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 브랜드·필립 얀시 지음 / 비아토르 펴냄(2019)

 

이 책에는 한센병 환자를 위해 평생을 바친 폴 브랜드 박사의 인생이 오롯이 담겨 있다. 기독교 작가 필립 얀시는 ‘고통’이라는 주제를 폴 브랜드 박사의 일대기 속에서 다루었다. 고통의 목적, 고통의 원인, 고통에 대처하는 방법, 고통을 견디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 무엇인지, 그리고 고통 속에서 보람 있게 살아가는 길은 무엇인지를 알려 준다.

이 책은 필립 얀시가 브랜드 박사와 함께 쓴 세 권의 책 중 마지막 책이다. 필립 얀시는 자신의 영적 스승 중 한 명으로 폴 브랜드 박사를 꼽았다. 의학계 노벨상으로 불리는 ‘앨버트 래스커 의학상’을 받은 브랜드 박사를 인터뷰하면서 인연을 맺었고, 2003년 7월 브랜드 박사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계속 교류하며,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선물』(1993), 『나를 지으신 하나님의 놀라운 손길』(1980), 『그분의 형상을 따라』(1983)를 함께 집필했다. 세 권 모두 ECPA(미국복음주의기독교출판협회) 골드메달리언상을 받았다.

필립 얀시는 폴 브랜드 박사가 삶을 회고하는 형식으로 고통이라는 주제를 다룬다. 브랜드 박사가 회고록의 형태를 빌린 이유는 ‘고통을 체계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경험을 통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선교사였던 부모와 함께 인도 산골에서 뛰놀던 유년 시절부터 전쟁통에 영국에서 수련의 과정을 밟고 인도 산골로 돌아오기까지, 인도 환자들을 진료하는 평범한 영국인 의사에서 한센병 권위자로 거듭나기까지, 의료 활동에 헌신하면서 겪은 다양한 사건과 사람들, 그 속에서 얻은 빛나는 통찰과 감동적인 이야기가 쉴 새 없이 펼쳐진다. 한편 고통에 대처하는 법에 관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언 또한 잊지 않는다.

비아토르 출판사는 1993년에 출간된 책을 2019년에 재출간하는 이유에 대해, 고통을 ‘원수’ 대하듯 하고, 쾌락을 복제해서라도 고통을 피하려는 분위기, 수술과 같은 최후 방법에 의존해 통증을 제거하려는 태도가 일반화되고 있는 사회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브랜드 박사는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자신이 겪은 삶과 일과 동료들과 환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통’을 ‘선물’로 여기게 된 과정을 설명한다. 브랜드 박사는 고통을 대하는 태도가 고통을 경험하는 방식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두려움과 분노, 죄책감과 무력감, 외로움은 고통을 악화시키지만, 감사와 경청, 생산적 활동과 자제력, 공동체는 건강을 지키고 고통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충고한다.

‘돌부리에 챈 발가락이 고통을 만들어 내는 게 아니다. 고통은 늘 정신적이고 심리적인 사건이다. 정신이란 마술사가 의식적으로 부리는 일종의 속임수인 셈이다.’(본문 p.103)

‘고통은 진정 아무도 원하지 않는 선물이다. 선천성 무통, 한센병, 당뇨병, 그밖에 각종 신경 질환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는 고통만큼 소중한 게 없다고 본다. 그러나 정작 이런 보물을 지닌 이들은 당최 소중하게 여길 줄 모른다. 도리어 원망을 쏟아 내기 일쑤다.’(본문 p.337)

‘어머니는 생명을 내어줌으로써 생명을 찾았다. 고통에 관해서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 하지만 고통이 꼭 파괴적인 건 아니다. 고통은 탈바꿈할 수 있다. 어머니가 전해 준 평생 잊지 못할 가르침이다.(본문 p.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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