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석 지음 / 비아토르 펴냄(2019)

 

『버릴수록 우리를 자유롭게 하는 것들』은 일상에서의 애착이나 익숙함이 주는 안락함을 버리고, 조금 덜 갖고 조금 더 불편하게 사는 연습을 하자고 권면하는 설교집이다. 초조와 불안, 근심과 원망, 위선과 과시로 얼룩진 자아의 감옥에서 나와, 소유욕과 성공의 욕심 그릇을 줄이고, 이웃의 고통을 방관하는 태도를 버릴 때, 비로소 참된 자유를 얻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나를 옥죄는 감옥, 채워지지 않는 욕심 그릇, 이웃과 세상을 향한 뒤틀린 생각, 참된 자유를 향한 여정’ 총 4부 속에 27편의 설교가 담겨 있다. 

‘돈이 주인 노릇하는 세상은 인간을 소외시킨다. 인간이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사실은 은폐된다. 그들은 소비자일 뿐 존엄한 주체가 아니다. 다만 그런 사실을 자각하지 못할 뿐이다. 사람들은 사물을 ‘사용’할 뿐 ‘향유’하지 못한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새로운 상품을 소유하려면 자기를 착취하지 않으면 안 된다. 경쟁은 필연이고 그 결과는 피로감이다.’라면서 저자는 「들어가는 말」에서  ‘탐욕을 제도화한 세상에 살기에 우리 삶의 기초인 생태계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조차 자각하지 못한다.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가 거듭 나오고 있지만, 잠시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다가 이내 욕망의 쳇바퀴를 돌리는 일에 몰두한다. 발터 벤야민은 19세기 자본주의를 분석하면서 철골 구조물인 파사주 아래 진열된 상품들은 개인에게 무한한 삶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허상의 세계라고 진단했다. 실상을 대면할 용기가 없는 이들일수록 허상에 집착한다.’고 지적한다.

저자의 설교에서 수도자의 마음과 문학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한 시대의 온도계’라 불리는 가난한 사람들, 소외된 사람들, 병든 사람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과 하나님이 창조한 피조 세계의 이면에 대한 예리한 통찰력이 담겨 있다.

‘믿음으로 산다는 것은 개인의 안일한 행복을 위해 하나님을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우리 자신을 하나님께 바치는 일입니다. 그것은 평안한 길이 아니라 가시밭길입니다. 하지만 잊지 마십시오. 그 좁은 길을 걸어야 마침내 영원한 생명에 이를 수 있습니다. 십자가의 어리석음을 붙들 때, 우리는 세상 풍조에 휘둘리지 않는 든든한 중심을 얻게 될 것입니다.’

‘사람에게 보이려고 하는 일에는 내적 기쁨과 감사가 없습니다. 즉 자기 발생적인 기쁨이 없다는 말입니다. 그의 기쁨은 항상 남의 평판에 기대 있기 때문입니다. 칭찬을 기대하면서 자기 선행을 다른 사람들에게 발설하는 순간, 하나님의 상은 안개처럼 흩어지고 만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십니다(마 6:5). 세상 사람이 우리를 알아주지 않아도 하나님은 우리의 행실을 보고 계시고, 또 다 기억하신다는 사실입니다. (...) 때로는 우리가 행하는 선행이 우리를 영적으로 타락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가장 아름다운 선행은 자기 자신도 의식하지 못하는 것입니다.’(본문 일부)

저자는 청파교회 담임으로 사역하고 있으며, 『끙끙 앓는 하나님』, 『광야에서 길을 묻다』, 『말씀의 빛 속을 거닐다』, 『아! 욥』, 『인생은 살 만한가』, 『세상에 희망이 있느냐고 묻는 이들에게』, 『욕망의 페르소나』, 『일상 순례자』, 『흔들리며 걷는 길』등 다수의 책을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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