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의 은혜로 몇 해 전 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가정이 있는데다 직장까지 다녀야 해서 평일 저녁이나 주말에 있는 수업을 듣고, 공부하고, 시험치는 생활을 몇 년 반복했는데 다음 달에 졸업한다. 그동안 시간이 어떻게 흘러갔는지도 모르겠다.
공부하는 동안 가슴 깊이 깨달은 게 있다면 하나님께선 주일성수 하는 자를 결코 손해 보지 않게 하신다는 것이다. 아니 크게 복 주신다. 학교에서는 매주 1~2개의 과제물이 나오는데 어지간히 공부해서는 답을 쓸 수 없는 것들이다. 해당 주제를 충분히 이해해야 하는 것은 물론, 관련 내용을 리서치하여 나만의 생각을 레터지 2장 분량의 에세이, 그것도 영어로 써야 해서 여간 부담되는 게 아니다.

숙제 마감은 늘 주일 자정이다. 주중에는 회사일과 다른 업무를 처리해야 하므로 주일 밤에 숙제를 하곤 했다. 저녁을 먹고 책상에 앉으면 졸음이 쏟아져 제대로 된 숙제를 할 리 만무했다. 몸은 피곤할 대로 피곤하고, 숙제도 제대로 못하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당연히 성적도 신통치 않았다.

그런 과정을 되풀이하다가 이건 아니다 싶었다. 숙제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주일에 공부한다는 것 때문에 마음이 영 편치 않았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결단을 내리고 주일에는 일절 공부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부족한 부분이 있더라도 토요일에 학과 공부와 숙제를 마치고, 주일에는 영적 생활에 더욱 집중하기로 했다. 예배와 교회 모임에 충실하고, 거룩한 사람들과의 교제에 더 많은 시간을 보내기로 하고 실행에 들어갔다.

그랬더니 놀라운 변화가 일어났다. 주일 오후만 되면 불안해하거나 쫓기는 것 같은 기분이 사라졌고 생활에 여유가 생겼다. 교회 지체들과 시간을 보낼 때도 쫓기지 않게 됐고, 주일 저녁에는 가정 예배도 드릴 수 있었다. 또 하루를 온전히 쉬니 일주일의 삶에 사이클이 생겼고, 시간을 내가 관리하고 조절하고 있다는 기분도 들었다. 성적이 오른 것은 물론이다.

너무 뻔한 결론인가? 그렇다. 하나님은 결론이 뻔한 분이시다. 당신의 명령을 분부대로 준행하고, 약속을 믿고 의지하는 자녀들에게는 약속한 복을 허락해 주신다. 그럼에도 그분의 약속을 믿지 못해 지키지 않는 경우는 없는가?

성경 출애굽기에 보면 이스라엘 백성이 광야에서 만나를 먹는 얘기가 나온다. 만나는 매일 아침 이슬처럼 내렸지만, 안식일은 아니었다. 하나님께서 다른 날에는 하루 먹을 분량만 거두라고 하셨으나, 안식일 하루 전날에는 이틀치를 거두게 하셨다. 다른 날 이틀치를 거두면 썩어 없어졌으나, 안식일을 대비해 더 거둘 때에는 그렇지 않았다. 하나님께서는 그만큼 안식일을 특별하게 여기셨고, 당신의 백성이 안식일을 철저하게 지키길 원하셨다.

“여섯째 날에는 각 사람이 갑절의 식물 곧 하나에 두 오멜씩 거둔지라 회중의 모든 지도자가 와서 모세에게 알리매 모세가 그들에게 이르되 여호와께서 이같이 말씀하셨느니라 내일은 휴일이니 여호와께 거룩한 안식일이라 너희가 구울 것은 굽고 삶을 것은 삶고 그 나머지는 다 너희를 위하여 아침까지 간수하라 그들이 모세의 명령대로 아침까지 간수하였으나 냄새도 나지 아니하고 벌레도 생기지 아니한지라 모세가 이르되 오늘은 그것을 먹으라 오늘은 여호와의 안식일인즉 오늘은 너희가 들에서 그것을 얻지 못하리라 엿새 동안은 너희가 그것을 거두되 일곱째 날은 안식일인즉 그 날에는 없으리라 하였으나 일곱째 날에 백성 중 어떤 사람들이 거두러 나갔다가 얻지 못하니라”(출 16:22-27).

혹시 생활이 너무 분주한가? 하나님을 잊고 살 정도로 삶에 쫓기는 것은 아닌가? 그렇다면 새해부터 주일에는 잠시 일을 내려놓고 시간의 창조자이시고 시간의 주인이신 하나님을 기억해 보자. 하늘에서 내려오는, 말로 설명할 수 없는 평안이 마음 가득하고 더 많은 열매를 거두는 것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기억하라!이스라엘 백성이 안식일을 지킨 것이 아니라 안식일이 이스라엘 백성을 지켰다는 사실을!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