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출처 - 극동방송

해마다 연초가 되면 교회마다 올해의 말씀을 “뽑는다.” 우리 교회도 예외는 아니어서, 송구영신 예배가 끝날 때쯤 교인들이 돌아가면서 말씀 카드를 뽑는다. 카드가 들어 있는 바구니나 상자에서 각자 하나씩 고르기에 “뽑는다”고 하는 것이 틀리지 않으나, 너무 가벼운 느낌이 들고 영적 의미를 제대로 담지 못하는 듯하여 우리 교회에서는 “말씀을 받는다”고 표현한다.

여러 말씀 카드 중에 하나를 고르는 것이기에 무속인들이 하는 것이랑 뭐가 다르냐느니, 성경 말씀 중에 우리가 좋아하는 말씀, 다시 말해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다는 내용 위주로 돼 있어 너무 기복적이라는 비판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희한한 건, 매번 각자의 상황에 꼭 필요한 말씀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적어도 필자에게만은 말이다.

지난해 내가 받은 말씀은 베드로전서 5장 5절이었다.

“젊은 자들아, 이와 같이 장로들에게 순종하고, 다 서로 겸손으로 허리를 동이라. 하나님은 교만한 자를 대적하시되 겸손한 자들에게는 은혜를 주시느니라.”

줄곧 “저는 시냇가에 심은 나무가 시절을 좇아 과실을 맺으며, 그 잎사귀가 마르지 아니함 같으니 그 행사가 다 형통하리로다”(시 1:3)와 같은 축복의 말씀이 주어졌지만, 2019년에는 순종과 겸손을 주제로 한 말씀이 주어진 것이다.

필자는 이 말씀을 받고, “아! 말씀 카드가 그냥 뽑기가 아니고,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시는 것이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이유는 이렇다. 이 말씀을 받을 즈음 마음속에 교만한 마음이 자라고 있었는데, 회사 경영진이나 상사들이 무능해 보여 속으로 무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나님께서는 나의 이런 마음을 아시고 윗사람들을 공경하고, 겸손하게 순종하라는 메시지를 주신 것이다. 필자는 이 말씀이 하나님께서 주신 말씀이라는 확신을 갖고, 책상 위 컴퓨터에 붙여놓고, 일할 때마다 말씀을 읽으며 상사를 공경하고 겸손해지기 위해 노력했다.

올해 내게 주신 말씀도 필자가 무릎을 칠 만한 내용이었다. 마음속으로 짧게 기도하고 말씀을 받는 순간, 하도 희한해서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므로 우리가 낙심하지 아니하노니, 우리의 겉사람은 낡아지나 우리의 속사람은 날로 새로워지도다” (고린도후서 4:16).

이 말씀이 필자를 위해 준비된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최근 들어 늙어간다는 것에 대해 많이 생각했기 때문이다. 나이가 많은 건 아니지만, 어느 날부터 눈이 침침해지기 시작했다. 딱딱한 음식을 씹을 때에는 이가 시려서 치과에 갔더니 오래 써서 닳아서 그렇다는 진단을 받았다.

또 체력이예전만 못한 게, 특히 순발력이나 스피드 같은 운동 능력은 하루가 다르게 퇴보하는 듯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이 이렇게 늙어가는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가끔은 슬픈 감정에 빠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 말씀을 받고서는 “그렇지, 겉사람이 낡아지는 것은 당연한 거구나. 대신 속사람은 더 새로워지지? 그러니 낙심한 필요가 없구나”하는 위로를 받게 되었다. 더욱 위로가 된 것은 말씀을 받고서 하나님께서 나의 속마음 세세한 곳까지 다 살피고 계시는구나 하는 확신을 갖게 된 것이다.

2020년을 시작하면서 저마다 자신에게 주시는 말씀을 받았을 것이다. 이것이 거저 뽑은 게 아니라 하나님께서 올해 내게 주신 말씀이라 생각하고 그에 따라 살려고 노력할 때, 하나님께서 더 큰 복을 부어주시리라 믿는다. 하나님의 섬세한 간섭 또한 느낄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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