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송에 관한 원고를 부탁받고 많은 시간을 준비로 보냈습니다. 막막하고 답답해서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라 앞이 캄캄해졌다는 사실을 고백하고 이 글을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장손 가문의 선조께서는 유학 서당 훈장님이셨고, 갓 쓰고 망간을 겹쳐 쓰시고 긴 담뱃대를 든, 늘 근엄하고 진지한 양반이셨습니다. 그래서 선택의 여지 없이 호롱불에 뒷마당 우물을 마시면서 할아버지가 돌아가실 때까지 천자문을 익혀 아직도 몇 구절을 흥얼거릴 수 있으니 모두가 할아버지 덕분이 아닌가 합니다.

초등학교 입학 직전에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서 저희 한문 훈련도 끝이 났고, 보통 친구들처럼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고등학교까지 별 어려움 없이 진학했습니다. 
고등학교 때 영어 공부를 한답시고 YMCA의 HBF(High School Bible Fellowship)에 참석하면서부터 엄청난 도전과 함께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가깝게 지내던 반 친구로부터 성경과 찬송가 세트를 선물 받고, 몇 번씩이나 거절하다가 청에 못 이겨 마지못해 끌려가서 생전 처음 교회의 분위기를 접했습니다. 
갓 결혼하고 새로 부임해온 미국인 선교사 부부, 20대 초중반 정도였을 풋풋한 새내기들, 깨끗하고 아름다운 그들의 사랑과 헌신은 나뿐 아니라 HBF 학생 모두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변화를 끌어내기에 충분했습니다. 

체육관에서 함께 뛰며 놀아 주고, 강의실에서 공부할 때면 영어 단어의 발음을 하나하나 또박또박 만족할 때까지 수없이 반복하고, 학생들이 지루해 하고 피곤해 보이면 영어 찬송을 가르쳐 주셨는데, 한참 그리스도의 사랑을 느끼고 터득하며 푹 빠져들던 터여서, 모든 것들이 어찌나 새롭고 달콤했던지, 학교 끝나기가 무섭게 뛰어가서 HBF 친구들과 어울리다가 저녁 늦게 집에 돌아가기 일쑤였습니다.

그때 배웠던 찬송, 난생 처음 불러본 찬송은‘All the way my Savior leads me(나의 갈 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였습니다. 가사와 곡조도 내 마음을 울렸지만, 오르간에 앉아 열성을 다해 주셨던 여자 선교사님의 음성이 아직도 내 귀에 들리는 듯하고 그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생애 최초로 가장 큰 영감을 받았던 그 찬송가는 지금도 마음이 힘들 때 어김없이 부르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찬송가 중의 한 곡입니다.

대학에 진학한 뒤에도 계속 교회에 다녔고, 2학년이 되던 해 예수 그리스도를 인격적으로 만나 구주로 영접했으며, 찬송가 가사대로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심’을 믿고 따라가게 되었습니다. 공학을 공부하던 나의 발길을 돌리게 한 것도, 경영학을 마치고 신학교로 발길을 잡아끈 것도 모두가 하나님의 은혜요 한량없는 사랑의 인도하심입니다.

후에 이 찬송가를 작사한 패니 크로스비가 앞을 못 보는 장애인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이 찬송을 더욱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자신은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나의 갈 길을 나의 구주가 인도하시니’라는 찬송을 크로스비가 부를 수 있었던 것은 그녀의 마음에 그녀의 삶을 이끌어 주시는 구주 예수 그리스도가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서 하늘나라의 영광을 버리고 세상에 오셔서 험하고 무서운 십자가를 지신 메시아 예수 그리스도!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부르는 나의 찬송, ‘나의 갈 길 다 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All the way my Savior leads me)!’의 영어 가사와 우리말로 번역한 가사가 약간 달라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은혜로운 찬송을 통해 구주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오늘도 나의 갈 길을 인도하십니다!

All the way my Savior leads me, What have I to ask beside? / Can I doubt His tender mercy, Who through life has been my  Guide? / Heav’nly peace, divinest comfort, Here by faith in Him to dwell! / For I know, whate’er befall me, Jesus doeth all things well; / For I know, whate’er befall me, Jesus doeth all things we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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