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환자들이 내원하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겨울이면 몸이 늘어지고, 축 처져서 누워 있다가 잠드는 경우가 많다. 움직이기가 귀찮고 추워서 운동할 수 없기에 몸 컨디션이 안 좋은 날이 많다.” 따뜻한 지역을 제외하곤, 겨울이 시작되는 11월부터 3월까지 움직이는 양과 운동량이 여름에 비해 많이 줄어드는 것을 사실이다.

그러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퇴행성 변화 중 하나인 노인성 근감소증을 겪게 된다. 노인이 되면 심신이 전반적으로 약해지고, 근육이나 근력은 물론 시력, 청력, 기억력을 비롯해 심폐계 등 신체 거의 모든 부분에서 퇴화 현상이 나타난다.

장수 의학의 최근 화두는 근육

만성질환 연구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장수 의학’의 최근 화두는 근육이다. 몸무게나 체형이 비슷한 사람들일지라도, 체내의 근육량이 얼마인가에 따라 각자의 신체 건강 지표는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근육이 화두가 된 이유는 현대 의학에서 새로운 개념의 노인성 질병으로 주목받고 있는 근감소증 때문이다. 나이 들수록 뼈에 구멍이 숭숭 뚫려서 골격이 부실해지는 골다공증과 유사한 현상이 근육에도 발생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25년 전 골다공증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했을 때, 대다수 의사들은 골다공증을 질병으로 인식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금은 진단에 따라 치료제를 투여하는 질병이 됐듯이, 근감소증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질병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일상생활에서 근육량이 감소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신호는 다음과 같다.

1) 걸음 속도가 줄어든다.
2) 앉았다가 일어나는 시간이 길어진다.
3) 손으로 쥐는 악력이 떨어진다.
4) 조금만 오래 서 있어도 피로감을 쉽게 느낀다.
5) 오래 서 있으면 발바닥, 뒤꿈치, 종아리가 피곤하고 아프다.
6) 체중 변화 없이 허리둘레가 늘어난다.
7) 하체에 있는 엉덩이와 허벅지 근육에 살이 점차 빠진다.
8)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고, 의자와 침대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진다.

50대부터 근육량 눈에 띄게 줄어

50세가 넘으면 근육량은 매년 1%씩 줄어든다. 실제로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의 근육량은 50대부터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한다. 그러므로 얼마나 꾸준하게 근육량을 늘리고 유지하느냐에 따라, 노년기의 삶의 질과 건강 상태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근감소증은 만성질환의 원인

근감소증은 만성질환의 원인이 된다. 크고 작은 증상들이 근감소증에 의해 발생하기 때문이다. 우선 근감소증이 심화되면 넘어지는 횟수가 늘고, 신체 기능 장애의 발생 위험이 커지며, 입원율이 증가한다. 호르몬의 변화와 신체 활동 감소, 만성 염증의 지속으로 근육이 더 빨리 약해지면서 그 자리를 지방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근육 내에 지방이 쌓이면 염증 유발 물질인 ‘사이토카인(Cytokine)’이 분비되면서,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의 효율을 떨어뜨려 당뇨병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렇듯 근육량이 만성질환과 연관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한다.

겨울철에도 각자 좋아하는 운동을 계속하고, 실내에서도 걷기 운동 및 맨손체조 등을 규칙적으로 실행하여 건강한 삶을 영위하길 바란다.

* 강태경(PT, DPT) 필자는 네이퍼빌과 나일스에서 APR 물리치료 클리닉을 운영하며, 매체를 통해 건강 운동법을 소개하고, 한인 파킨슨 모임에서 운동법을 가르친다. 문의 전화는 1-847-868-9068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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