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지음 / 두란노 펴냄(2019)

 

출판사 정보에 따르면, 이 책은 김기석 목사의 수년간의 기도가 담긴 기도문집이다. 김기석 목사는 설교 후 잠시 침묵하고 말씀을 하나님께 올려드리며 기도하는 ‘거둠의 시간’을 갖는다. 이때 회중은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결단하는 은혜를 구한다. 수년간 드린 거둠의 기도 중에서 선별한 이 기도문들은 하나님과의 일대일 기도에 가까울 만큼 진솔하면서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교회 공동체의 지향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삶의 여정을 시작하며 주님을 부르며 지향점을 찾는 기도, 2부는 순례자가 만나는 두려움과 욕망을 넘어서는 기도, 3부는 평화와 생명으로 나아가기로 결단하는 “삶으로 드리는 아멘”의 기도들로 이루어졌다.

‘삶은 누구에게나 낯섭니다. 익숙한 세상에 살면서도 늘 마음이 불안한 이들이 있습니다. 살갗이 벗겨진 것 같은 쓰라림 속에 사는 약자들입니다. 익숙한 세계에서 평안한 것은 대개 강자들입니다. 낯선 세계에 가면 누구나 두려움을 느낍니다. 귀에 들리는 낯선 언어는 우리가 이방인임을 자각하게 만듭니다. 낯선 곳에 가서도 마치 자기 집인 양 당당하게 지내는 이들이 있습니다. 정신적으로 강인한 사람들입니다.

신앙인은 어떤 사람일까요? 낯선 세계에서 주눅 들지 않는 사람일까요? 저는 오히려 익숙한 세계에서 낯선 이로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바울 사도는 오직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베드로는 세상에 흩어져 살고 있는 성도들을 가리켜 나그네라 했습니다. 물론 정처 없는 나그네는 아니겠지요. 성도는 하나님의 마음의 중심에 당도하기 위해 늘 길을 떠나는 순례자입니다.

그러나 세상에는 순례자의 발걸음을 붙드는 것들이 참 많습니다. 다섯 가지 색이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다섯 가지 소리가 사람 귀를 멀게 하는 법입니다. 마땅히 보아야 할 것을 보고, 들어야 할 것을 가려 듣는 사람이 참 사람일 것입니다. 하지만 노력 없이 저절로 참 사람이 될 수는 없습니다. 그것은 치열하게 획득해야 할 삶의 목표입니다.

몽테뉴의 말이 떠오릅니다. “아무 데로나 가려는 자는 그 어느 곳에도 가지 못하는 법, 그 어떤 항구도 목적지로 삼지 않는 자에게는 바람도 아무 쓸모가 없다.” 우리에게는 분명히 가야 할 목표가 있습니다. 참 하나님이면서 참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 오직 그분만이 우리의 영원한 푯대이십니다. 길을 걷다 보면 그 푯대가 눈앞에서 사라지기도 하고, 안개가 서린 듯 가물거릴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푯대가 보이지 않을 때조차 그 지향을 잃지 않고, 뚜벅뚜벅 그 방향으로 나아가는 것이 믿음입니다. 그 길이 오랜 여정이 되기 위해서는 기도해야 합니다.’(서문 일부)

‘하나님, 비틀거리며 걸을지라도 기어코 하나님의 마음에 당도하는 사람들이 되고 싶습니다. 우리를 통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바꾸어 주십시오. 우리가 걷는 길이 주님과 동행하는 길이 되게 하시고, 우리의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평화와 생명이 새겨지게 하소서. 순례길에 나선 우리 마음속에 하나님을 향한 그리움이 사라지지 않게 도와주소서. 하나님을 바라보는 우리 눈빛이 욕망으로 흐려지지 않도록 우리를 꼭 붙들어 주소서. 아멘.’(본문 일부)

김기석 목사는 감리교신학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청파교회 전도사, 이화여고 교목, 청파교회 부목사를 거쳐 1997년부터 지금까지 청파교회 담임목사로 사역하고 있다. 『죽음을 넘어 부활을 살다』, 『마태와 함께 예수를 따라』, 『일상순례자』, 『가치 있는 것들에 대한 태도』, 『끙끙 앓는 하나님』, 『흔들리며 걷는 길』, 『삶이 메시지다』 등의 책을 썼고, 『기도의 사람 토머스 머튼』, 『예수의 비유 새로 듣기』 등의 번역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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