. 교회학교 교사일 때에 했던 설교라서 그런대로 은혜롭게 마쳤다.

담임목사님은 다행히 어려운 질병은 아니라는 판정이 났다. 그리고 며칠 더 입원치료 뒤에 퇴원하셨다. 담임목사님의 그 다음 주일 설교 제목은 “죽지 않고 살아서”였다.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의 행사를 선포하리로다. 여호와께서 나를 심히 경책하셨어도 죽음에는 붙이지 아니하셨도다. 내게 의의 문을 열지어다. 내가 들어가서 여호와께 감사하리로다”(시 118:17-19)가 본문이었다.

간증설교를 하셨다. 자신은 지금까지 한국교회의 ‘대표적 지성인 목사’로 평가받는 것이 큰 즐거움이었다. 육이오 전쟁통에도 항상 영어책과 철학책을 손에서 놓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가족을 희생시켜가며 미국 유학도 다녀왔다. 신학대학에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쳤다. 실력 있는 교수로 인정받는 것이 그토록 즐거웠다. 그리고 교회도 큰 교회보다는 지성인 신자들이 모인 ‘주목받는 목회’를 하고 싶었다.

그런데 갑자기 죽음과 맞닥뜨리게 되었다. 1차 진단으로 암일 수도 있단다. 그때에는 치료 불가능이었다. 눈앞이 캄캄해졌다.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병원 침대에 누워 한밤중에 엉엉 울었다. 그때에 “내가 죽지 않고 살아서 여호와의 행사를 선포하리로다”라는 말씀이 뇌수에서부터 심장 한복판으로 흘러내렸다. 그리고 예수님의 음성이 뇌성처럼 들려 왔다. “네 나이가 몇이냐?” “네, 이제 막 50세를 넘겼습니다.” “아니다. 네 나이는 30세쯤 되었느니라.”(눅 3:23)

예수 제대로 믿는 사람은 모두 나이가 30세쯤이라는 뜻이다. 예수님께서 그 생명 속에 살아 계시기 때문이다. 그 목사님은 큰 목회, 모범 목회를 하시고 30여 년을 더 사시다가 ‘의의 문으로 들어가셨다.’

(대표 저서 : 『목회자의 최고표준 예수 그리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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