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자이자 목회자인 윌리엄 윌리몬 목사님은 자신의 책 「신학과 목회실습」이라는 책에서 사역 초기에 경험했던 사건 하나를 소개합니다. 윌리몬 목사님은 어느날 한 성도가 아기를 출산했다는 소식을 듣고, 곧바로 병원으로 달려갔습니다. 병실로 들어가 보니 산모가 아기에게 문제가 있다는 불길한 통보를 받고 의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에 의사가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산모와 아기 아빠에게 아기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태어났으며, 호흡기 질환도 동반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을 이었습니다: “아기를 위해 다른 치료를 하기보다, 가만히 내버려두는 쪽을 추천합니다. 그러면 며칠 안으로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겁니다.” 부부가 의아해 하며, 치료를 해야지 왜 가만히 내버려두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의사는 안타깝다는 눈으로 부부를 바라보며, 아이가 다운증후군을 가진 채 성장하면 얼마나 가정적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될 것인지, 그리고 그런 자녀를 둔 부부의 이혼률이 얼마나 높은 지에 대한 연구 결과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래서 아기를 자연스럽게 죽도록 내버려두는 쪽을 추천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부부는 어떤 샌택을 했을까요? 물론, 의사의 권고를 무시하고, 다운증후군인 아이를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선물로 여기고 믿음으로 양육하기로 결단했습니다. 그리고 사랑과 기도로 아이를 양육했습니다.

1986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 엘리 위젤은 헝가리 계통의 정통 유대가정에서 태어난 사람입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수용소에 수감되었을 때, 부모와 여동생 세 명을 한꺼번에 잃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홀로 살아남은 그는 홀로코스트의 처참했던 실정을 기록한「Night」라는 책을 저술합니다. 그 책에서 그는 그때 당시의 심경을 이렇게 밝힙니다: “나의 모든 믿음을 집어삼킨 그 불꽃들을 절대로 잊을 수 없다. 하나님과 내 영혼이 살해되고, 나의 꿈이 한 줌의 재로 변했다. 나는 그 순간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부모와 친지, 그리고 이웃들이 재로 변해가는 현장에서 엘리 위젤은 신앙도 버리고 미래도 버리고 꿈도 버렸습니다. 그 불꽃 속에서 하나님을 향한 신앙도 태워 없앴습니다. 그리고 그는 평생 무신론자로 살아갑니다.

1966년부터 1995년까지 프린스턴 신학교의 성경신학 교수를 지낸 크리스티안 베커 역시 베를린 나치 수용소에 끌려가 노예처럼 혹사당하며, 엘리 위젤이 겪은 고통과 유사한 고통을 겪으며 살다가 결국 살아남습니다. 그런데 그는 그 고통의 현장에서 신앙을 태워 없앤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독교 신학자가 되기로 결심하고 진정한 신앙인으로 탈바꿈합니다. (「Suffering and Hope」J. Christiaan Beker)

서두에서 언급했던 다운증후군으로 태어난 아이를 죽도록 내버려두라는 의사와 2차세계대전 당시 참혹한 고통의 현장을 통해 자신의 신앙을 없애 버린 엘리 위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반면에, 아이를 죽도록 내버려두라는 의사의 권고를 뒤로 하고 아기를 주신 하나님께 오히려 감사하며, 그 아이를 하나님의 특별한 선물로 여겼던 부부와 참혹한 나치 수용소에서 오히려 하나님을 향한 믿음을 더 곤고히 했던 크리스티안 베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똑같은 상황을 두고, 한쪽은 불행을 생각하며 아이를 버리라고 말했고, 다른 한쪽은 그 아이를 보며 하나님을 생각했습니다. 똑같은 고통의 현장에서 한 사람은 하나님을 불태워 없앴고, 다른 한 사람은 하나님을 향한 신앙을 더 굳건히 했습니다.

무슨 말입니까? 우리의 믿음은 환경 때문도 아니고, 고통의 크기 때문도 아니라는 말입니다. 환경이 어떻든지, 믿음의 문제는 그 환경 속에 서 있는 당사자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환경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는지에 대한 당사자 개인의 의식의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그런데 성경은 어떤 환경 속에 있든지, 믿음을 잃지 않고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바라보는 사람을 가리켜 하나님의 자녀 또는 백성이라고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믿음을 가진 사람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은 그런 신앙을 가지고 있습니까? 하나님이 선물로 주신 그런 믿음을 소유하고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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