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삼성서울병원에서 근무하던 시절에 제가 치료하던 환자가 양해를 구하며 방송 촬영을 해도 되겠느냐고 물었던 적이 있습니다. 평소 친하던 환자분이고 특별히 다른 분들의 치료에 방해가 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하다는 부서장님의 허락 하에 촬영했습니다. 약 30분 가까이 촬영했지만 실제 방송에선 5초 남짓한 영상밖에 나오지 않아서 당황했던 그 프로그램은 많은 분들이 시청하는 ‘생로병사의 비밀’이었습니다. 

올해 5월 초 ‘생로병사의 비밀’에서 재미있는 내용을 다뤘습니다. 기존의 보폭보다 약 10cm 정도 더 넓게 걷는 것이 다리 근력을 강화하고 낙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걷기가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바로 면역력 강화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 이후로 면역력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면역력 향상을 위해 프로바이오틱스, 오메가3, 각종 비타민제와 같은 건강식품의 소비가 증가했습니다.  

면역력이 떨어지는 이유에는 과도한 스트레스, 수면 부족, 영양 결핍, 그리고 운동 부족 등이 있습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우울감 및 각종 스트레스를 겪으면서 면역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불규칙한 수면 시간 및 하루 7시간 이하의 수면 또한 면역력을 저하시키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규칙적으로 잠자리에 들고 하루 7시간 이상 숙면을 취하는 것 또한 면역력을 증가시키는 필수 요소입니다. 

흔히 체온을 1도 높이면 면역력은 5배 가까이 높아진다고 이야기합니다. 몸을 따뜻하게 해야 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습니다. 운동할 때 발생하는 열충격단백질(Heat Shock Protein)은 신체가 온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세포를 지키려고 합성되는 단백질입니다. 이렇게 합성된 단백질은 피로 물질의 생성을 막고, 체력을 회복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며, 면역력과 관련된 각종 세포들의 활동을 돕습니다. 또한 우리가 잘 아는 엔도르핀이라는 통증 완화 호르몬 분비를 촉진합니다. 

그렇다면 어떤 운동을 해야 체온을 높이고 면역력을 증가시킬 수 있을까요? 제가 추천하는 운동은 걷기입니다. 2018년 미국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신체 활동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벼운 걷기(2.5~4.0 mph/h)를 주 5회, 30~45분 정도 한 이들은 운동하지 않은 이들에 비해 상기도 감염 증상(기침, 콧물 그리고 가래 등)이 43%나 적었다고 합니다.

이 결과를 보고, ‘나는 일주일에 5번이나 운동할 수 없는데?’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런 분들을 위한 또 다른 연구가 있습니다. ‘단일운동(1회 운동)이 면역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을까?’ 라는 주제를 다룬 3가지 연구(2005년 Nieman, 2009년 Campbell, 2014년 Bigley)에 따르면, 가벼운 걷기 혹은 중간 강도 정도의 걷기를 20~30분 정도만 해도 NK(Natural killer cell) 혹은 T cell과 같은 면역 세포의 활동을 증진시킨다고 합니다. 운동 시간이 부족하더라도, 짧은 시간의 걷기 운동이 면역력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생각하고 걷기 운동을 시작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하버드의대에서 추천하는 면역력 증가 수칙 8가지를 소개합니다. 
1) 흡연을 금할 것
2) 과일과 야채를 많이 섭취할 것.
3) 주기적으로 운동할 것.
4) 적절한 체중을 유지할 것.
5) 술을 적당히 마실 것.
6) 여섯째, 적절한 수면을 취할 것.
7) 손을 자주 씻거나 고기를 완전히 익혀 먹는 등, 감염을 피하는 습관을 가질 것.  
8) 스트레스를 최소화할 것. 

* 김동언(PT, DPT) 필자는 한국에서 삼성서울병원, 영남대학교병원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뉴욕에서 Kim Physical Therapy P.C를 운영하며 근골격계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및 운동 교육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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