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천(치과 의사, 수필가)

EYE나 MADAM은 거꾸로 읽어도 똑같이 EYE이고 MADAM이다. 이것을 회문(Palindrom)이라 한다. 이러한 것은 단어뿐만이 아니라 구절이나 문장으로 된 것들도 많이 있는데 이제까지 만들어진 것 중에서 가장 긴 문장은 65,000여 개의 단어들로 되어 있다 하니 경이롭다.

그중의 하나로 'Able was I ere I saw Elba.'라는 문장이 있다. 나폴레옹이 엘바 섬으로 도망가면서 한 말로 유명하다. 그는 거기서 탈출에 성공하지만 다시 남대서양의 세인트 헬레나 섬으로 유배를 가서 말년을 보내다가 위암으로 죽는다. 그러나 이 사망설에 많은 역사학자들이 의구심을 품던 중 스웨덴의 치과의사 포슈프트가 이 사건을 추적하여 그의 사망 원인이 비소 중독임을 밝혀냈다. 174년 만의 일이었다.

이 아비산을 오래 전 한때 치과에서도 사용한 적이 있다. 충치가 심한 경우 극히 미량의 치과용 아비산 연고를 환부에 놓고 임시로 봉한 다음 며칠 후 다시 열어보면 남아 있던 신경들이 죽어 있어 마취 없이 신경치료를 끝내는 방법이었다. 가능한 한 마취를 피하려고 했던 노력이었다.

마취는 치료나 수술에 필요하고 고마운 것인데도 어쩐지 두려우며, 특히 치과 마취는 누구나 싫어하는 것으로, 이것 때문에 치료를 차일피일 미루다가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기록상으로 마취가 비교적 활발히 이루어진 것은 13세기부터로 유럽에서 아편을 이용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별 효과가 없다가 19세기 중엽에 들어서서 비로소 치과의사에 의하여 발견되었다.

세계 최초의 치과대학인 미국의 벌티모어 치대를 졸업한 닥터 웰즈가 후배 닥터 몰턴과 함께 보스턴에 개업을 하고 진료를 하면서 발치에는 마취가 절대로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끊임 없는 연구 끝에 아산화질소 개스로 스스로 마취 대상이 되어 자신의 사랑니를 발치하는 데 성공하였으나 아무도 믿어 주지 않자 공개 실험을 하였다.

그러나 이 실험에서 마취에 실패하고 환자까지 사망하자, 이에 충격을 받고 미쳐서 자살하였다. 그 후 동료 몰톤이 에테르를 이용한 전신마취에 성공하여 오늘에 이른 것이다. 영국의 빅토리아 여왕도 마취에 의한 무통분만의 초기 여인들 중의 하나였다.

아산화질소는 흡입하면 느낌이 편안해지고 통증에 무뎌지며, 경우에 따라 환각 상태로 들어가기도 하지만, 의식은 있으면서 두려움이 없어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킥킥 웃는 사람도 있어 웃음 개스라고도 한다.

마취는 크게 전신 마취와 국소(부분) 마취로 나눈다. 치과에서는 주로 구강외과나 소아치과에서 전신 마취를 많이 하는 편이지만, 그 외에는 대개 구강 내의 국소(부분) 마취만으로 충분하다. 치과 국소마취는 대개가 3-4시간 지속되며 깨어날 때는 초봄에 눈 녹 듯이 스르르 사라져 버린다. 그러나 조금 돌아다보면 마취의 시초는 야훼 하나님이시다.

성서 창세기에 의하면 처음에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여섯째 날 아담 인간을 당신의 모상대로 지으셨는데 그가 혼자 있는 것이 당신 보시기에 안 좋으시자 아담을 깊은 잠에 들게 하시고 그의 갈빗대 하나를 취하시어 도움 짝인 이브를 만드셨으니 이것이야 말로 완벽한 최초의 마취가 아니고 그 무엇이랴.

그분의 마취를 흉내 내는데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렀으며 그나마 아직도 완전하다 할 수 없으니 인간의 한계를 느낀다. 마취에서 깨어난 아담은 내 뼈 중의 뼈요, 살 중의 살이다.”라고 사랑의 고백을 하기 전에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Madam, I'm Adam.” 최초의 회문(palindrom)이다. 

편집자 주 : 김학천 수필가·칼럼니스트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USC 치과대학, Lincoln 법대 등을 졸업, 2010년 한맥 문학지에 신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현재 북미주 한국 문학인들의 모임인 미주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다양한 인생 경험과 인문학적 지식을 시대적 상황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칼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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