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감상에 필요한 기초 지식(2)

음악의 요소들 중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반복입니다. 음악의 핵심은 반복에 있습니다. 반복은 창조의 원리입니다. 반복에 의해 뇌가 기억하고 숙달되도록 우리는 창조되었습니다. 운동이나 예술 작품, 연주가 완성되려면 반복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반복이 있기에 우리는 연주곡을 분간하고, 기억하며, 즐겁게 부를 수 있습니다. 천지만물의 운행도 반복이며,  인간사도 반복의 정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반복을 많이 하면 우리의 뇌가 그 동작을 기억하여 근육들에게 명령하여 숙달시켜 줍니다. 반복을 적게 한 사람은 실수할 가능성이 많지만, 반복을 많이 한 사람은 실수를 적게 합니다. 모든 예술작품은 반복에 의해 탄생되며, 이를 통해 우리는 하나님을 바라보게 됩니다. 

반복은 하나님의 창조 이치를  따르는 것입니다. 해가 뜨고 지며, 지구가 자전하며, 지구가 태양을 공전하며, 꽃이 피고 지며, 우리 몸 안의 심장은 일생 동안 펌프질을 반복하고, 우리는 일어나고, 먹고, 일하고, 쉬고, 잠자는 일을 죽을 때까지 반복합니다. 

의사도 무수한 반복을 통해 경험을 쌓아갑니다. 환자를 검사하고, 외과 수술을 하고, 항생제를 복용케 하고, 경과를 지켜봅니다. 그러나 의사가 할 수 있는 일은 거기까지입니다. 째진 살이 신기하게 다시 붙는 것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건물이나 기계의 설계도가 반드시 있듯이, 우리 몸에도 설계도가 있습니다. 우리 몸을 설계하신 분은 우리를 우리보다 더 잘 아시는 하나님입니다. 직접 설계도를 만든 사람보다 그 기계나 건물을 잘 아는 사람은 없습니다. 하나님을 믿든 믿지 않든, 우리는 창조주의 설계대로 반복에 순응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고, 듣는 일은 오직 반복 훈련을 통해서만 숙달될 수 있습니다. 음악은 창조의 한 부분이며, 사랑의 선물이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세상 사는 원리가 바로 반복이고, 모든 예술도 반복을 필요로 합니다. 

지금까지 음악 감상에 대한 설명을 읽고 이해는 하셨겠지만,  음악 듣기에 숙달되기까지 많은 세월이 소요됩니다. 귀가 뜨이려면, 정식으로 음악 교육 과정을 거쳐야 하지만,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참고하여 유튜브로 원하는 분야(솔로, 합창, 심포니, 실내악 등)의 연주를 들으며 귀를 반복 훈련하길 바랍니다. 음악회에 가서 음악가들의 연주를 직접 들으며 자기자신을 가꾸는(Treat oneself) 열정도 필요합니다. 

 

취미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음악 감상이라고 대답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감상이 과연 listening일까요? 아니면 hearing일까요? 

작곡은 무에서 유를 창조하는 일이고, 혼과 영감을 작품 속에 넣어야 하기 때문에 참으로 어려운 작업이라 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작곡의 영감을 언제 어디서나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작품을 반복 연습하여 완전하게 습득하는 과정 또한 어렵습니다. 남 앞에서 연주하는 일 또한 힘이 듭니다. 이렇게 탄생한 음악을 우리는 너무 쉽게 듣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귀에 들리는 것일 뿐(hearing), 올바른 감상(listening)이 아닙니다. 

작곡하는 사람이 단 10분만에 곡을 완성했다면, 연주자도 10분 정도만 연습하면 됩니다. 작곡하는 사람이 1시간에 걸쳐 곡을 완성했다면 연주자도 그 시간 만큼 연습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브람스-레퀴엠은 브람스가 10년에 걸쳐 완성한 작품입니다. 어릴 적에 그 곡을 처음 듣고, “세상에 이렇게 지루하고 재미없는 곡이 있을까? 도대체 왜 이런 곡을 쓴거야?” 하고 중얼거린 적이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이론과 작곡법 교육을 받고 그 곡을 들은 감상은 “거 참 괜찮은 곡인데!”였습니다. 대학에서 공부한 다음 그 곡을 다시 들었을 때에는“와우! 아주 깊고 좋은데! 너무 철학적이야!” 라고 감탄할 만큼 제 귀가 달라져 있었습니다. 대학원에서 지휘 공부를 하고, 연주회와 국제 지휘 콩쿠르에 출전하며, 연주회 준비로 그 곡을 대했을 때에는 그 곡의 바탕에 담긴 철학과 영감의 깊이에 제 마음이 저절로 무릎을 꿇게 되어, 겸손한 마음으로 연주에 임하게 되었습니다. 필자가 그 곡을 가슴과 몸으로 이해하는 데 10년 이상 소요되었습니다. 

작곡을 너무나 쉽게, 함부로 하는 경우들도 종종 있습니다. 교회에서 불리는 CCM이라는 찬양곡은 어떨까요? 물론 영감과 곡과 가사가 잘 어우러진 작품들도 많지만, 젊은이들이 기타 치며 작곡하고 가사를 붙여 출판사에 넘기면, 바로 교회에서 인기 있는 CCM이 되고, 주로 젊은 찬양팀에 의해 보급됩니다.

교회에서 찬양하는 이들은 대부분 가사가 기독교적이면 누가 어떻게 썼든지 상관하지 않고 부르는 듯합니다. 어떤 노래들은 단  몇분만에 쓴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물론 오래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곡들도 있습니다. 

CCM 역시 작사자와 작곡자가 작업한 시간과 정성 만큼의 연습이 필요합니다. 성대, 호흡, 구강 상태를 개의치 않고 노래방에서 유행가 부르듯이 노래한다면, 그저 흥겹게 박수치며 부르는 대중가요라는 착각이 들어 찬양의 고귀함을 저하시킨다는 우려들도 많습니다. CCM에 대해 젊은층은 긍정적이고, 장년층과 연로층은 부정적인 편입니다.  한국 교회의 젊은이들이 많이 부르고, 미국의 한국교회들 역시 그 영향을 받아 정석(Standard)인 양 예배 시간에 계속 부르는 CCM들이 일반인도 즐겨 부르는 명곡으로 탈바꿈하는 현실이 필자는 안타깝습니다. 게다가 미국교회들은 찬양 음악을 로큰롤, 하드록, 헤비 메탈의 리듬에 접목시키고 있고, 흑인교회들은 한층 더 격한 제스처에 성경 구절을 접목시켜 찬양하고 있습니다. 

“바하로 돌아가자” 는 음악인들의 구호가 찬양음악이라는 거대한 쓰나미에 갇혀 있는 것 같습니다. 새로운 형태의 찬양 음악이 거대한 쓰나미 같아서 반론을 제기하지 못하고, 그냥 편승하는 음악가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필자는 성가대 세미나 혹은 이런 지면을 통해 한 번쯤 이 문제에 대해 생각하는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도 음악 감상, 음악 연주, 음악 작곡을 다른 각도에서 생각하고, 찬양 음악의 현주소도 아울러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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