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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열매
김학천 수필가, 치과의사  |  younlee@logosmiss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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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07.25  05:5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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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의 나무에는 이상한 열매가 열린다. 잎사귀와 뿌리에는 피가 흥건하고 바람에 검은 몸뚱이가 매달린 채 흔들린다. ‘포플러 나무에 매달린 이상한 열매’

1939년 블루스의 여왕 빌리 홀리데이가 뉴욕의 클럽 ‘카페 소사이어티’에서 부른 노래 가사 일부다.

여기서 ‘이상한 열매’는 백인들에게 사적 린치로 교수형을 당한 흑인들의 시체가 나무에 매달린 채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말하는 것이다. 이보다 2년 전 유대계 백인 교사였던 시인인 아벨 미오로폴이 흑인 노예 시체가 나무에 매달려 있는 사진을 보고 큰 충격을 받은 후 쓴 시였다.

흑인차별이 노골적으로 자행되던 그 당시 이 노래를 부른다는 건 큰 위험천만이었다. 해서 빌리 홀리데이는 백인들의 보복을 염려해 망설이기도 했지만 어린 시절 백인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등 비참한 인종차별을 겪은 일을 상기하고는 용기를 냈던 거다.

그녀는 이 노래를 부를 땐 눈을 감고 기도하듯 때론 눈물을 흘리면서 혼신의 힘을 다했는데 손님들까지 넋을 잃곤 했다고 한다. 빌리가 이 노래를 할 때면 카페 주인은 빌리 외에 모든 조명을 껐고, 종업원의 서빙도 멈추게 했다고 한다. 일종의 애도의 노래였던 거다.

링컨 대통령은 1862년 9월 노예해방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남북전쟁이 끝난 1865년 수정헌법 제13조에 의해 노예제도는 폐지되었다. 이어서 1870년 수정 헌법 제15조는 흑인들에게도 투표권을 주었다. 하지만 흑인들의 헌법적 권리는 지켜지지 않았고 남부 백인들의 인종차별로 짓밟혔다. 대부분 글을 읽을 줄 모르는 것을 악용해 문맹검사로 흑인들의 투표권을 박탈했는가 하면 KKK단은 흑인들을 재판 없이 처형도 했다. 백인들의 린치에 죽은 흑인들의 시체는 목매달아 나무마다 걸렸다.

1950~60년대 흑인민권운동은 치열했다. 1954년 소위 ‘평등하지만 분리된다’는 흑백분리가 위헌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 후 1963년 마틴 루터킹은 워싱턴 DC 링컨 동상 주위에 모인 25만 명의 군중 앞에서 기념비적인 연설을 했다. 'I Have a Dream!’

마침내 1964년 모든 흑백차별을 금지하는 민권법이 통과됐고, 이듬해 연방투표권법이 제정되고서야 흑인들은 선거권 명부에 이름을 올릴 수 있었던 거다. 1870년 수정헌법 제15조의 권리가 실효를 보는데까지 100년이 걸린 셈이다.

그럼에도 흑인들의 권리는 아직도 미완성 모습이다. 1992년 백인 경찰이 흑인을 구타해 일어난 ‘로드니 킹 사건’. 이로 인해 촉발되어 우리에게는 가장 아픈 악몽을 안겨준 LA폭동을 비롯 크고 작은 흑백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25일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의 무릎에 짓눌려 숨진 조지 플로이드의 ‘숨을 쉴 수 없다’는 비명이 또 다시 거대한 분노로 번지는 사태를 낳았다. 가뜩이나 코로나 사태와 경제적 위기에서 겨우 기지개를 펴려는 때 어려움을 더해 안타깝기만 하다. 그럼에도 이를 위한 리더십의 부재는 더욱 우리를 침울하게도 만든다.

미국은 군사력이나 경제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인권과 민주주의 파워는 이에 따르지 못하고 오히려 후퇴하는 모습이다. 흑인 대통령을 배출하고 인권국가로 자부하는 미국. 미국의 인권정책이 새로운 시험대에 다시 올랐다.

수필가 소개: 김학천 수필가, 칼럼니스트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USC 치과대학, Lincoln 법대 등을 졸업, 2010년 한맥 문학지에 신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현재 북미주 한국 문학인들의 모임인 미주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다양한 인생 경험과 남다른 인문학적 지식을 시대적 상황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칼럼으로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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