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로라도 덴버의 몇몇 교회에서 초청해 주셔서 떠나야 하는데, 여러 가지 준비할 것이 있어서 오후 3시가 되어 출발하여 라스베가스를 지나게 되었습니다. 5년 전에 지나갔던 라스베가스에는 높은 건물도 더 많이 생겼고 불빛도 더 요란하여 도박의 도시답게 놀라울 정도로 변했습니다. 

세상의 유혹을 따라 한탕주의로 사는 사람들이 이곳을 찾아 즐긴다고 합니다. 주님 오실 날이 멀지 않았고 이런 사람들에겐 도적같이 오신다고 했는데 흥청거리고 살다가 영벌을 받는 것도 모르는 불쌍한 인생들이 얼마나 많은지 안타까웠습니다.

“주의 날이 밤에 도적같이 이를 줄을 너희 자신이 자세히 앎이라”(데살로니가전서 5:2). 

현란한 불빛을 보면서 슬펐습니다. 그곳이 바로 지옥이 아닌가하는 생각에 기도가 저절로 나왔습니다. 어두워지기 시작하여 잘 곳을 찾았는데 트럭들이 쉬는 곳에는 벌써 많은 차들이 모여 들어 시끄러웠지만 자고 가기로 했습니다.

나그네 삶이기에 상황에 따라 적응하며 지금까지 지내 온 것을 생각하면 하나님의 은혜가 없었으면 할 수 없었던 일들이 주마등같이 지나갔습니다. 떠나기 전 며칠 동안 얼마나 분주했는지 엄청나게 피곤했지만 우리를 필요로 하는 사역지가 기다리고 있기에 쉬지 못하고 길을 떠나는 것입니다. 육신적으로는 쉬고 싶었지만 주님을 생각하면 쉴 수 없기에 힘을 내어 사명을 감당하는 것입니다.

유타를 지나서 콜로라도 로키 산맥이라는, 험난한 길이 있지만 우리를 기다리는 영혼들의 손짓을 생각하며 찬양하며 그 길을 달려갔습니다. 유타와 콜로라도를 잇는 프리웨이 70번 도로는 난코스지만 경치는 우리를 황홀케 했습니다.

특별히 유타를 지나면서 펼쳐지는 광대하고 기기묘묘한 산들을 바라보면서 하나님의 솜씨에 감탄이 저절로 나왔습니다. 그랜드 캐년은 땅 밑으로 푹 꺼져 생긴 아름다움이라면, 이곳은 땅 위로 솟아 오른 절경입니다.

인적이 별로 없는 광야 길에 트럭들만이 물건을 실어 나르고 있는 황량한 곳에 하나님의 걸작품들이 줄지어 있었습니다. 유타를 지나서 콜로라도에 들어서니 분위기가 달라지면서 절벽을 따라 올라가는 길 옆의 강에는 흙탕물이 빠른 속력으로 흘러 내려가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높은 산들이 있는 곳에서 흐르는 강물이 맑지 못하고 왜 황토물일까 의아 했습니다. 5월 중순인데도 산봉우리는 눈으로 덮여 있고 지나가는 길가에도 눈이 수북하게 쌓여 있어서 RV 바퀴에도 닿는 것 같았습니다. 1만 피트 이상 올라가니 1미터가 넘도록 눈이 쌓여 있어 나무들은 꽁꽁 얼어붙은 한겨울인 양 싹을 낼 엄두도 못내고 있었습니다.

산을 넘고 또 넘으며 록키산맥을 지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습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키장들이 있는데, 스키를 타는 사람들은 볼 수 없었지만 그 근처에 아름다운 집들이 많았습니다. 지나가기만 하는데도 가슴이 답답하고 머리가 아프고 몸에 이상을 금방 느끼며 괴로웠는데, 이렇게 높은 지대에서 사람들이 어떻게 건강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6,000피트까지 내려오니 눈은 보이지 않고 도시가 나타나면서 덴버가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도심지로 들어가지 않고 외곽도로를 따라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너무 힘들어서 YMCA를 찾아가서 뜨거운 물에 샤워를 하니 한결 피곤이 풀렸습니다. 

2003년도에 처음 덴버를 방문했을 때보다 집들이 많아졌고 발전하고 있는 도시란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었습니다. 25번 프리웨이를 타고 남쪽으로 내려갔습니다. 콜로라도 스프링스라는 도시에서 개척 교회를 시작하신 전 목사님을 만나 뵙기 위해 계속 달렸습니다.

조금 늦은 시간인데도 저녁을 드시지 않고 기다리고 계셨고 사모님께서 여러 가지 반찬으로 진수성찬을 차려 주셔서 아주 맛있게 먹었습니다. 5년 전인 2003년 8월에 캐나다 밴쿠버 사역을 위해 가던 중 덴버를 지나게 되었을 때 주일이 되어 우연히 들렀던 교회입니다.

처음 보는 방문자인데 교인 누구도 관심을 보이지 않았고, 친교 시간에도 자기들끼리 밥을 먹으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전도자인 우리 부부의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습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우리에게 다가오셔서 관심을 보이시며 대화를 하게 되었고, 명함을 드리니 금방 목사님을 모시고 오셨습니다.

목사님은 이 교회로 부임해 오신 지 몇 달 되지 않았는데 하나님께서 복음 전도자를 보내 주셨다고 기뻐하시면서 수요일에 간증집회를 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간증 후 이 지역에 전도 대상자가 너무 많다고 함께 심방하며 전도하기를 원하셔서 전도를 많이 했던 기억이 있는 곳에 다시 오게 된 것입니다.

전 목사님은 담임으로 부임하신 후 원로 목사님으로 인해 몇 년 동안 소신대로 목회를 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그 교회를 떠나기로 결정하시고 사임을 하셨답니다. 그런데 목사님의 설교에 은혜 받은 성도들이 그 교회를 나와 일주일만에 학교 강당을 빌려 놓고 목사님께 개척을 하자고 했답니다. 전 목사님은 떠나시려다가 성도들의 간청으로 첫 예배를 드렸는데, 성도들이 몰려와서 모두 놀라셨답니다.

많은 성도들이 모여서 눈물로 첫 예배를 드린 후 지금까지 한 마음이 되어서 하나님의 교회를 세우,고 신앙생활은 정말 행복해야 한다고 행복한교회라고 이름을 지으셨다고 합니다.

전에 계시던 교회에서 몇 년 동안 마음 고생을 하셨기 때문인지 위궤양이 생겨서 병원에도 몇 번 실려 가시기도 했다고 합니다. 몸이 많이 쇠약해진 상태지만 개척을 하시고 목회자의 사명을 감당하시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계신 중에 또 다시 뵙게 된 것입니다.

목사님의 복음의 말씀으로 양육 받는 성도님들을 보니 정말 행복한 모습으로 신앙생활을 하고 있었습니다. 복음 안에서 거듭난 영혼들은 그리스도의 능력 안에서 참 기쁨을 가지고 행복한 신앙생활을 할 수 있습니다.

“내가 복음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노니 이 복음은 모든 사람에게 구원을 주시는 하나님의 능력이 됨이니라”(로마서 1:16).

6,000피트 넘는 고지대여서 가슴이 답답하고 어지러워서 견디기 힘들었지만 간증을 잘하도록 하나님께서 힘을 주셨습니다. 나중에 보니 입술까지 부르터서 물집이 생기고 몸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곤했지만 이 작은 아픔과 비교할 수 없는 전도 사역의 보람을 느꼈습니다. 살아계셔서 역사하시는 하나님을 증거하는 일이기 때문에 감동이 넘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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