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음악의 실제적인 사항들을 이야기하려고 합니다. 잡지나 신문에서 잘 다루지 않는데,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입니다.

동양음악과 서양음악

역사적으로 서양음악의 기초가 되는 그레고리오 성가(Gregorian Chant)와 국악의 창을 예로 들어 여러분의 이해를 돕고자 합니다. 깊게 들어가면 한도 끝도없고 지면의 한계가 있으니 간추려서 전체를 서술해 보겠습니다.

서양음악(Western Music)의 특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간단히 요약하면 “위로 올라가는것” 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문자 그대로 서양음악은 위로 올라가는 것만 있지 내려가는 것이 없습니다. 서양음악의 기초는 기독교 음악입니다. 즉 ‘창조의 원리’ 가 바탕에 깔려 있습니다. 네 발로 움직이는 모든 동물들의 머리는 땅을 향하고 있지만,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인간은 머리가 하늘로 향해 있다는 것에 기초를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노래를 부를 때 윗쪽으로 띄우는 발성을 해야 하고 공명 역시 이마쪽에서 울려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서양음악에는 낮은 음도 축 처지게 부르면 안 되고 띄워서(Lifting) 불러야 한다는 원칙이 있습니다.

서양음악과 달리 동양음악에선, 한(恨)을 담아,“하-아” 하면서 그 한을 땅바닥에 떨어뜨리듯 소리를 냅니다. 창을 배우는 과정에서 득음을 하려면 한을 소리에 담아야 한다고 합니다. 울분이나 슬픔으로 응어리진 마음을 소리로 풀어내는 연습을 해야 득음에 이른다고 합니다.

우리 민족의 역사는 외세의 침략과 전쟁으로 점철되어 있습니다. 사실 우리 민족은 다른 나라를 침략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전쟁에 부대끼고, 권력에 소외되고 경제적으로 가난한 하층민들에게는 한이 많았습니다. 특히 과거의 여성들에게 한은 보편적인 정서였습니다. 창에는 그러한 여인들의 한이 많이 담겨 있습니다. 이렇듯  동양음악과 서양음악의 특징은 매우 다릅니다.

예배 중에 부르는 회중찬송을 비롯해, 성가합창곡, 복음성가, CCM, 유행가, K-pop, 영화음악, 가곡, 광고 음악 등 어느 것 하나 서양음악 아닌 것이 없습니다. 국악을 전공한 사람들을 제외하고, 우리들 대부분은 서양음악에 젖어 있습니다. 수준 높은 교양음악 하면 자연스레 서양음악을 떠올리는 게 우리의 현실입니다.

이는 표현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음을 표현하지면 음계(Scale)의 포맷이 있어야 합니다. 모든 음악 작품은 스케일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음계의 구성 없이 멜로디와 화음의 구성은 불가능합니다.

서양음악의 음계는 ‘도레미파솔라시도’인데 처음의 도와 끝의 도는 이름만 같을 뿐, 진동수가 달라서 다른 노트로 계산됩니다. 검은 건반 5개까지 합쳐 13개의 음으로 작품을 만든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악기들은 두 옥타브부터 세 옥타브까지의 음역을 쓰기 때문에 음계의 범위가 넓다고 하겠습니다.

반면 동양음악은 Pentatonic Scale, 즉 5음계(궁상각치우)로 구성됩니다.

서양음악은 음역이 넓어서 표현력 또한 방대하여 다각적 표현이 가능한 반면, 동양음악은 스케일 폭이 서양음악에 비해 좁기에 표현에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동양음악을 폄하하는 것은 결코 아닙니다. 스케일상 서양음악이 위아래로 음계들을 더 넓게 펼쳐 인간의 감정 표현을 좀 더 다채롭게 할 수 있다는 말입니다. 동양음악 역시 그 나름의 표현력과 리듬의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흥겨운 중중모리, 휘모리, 자진모리 등 여러가지 형태의 리듬들을 섞기 때문에 나름대로 독창적인 표현력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특기할 사항으로, 기독교 음악은 서양음악사의 변천을 따라 같이 흘러 왔습니다. 성가곡은 역사적으로 그레고리오 성가로 시작해, 중세기 음악, 르네상스 음악, 바로크 음악, 고전 음악, 낭만파 음악, 후기 낭만파 음악, 근대 음악, 현대 음악과 같이 흘러 왔습니다.

교회 성가대나 합창단의 발표회에선 위에 언급한 모든 시대의 음악 작품들을 연주합니다. 요즈음에는 모든 시대의 특색 있는 곡들을 모은 다양한 성가곡집들이 출판되어 예배음악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음악의 아버지 바하는 서양음악 전반에 깊은 영향을 끼쳤는데,  태양계의 행성 탐사를 위해 우주로 보낸 보이저 1, 2호 탐사선 안에는 바하 음악이 3곡이나 녹음된 LP 레코드가 있다고 합니다. 바흐의 음악이 수학적이기 때문에 바흐의 작품을 외계인이 듣는다면 음악을 이해하기 용이하게 해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다고 합니다. 현대음악이 새로운 시도와 법칙들로 난해해지자 많은 음악 연구가들이“바하로 돌아가자”고 외치고 있습니다.

슈베르트(그림 출처 - 위키피디아)

음악 만드는 사람(Composer)과재현하는 사람(Performer)

예술 분야 중 특히 음악, 미술, 문학은 다른 분야에 비해 생활이 보장되어 있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중세부터 오늘날까지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학문을 사회적으로 뒷받침해 주는 기관이나 직업적 특혜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예술 방면에서 성공하고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사람들이 있지만 그들은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음악 분야에서 돈을 벌기 위해 혹은 일확천금을 꿈꾸며 음악을 전공하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을 것입니다.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나오는 음악 사랑과 사명감 때문에 음악을 하는 것입니다.

옛날 대작곡가들 중에는 가난과 싸우면서 활동한 작곡가들이 많습니다. 물질적으로 풍요로우면 창작 활동의 혼이 결여되기 쉽다고들 말하는데, 굳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꼭 맞는 말도 아닙니다. 환경이 어떠하든지 작곡자의 정신과 인품이 드러나고 노력과 고뇌가 담긴 작품들은 후대까지 ‘불후의 명곡’으로 남게 마련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음악가들 중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을 꼽는다면 슈베르트를 뺴놓을 수 없습니다.  일생을 통해 슈베르트는  친구의 도움 없이 생활할 수 없었고, 출판사에 작품을 의뢰하면 늘상 퇴짜를 맞았다고 합니다. 작곡가가 작품을 세상에 내놓지 못하고 저작료를 받지 못하니 돈이 없는 건 당연했습니다. 지극히 내성적인 성격도 생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습니다. 그러나 음악사에서 슈베르트는 대가 중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여리고 따뜻한 성품이 반영된 그의 음악은 인류의 귀중한  문화유산임에 틀림 없습니다.

가장 부유한 사람으로는 멘델스존을 꼽을 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큰 은행의 은행장이었으며 평생 돈 걱정을 해본 적이 없습니다. 풍요로움은 그의 음악에도 반영되어, 기쁨과 정열과 행복 넘치는 곡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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