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주택을 짓고 텃밭 농사를 지으면서 살아가는 것이 현대 도시생활에 지친 은퇴자들의 꿈이라고들 합니다. 미국은 땅이 넓어서 아파트가 아니라면 집마다 자그만한 잔디밭이나 텃밭을 만들 정도의 땅이 있습니다. 몇 백 야드의 정원을 가지고 계신 분들도 있구요. 

그런데 정원 관리나 텃밭 농사를 해보면 일이 생각보다 많다는 점에 놀랍니다. 바쁘고 힘들다는 것도 깨닫게 됩니다. 전문관리업체에 맡기거나 성능 좋은 장비나 약품들이 있다면 관리가 조금 수월합니다. 하지만 노는 일손이 있는데, 돈도 아깝고 규모도 크지 않은데 장비까지 살 필요가 있나 싶으면 모든 일은 고스란히 집주인의 몫입니다. 

정원을 망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하지요? 보기에는 예뻐도 만들기는 어려운 것이 정원이고 농사인 것 같습니다. 가장 번거롭고 힘든 일은 때를 맞춰 물을 주고 가지치기를 하는 일과 잡초를 제거하는 일입니다. 의도했던 꽃이나 열매가 풍성하게 맺히게 하려면 반드시 가지치기라는 손길을 거쳐야 합니다. 공기의 순환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병충해 방지를 위해, 튼튼하고 곧게 자라도록 하기 위해, 한두 가지에 영양분을 집중시켜 품질 좋은 열매를 거두기 위해 그리고 미관상의 이유 등으로  가지치기를 해야 합니다. 

처음엔 가지치기가 너무 힘들었습니다. 파란 새순이 돋는 것 자체가 경이로움이었는데 그것을 잘라야 하다니, 이것도 살려고 나왔는데 굳이 그렇게 까지 해야 하나 하는 연민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나중에 깨달았습니다. 잘라 버리지 않으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을요. 잘림을 당하는 대상에게는 미안하지만 그렇게 해야 사는 길이니 어찌할 수 없는 일입니다. 

이런 연민은 잡초에게도 적용되었습니다. 한 번은 같이 잡초 뽑자고 아들한테 말했더니, 잡초도 생명인데 왜 뽑느냐고 말하더군요. 생명에 대한 존경심이 저리도 많았나 싶었습니다. 얼마 안 가 그 말이 일하기 귀찮아서 갖다 붙인 핑계라는 걸 알았습니다. 당시엔 아들 말이 설득력있게 다가와서 “그래 조화롭게 같이 잘 살아라” 했지만 며칠 못 가 후회했습니다. 잡초는 조화보다는 세력 확장이 우선인 듯했습니다. 끝내는 화초나 농작물이 먹어야 할 영양분까지 다 빼앗아 먹어서 정원과 농장을 망치게 만들었습니다. 결론은 잡초를 제거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잡초에 대한 정의를 찾아보았더니 “알아서 번식하는 잡다한 풀”이라고 하더군요. 이 말은 잡초에 대한 정의가 다분히 관리자 중심이라는 뜻입니다. 주인이 의도했던 장소와 시기에 자라지 않는 것은 잡초인 셈이고, 그것은 제거 대상이 됩니다. ‘잡초 이기는 농부 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매우 힘들다는 뜻인데 완전 공감합니다. 심고, 날마다 물 주고, 비료까지 주어야 하는 작물에 비해, 잡초는 심지도 않은 곳에서 잘 나고 번식력도 왕성합니다. 다 없앴다 싶은데 며칠 후에 살펴보면 여기저기 잡초가 눈에 가득합니다. 농사를 짓는 한, 잡초와의 전쟁은 운명과도 같습니다. 

잡초 제거를 몇번 하다가 명심하게 된 사실이 있습니다. 잡초는 깎아서는 안 됩니다. 뿌리를 뽑아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뽑는 데 그치지 말고, 잡초가 뽑힌 그 자리에 약품 처리까지 해서 혹시나 있을 잔뿌리의 재생을 막아야 합니다. 땅위에 드러난 줄기보다 땅속에서 뿌리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또 씨앗이 바람에 날려 여기저기 뿌려져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민들레 제거는 좀비를 없애는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물론 민들레차를 만들어 마시는 신박한 농부들도 있지만요. 

깎기와 뽑기, 텃밭을 가꾸며 생각하게 된 두 단어는 인생과 영혼의 관리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농부이시고 피조물은 밭의 생물들입니다. 동시에 우리도 농부이고 우리의 마음밭에는 생물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깎이는 대상이 될 것인가 뽑히는 대상이 될 것인가? 

우리는 알아서 피어나고 번식하는 생물이 아니라 계획과 의도속에 심긴 작물입니다. 가끔 가지치기를 당하는 아픔을 겪지만, 그 과정을 거쳐야 우리도 건강해지고, 우리를 통해 맺히는 열매도 누군가를 이롭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뽑혀야 할 것은 반드시 뽑혀야 합니다. 적당히 처리했다가는 후에 올무가 되어 다 망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을 해야 할지 잘 분별해야겠습니다.  

* 편집자 주 :  곽성환 목사는 매일 아침 큐티 방송 <일일Ten>을 유튜브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