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명의(公明儀)라는 전국시대 음악가가 있었다. 어려서부터 젓가락으로 밥그릇을 두들기곤 할 만큼 음악에 천부적 재능을 보였는데, 가난하여 악기를 살 수 없었기에 겨우 발장단을 맞추어 춤을 추곤 했다. 훗날 그는 칠현금을 잘 다루었다.

어느 봄날 그가 교외로 나가서 버드나무가 미풍에 흔들리며 그 아래에서 누렁소가 풀을 뜯는 장면을 보고 절로 흥이 일어서, 소를 위하여 최고로 우아한 곡 ‘청각지조(淸角之操)’를 연주하였다. 그런데 늙은 황소가 전혀 반응을 보이지 않자 곡이 너무 우아하여 못 알아보나 싶어, 쉽고 간단한 곡으로 바꾸어 연주했는데, 소가 여전히 반응을 보이지 않고 풀만 뜯었다.

공명의는 다시 최고의 기량으로 정성을 다해 연주하였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늙은 황소가 꼬리를 흔들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엉덩이에 달라붙은 쇠파리를 쫓고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여전히 풀을 뜯다가 유유히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곳으로 가서 풀을 뜯었다.

공명의는 소가 시종 자기 연주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을 보고 크게 실망하였다. 둘러서 있던 사람들이 그에게 “너는 화를 낼 필요가 없다. 네 연주가 나쁜 것이 아니었다. 네가 연주한 곡이 소의 귀에 맞지 않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결국 공명의도 탄식하며 악기를 들고 돌아갔다. 참으로 소가 그의 음악에 흥미가 없음을 인정한 것이었다.

이로 인하여 ‘소에게 거문고 연주하기, 대우탄금(對牛彈琴)’이라는 말이 생겼다. 우리에게는 ‘쇠귀에 경 읽기, 우이독경(牛耳讀經),’ 또는 ‘말귀에 봄바람, 마이동풍(馬耳東風)’이 더 익숙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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