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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을 가지고 하산하자누가복음 9:28-36
허영진 목사  |  revhu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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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4.28  00: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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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말씀을 하신 후 팔 일쯤 되어 예수께서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러 산으로 올라가사 기도하실 때에 용모가 변화되고 그 옷이 희어져 광채가 나더라 문득 두 사람이 예수와 함께 말하니 이는 모세와 엘리야라 영광중에 나타나서 장차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별세하실 것을 말할새 베드로와 및 함께 있는 자들이 깊이 졸다가 온전히 깨어나 예수의 영광과 및 함께 선 두 사람을 보더니 두 사람이 떠날 때에 베드로가 예수께 여짜오되 주여 우리가 여기 있는 것이 좋사오니 우리가 초막 셋을 짓되 하나는 주를 위하여, 하나는 모세를 위하여, 하나는 엘리야를 위하여 하사이다 하되 자기가 하는 말을 자기도 알지 못하더라 이 말 할 즈음에 구름이 와서 그들을 덮는지라 구름 속으로 들어갈 때에 그들이 무서워하더니 구름 속에서 소리가 나서 이르되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니 너희는 그의 말을 들으라 하고 소리가 그치매 오직 예수만 보이더라 제자들이 잠잠하여 그 본 것을 무엇이든지 그 때에는 아무에게도 이르지 아니하니라”(누가복음 9: 28-36).

제1차 세계대전 후 상자 카메라가 등장하여 가족 행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생일, 졸업식, 휴가, 일가친척 모임 등을 길이 보존할 수 있게 되어 가족사를 되살려 볼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었고, 일상적인 사건과 보다 중요하고 뜻 있는 일을 구분해 주었습니다. 모였을 때 카메라가 등장하면 그 모임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복음서는 앨범과 같습니다. 예수님의 사역을 기록한 네 개의 앨범입니다. 이 앨범들은 각각 필자의 관심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지를 반영합니다. 마태와 마가와 누가는 예수님의 변화산 사건과 같은 중요 사건들에 대한 이해와 의견이 일치했습니다. 그래서 이 세 복음서를 공관복음서라고 부르게 되었습니다.

예수님이 베드로와 요한과 야고보를 데리고 기도하시러 산에 올라가셨습니다. 그때 예수님의 얼굴과 옷이 찬란한 빛을 내며 변화되었습니다. 우리들은 경험한 적 없는 일입니다. 어떤 이는 이것이 복음서 말미에 들어갈 부활 계시에 속한 것이라고 말합니다. 앨범의 잘못된 위치에 붙인 사진과 같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정말 특이한 사건입니다. 복음서에서 대부분의 환상 경험은 예수님의 탄생과 부활 사건에 연관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변화산 사건은 탄생이나 부활과 관계없이 중간에 따로 등장하고 있습니다. 변화산 사건이야말로 다른 어떤 환상보다도 의미심장한 사건임이 틀림없습니다. 예수님의 변화, 그리고 엘리야와 모세의 등장은 확실히 보통 일이 아닙니다. 산에 올라가는 동안이나 산에서 쉴 때나 기도 할 때에는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는 말이 없습니다. 예수님의 변화와 엘리야 및 모세의 등장은 세 제자가 잠결에 본 것 같기도 합니다.

이것은 그리스도의 생애가 전환을 맞는 순간이었습니다. 가이사랴 빌립보에서 베드로가 신앙고백을 한 일은 복음서의 물줄기를 바꾸어 놓는 사건이었습니다. 그때부터 모든 일이 십자가를 향해 진행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얼굴에서 빛나는 영광은 하나님의 역사에서 그리스도의 위치가 어떠한가를 말해 주는 것이며, 그리스도인들이 십자가를 바라볼 때 혼란과 모순에 부딪치게 되는 전조라고도 하겠습니다.

그리스도의 변화에 대한 묘사는 모세의 시내산 변화 기록과 거의 비슷합니다. 모세 위에 내리 덮인 구름은 하나님 임재의 상징이었습니다. 구름으로부터 모세는 민족의 생활을 지도할 권위와 상세한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변화산에서도 구름이 예수님 위에 내려왔습니다. 제자들은 그 구름 속에서 “이는 나의 아들 곧 택함을 받은 자”라는 음성을 들었습니다. 장차 메시아가 오리라고 예언했던 이스라엘의 지도자 모세와 엘리야가 예수님 옆에 나타났습니다. 두 사람이 예수님과 그의 별세에 대해 말씀했다는 기록은 누가복음에만 나옵니다.

루돌프 슈나켄버그는 “변화산 사건은 예수의 임박한 죽음을 무시하는, 감추인 영광의 현현이고, 나아가서 예수의 죽음의 길에 대한 변호이며 하나님 말씀의 확증”이라고 했습니다.

두 가지 의미 있는 계시가 이 순간을 위해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베드로가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고백한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주님이 친히 자신의 고난과 죽으심을 미리 말씀하신 일입니다. 모든 일의 방향이 십자가로 전환되는 때가 온 것입니다. 기념사진을 찍어야 할 순간이었던 것입니다. 위치를 잘못 잡은 부활절 관련 환상 사건이든 아니든, 이것은 그리스도를 따라 십자가까지 가라는 부르심의 사건입니다.

하나님의 영광의 환상은 인간의 비극적 파멸을 통해 우리에게 왔습니다. 사실 변화산 사건 기록은 가장 적절하게 자리잡고 있습니다. 제자들을 앞으로 전진하게 하는 하나님의 권위와 임재의 비전인 변화산 사건이 필요한 시점에 알맞게 놓여 있습니다. 마태는 제자들이 본 것이 “환상” 곧 비전이었다고 밝힙니다. 비전은 종종 미래를 예시합니다. 변화산 사건은 예보 이상의 사건입니다. 변화산은 하나님의 영광의 계시였습니다. 그것을 영감이라 부르는 것은 아름다운 석양이라 부르는 것처럼 자연스럽습니다.

복음서의 묘사는 그리스도의 죽으심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이 그의 생애 중에 임재해 계심을 보여준 생생한 그림입니다. 우리에게도 십자가의 파괴적 전망을 뛰어넘는 비전이 필요합니다.

세 제자는 예수의 얼굴에 나타났던 하나님의 영광의 환상을 간직하고 산을 내려왔습니다. 공포의 십자가가 다가왔을 때, 제자들은 그 순간보다 더 위대하고 영원하신 하나님의 비전을 붙들었고, 십자가의 극악함보다 더 크신 하나님의 영광의 비전을 간직했던 것입니다.

우리도 십자가를 뛰어넘는 비전을 간직하고 일상을 향해 산을 내려갈 수 있길 바랍니다.

라파엘, 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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