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산맥

첩산중 미송과 백향목이 뒤섞인 울창하고 조용한 숲 속을 시원하게 내달리는 고속도로 가에 널찍한 공터가 나오고, 나이가 들어 보이는 아담한 가게가 자리 잡고 있다. Convenience store 그야말로 이 지역 주민을 위한 편의점이다.

몇 에이커 땅을 깔고 앉아 있는 집들이 숲 속에 간간이 숨어 있는 그야말로 한가롭고 여유로운 시골 풍경이다. 집 한 채 보이지 않아도 60마일로 내달리는 길가에 우체통이 군데군데 세워져 있고 그 옆에 있는 drive way를 따라 들어가면 시원하게 트인 공터에 숲 속의 주택이 나타난다. 자유분방하고 사생활을 중요시 여기는 생활공간인 것 같다.

내가 이 지역으로 1 년 반 전에 이사 와서 편의점을 운영하게 되었다. 가게가 3천여 평의 대지 위에 널찍한 주차 공간을 가지고 있어서 이 지역 주 산품인 목재를 싣고 다니는 대형 트럭들이 마음 놓고 드나들 수 있어서 많이 이용한다. 이곳에서 가까운 타운까지 25마일, 100리 길이나 되어 웬만한 것은 우리 가게에서 해결하기 때문에 많은 종류의 물건들을 갖추어 놓았고, 어떤 손님들은 우리 가게에 little be everything 있다고 좋아한다.

가게 뒤에는 조그만 살림집이 딸려 있어서 얼마나 편리한지 모른다. 2.5에이커 우리 땅만 말끔히 정리되어 있고, 사방을 둘러싼 하늘을 찌를 듯이 울창한 숲은 몇 시간을 달려도 끝이 없고 두세 시간 가면 사계절 하얀 눈을 머리에 이고 있는 거대한 Olympic mountain이 위용을 자랑하고 서있는 험준한 산악 지역이다.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목재는 곧고 질이 좋아 미국 전역은 물론 해외 여러 나라에까지 수출되고 있다. 산에서 출토되는 각종의 토산품들은 풍성하고 다양하다. 봄에 돋아나는 고사리를 비롯한 여러 종류의 산나물과, 가을에 접어들면서 각종 버섯 종류가 다양하게 솟아오른다. 오소리, 사슴, 엘크, 들개, 쿠거, 검은 곰까지 다양한 야생동물들이 우글거리는 숲 속은 한낮에도 덩치 큰 개를 앞세우지 않고 가기가 두렵다.

사냥철이면 손님들이 자기가 사냥한 동물의 사진을 찍어가지고 와서 가게 한편에 마련된 사진을 전시하는 곳에 걸어달라고 부탁하기도 한다. 산간 마을의 인심 좋은 단골 손님들이 종종 사냥한 고기와 각종 생선을 가져다 주기도 하여 진귀한 맛을 즐기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손수 잡은 곰 고기를 가져왔는데 그 맛은 일상적으로 먹는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교할 수 없는 독특한 맛이 있다. 주위에 있는 연어 낚시터는 워싱턴 주의 손꼽히는 낚시터로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루기도 하는데 가져다 주는 생선을 다 먹지 못하여 가까운 사람들과 나누어 먹기도 한다.

나는 각종의 나무들을 심고 키우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나 아내는 무성하고 무질서한 나무들을 베어내는 것을 좋아한다. 우리 땅의 경계에는 잡목들이 울창하게 우거져 있는데 아내가 동네 청년들에게 부탁하여 경계선을 따라 큰 나무들을 베어냈다. 잔가지들은 모아서 불태우고 일정한 길이로 잘라서 빠개놓으니 산더미를 이룬다. 가지런히 정리하고 비닐로 덮어 놓고 몇 개월을 말렸더니 훌륭한 땔감이 되었다.

주위에는 바닷가, 호수 그리고 강가에 수많은 캠핑장이 산재하여 있어서 Camp Fire를 하기 위하여, 또 겨울에는 난방용으로 장작이 꾸준히 팔린다. 무더운 여름 주말에는 장작을 단으로 묶어서 상품으로 만들기 바쁘다. 처음 나무를 베어서 대충대충 장작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에 상품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뒤뜰에서 손수레로 운반하여 도끼를 이용하여 빠개기도 하고 적당한 크기의 단으로 만들기 위해서 땀을 많이 흘려야 한다.

그 많은 나무들을 상품 가치가 있는 장작으로 만들다 보니 도끼질하는 것이 생각대로 잘 되지 않고 힘들다. 무더운 7~8월에 땀으로 목욕하며 도끼질을 하다 보니 영락없는 나무꾼이 되었다. 나이가 들면서 무서워지는(?) 아내의 서슬에 그림 좋은 선녀와 나무꾼이 아니고 나무꾼과 호랑이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코로나바이러스로 온 세계가 힘들어하는데 이렇게 부지런히 땀 흘려 일하며 건강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은혜가 무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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