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 지도자가 자신의 교회 안에서 바른 성경적 역할이 무엇인가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영적 지도자에게 성경적 리더십을 기대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경적 리더십은 세상적 리더십과 전혀 다르다. 결론부터 말하면 성경적 리더십은 주관자 리더십이 아니라 조력자 리더십이다. 그럼에도 교회 안에서 가장 기본적인 리더십조차 제대로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게다가 교회 안에서 세상적 리더십으로 인해 야기되는 악영향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이다.

그러면 주관자 리더십과 성경적 개념의 조력자 리더십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주관자 리더십은 별도의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 말 그대로 리더가 모든 것을 인도하고, 모든 것을 책임지고, 모든 것을 좌지우지하고, 교회의 구성원들은 그런 리더에게 철저히 순종하는 것이다. 이것이 과연 성경적인 리더십일까.

성경적 리더십은 주관적 리더십이 아닌 조력자 리더십을 말한다. 조력자 리더십, 즉 교회의 영적 지도자의 역할은 하나님과 하나님의 양 무리의 관계를 바르게 맺어 주는 역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조력자 리더십은 자기 부인의 리더십이며 자기 부정의 리더십이다. 영적 지도자가 자신에게 초점을 두거나 자신이 중심이 되면, 조력자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다. 자신이 중심이 되는 순간, 그는 조력자가 아니라 주관자가 되어, 세상의 정치 지도자와 다름 없는, 이름뿐인 영적 지도자, 허울뿐인 영적 지도자로 전락하게 된다. 구약의 사울 왕처럼.

조력자 리더십은 오직 하나님과 하나님의 양 무리에게만 집중한다. 그 자신은 그 속에 끼어들 공간을 허락하지 않고 끼어 들어서도 안 된다.

조력자 리더십의 대표적인 모델은 세례 요한이다. 세례 요한은 오직 예수님에게만 집중하고, 또 사람들이 오직 예수님에게만 집중하도록 했다. 이를 위해 그는 철저히 소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의미만 전달하고 본인은 형체도 없이 사라지는, 사람들에게 예수님만 전해 주고 사라지는 조력자 리더십을 보여 주었다.

이 리더십이 교회의 모든 영적 지도자들이 갖기 원하는 리더십이다. 조력자 리더십을 상실하고 주관자 리더십, 세상의 여느 정치 지도자나 세상 왕들이 행사하는 그런 인본적 리더십, 반성경적 리더십을 가지게 됨으로써 교회의 대부분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평소 교회를 섬길 때 철저한 조력자 리더십으로 하나님과 하나님의 양 무리들을 섬겼다면, 설령 교회 사역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는 위치에 있게 되더라도 왜 나를 몰라 주느냐며 허탈감과 공허감에 시달리지는 않을 것이다.

이 조력자 리더십은 사도 바울이나 모든 사도들에게서 나타나고, 그들의 서신 속에 그대로 나타나며, 무엇보다 예수님 자신이 이 조력자 리더십의 모델을 보여 주셨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예수님께 집중하도록 하지 않으셨다. 예수님은 사람들을 오직 하나님 아버지께 집중하도록 하셨다. 그런 점에서 예수님은 철저히 자신을 부인하셨다.

예수님도 이렇게 조력자 리더십의 본을 보이셨는데 왜 교회 안에서는 이런 조력자 리더십이 아닌 주관자 리더십이 성경적 리더십인 것처럼 받아들여지고, 그렇게 하는 것이 카리스마 있는 것처럼 비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는 걸까?

영적 지도자가 입으로는 교회의 주인도, 교회의 왕도 하나님이시라고 고백하고 외치지만, 실상은 영적 지도자 본인이 교회의 주인이요 교회의 왕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주인이시고 왕이신 하나님 앞에서 영적 지도자 자신이 교회의 왕이요 주인으로 살고 있는 영적 교만과 하나님 영광을 도적질하는 영적 도적질을 철저히 회개하지 않으면 결코 조력자 리더십은 발휘될 수 없다.

주관자 리더십에서 조력자 리더십으로 영적 지도자의 근본적인 전환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교회의 변화를 기대한다는 것은 어렵지 않을까? 왜냐하면 진정한 교회의 변화는 영적 지도자가 하나님 앞에서 하나님을 경외하고 하나님의 양 무리들을 사랑하는 균형잡힌 조력자 리더십, 자기 부인과 자기 부정의 리더십을 얼마나 발휘하는가에 영적 지도자의 성숙이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너희 믿음을 주관하려는 것이 아니요 오직 너희 기쁨을 돕는 자가 되려 함이니 이는 너희가 믿음에 섰음이라"(고후 1:24).

"이튿날 요한이 예수께서 자기에게 나아오심을 보고 가로되 보라 세상 죄를 지고 가는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내가 전에 말하기를 내 뒤에 오는 사람이 있는데 나보다 앞선 것은 그가 나보다 먼저 계심이라 한 것이 이 사람을 가리킴이라"(요 1:29,30).

"예수께서 가라사대 내가 곧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니 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로 올 자가 없느니라"(요 14:6).

과거 영적 교만 속에 하나님의 양 무리의 주관자가 되어서 생활했음을 회개합니다. 하나님을 경외하며 하나님의 양무리를 사랑하여 그들이 하나님을 사랑하고 경외하도록 돕는 영적 조력자의 삶을 살도록 성령님, 날마다 겸손의 영을 덧입혀 주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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