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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 한 사발
신양숙  |  일리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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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1.14  01:3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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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님!”

수화기 너머로 들리는 한 마디. 울먹이는 듯한 목소리가 한참 뜸을 들인다. 나는 숨죽여 다음 말을 기다린다.

“나, 시카고예요.”

몇년 전 아들을 잃고 시카고를 떠났던 J다.

“성님, S가 많이 아파요. 기도해 주세요”

S가 아프기 시작한 뒤 함께 아파하고 눈물 흘리며 가슴 졸였던 기억들이 휘리릭 영화 필름 돌아가듯 떠올랐다.

S가 세상을 떠나고 어딜 가도 S의 숨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견딜 수 없다며 타주로 떠났던 J가 돌아온 것이다. 유독 자존심 강하고 자아가 강해서 여간해선 남에게 부탁 같은 걸 안하던 J가 어느날 힘빠진 목소리로 기도 부탁을 했다. 사랑하는 아들 S가 백혈병에 걸렸다고 했다.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지만, 일단 알았다 하고 밥이나 같이 먹자고 했다. J는 한참 전화를 붙들고 울음을 참더니, “성님, 난 지금 밥 한 사발보다는 성님의 기도 한 사발이 더 필요해요”했다.

고향이 같다는 이유로 조금씩 친해지면서 J는 고향 사투리로 나를 “ 성님” 이라 불렀다. 자존심이 남달리 강한 것 빼곤 나무랄 데 없는 예쁜 고향 동생이었다. 보기 드문 살림꾼에다 명랑해서 주변에 행복 에너지를 전파하던 J는 S를 보내고나서 심한 우울증으로 관계가 다 깨질 만큼 전투적이 되었다. 누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았고, 사방에 철통 같은 방어벽을 치더니 스스로 고립되어 갔다.

“왜 나에게 이런 일이 생겼느냐?”고 원망하고 소리라도 지르면 좋으련만, J는 입을 앙 다물고 자신이 만든 감옥에 갇혀 있었다. 주변 사람들과도 연락을 두절한 J는 내가 가끔씩 보내는 메시지에 “ 네”, “아니요” 로만 응답하더니, 어느날 타주로 이사간다고 했다. 그냥 다 잊고 싶다면서... 가기 전에 밥 한 끼 같이 먹자 했더니, 이번에도 J는 “성님 기도 한 사발이면 되요.”했다.

그렇게 떠났던 J가 거의 3년만에 다시 돌아왔다. 당장 보자고 했다. 이번엔 순순히 “네”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좋아 보여서 일단 안심이 되었다. 꼭 안아 주며 “애썼다” 했더니 “다 성님 기도 한 사발 덕분이예요”했다. J를 위해 기도할 때마다 힘들었던 기억이 났다. 기도 시간이 힘들었던 만큼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J를 생각하며, 그저 시간이 약이려니 하며 기도했다.

굳이 길게 설명 안해도 얼마나 힘들었을지 짐작이 가기에 섣부른 질문으로 다시 힘들게 하고 싶지 않아 그냥 밥 한 사발 먹으며 근황을 들었다. J는 3년이란 시간의 약을 복용하며 S를 떠나 보냈다고 했다. 이젠 누가 굳이 S 이야기를 꺼내지 않으면 견딜 만하다고 했다. 어느날 문득 아들을 진짜 보내려면 S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3년을 30년같이 살아온 긴 여정이 고단했는지 J의 얼굴에 잔주름이 가득했다.

“잘 왔어.”

나는 또 한 사발의 기도를 올린다. J, 너를 용서해! 아들을 무기력하게 보낼 수밖에 없어서 한심하고 미웠던 네 자신을 용서하고 안아줘.

그리고 쉬어야 해, 쉴 수 없어서 전투적일 수밖에 없었던 너를 이젠 쉬게 해줘.

아들로 인해 결핍된 네 마음을 창조주께서 만져 주고 채워 주시길 기도한다. 앞으로도 너와 같은 이를 만날 때 네 아픔이 그들의 결핍을 보충해 주는 영양제가 되길 바라며, 그들을 안아줄 때 네 팔이 엿가락처럼 늘어나 더 많은 아픔들을 안아줄 수 있길 기도한다.

“누가 우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리요 (...) 우리 주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로마서 8:3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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