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육신의 감옥에 갇혀 살았지만, 그 영혼은 누구보다도 자유로웠으며"

 

새삼스럽게 언급할 필요도 없겠지만,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은 유기적으로 얽혀 있다.  그것은 마치 우리 몸의 모든 기관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서, 한 기관이 그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몸 전체가 영향을 받는 것과 같다 하겠다. 

혹자는 자기가 이 세상에 존재함으로 본인이 태어나기 전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남기고 떠나고 싶다고 했다.  이 말은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세상을 떠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사실 모든 건전한 예술 활동의 궁극적인 목적도 타인의 인생을 좀 더 풍요롭게 하는 데 있다고 하겠다. 

만일 모든 사람들이 주위를 돌아보지 않고 자기 중심적(self-centered), 자기에게만 함몰된(self-absorbed) 삶을 살아간다면, 이것은 마치 윤활유 없이 기계를 작동하는 것과 같아서, 각종 균열, 갈등, 파괴의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모든 인간은 태생적으로 이기적인데, 주위에 이타적 삶으로 선한 영향력을 끼치며 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음은 삶의 큰 기쁨이요 도전이다.  타인에 대한 영향력은 바이러스나 박테리아처럼 주위 사람들을 빠르게 감염시켜  그 영향이 증폭되는 특징이 있다. 

한국일보에 몇번 소개된 바 있는 Y 형제는 23세때 자동차 사고로 전신마비가 되었고 꼼짝할 수도 없는 몸으로 29년을 요양원에서 살다가, 그렇게도 가고 싶어하던 집으로 들어가서 사랑하는 가족들과 꼭 2주를 보내고 최근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40여 년 동안 장애인 사역을 하며 Y 형제와 교제했던 K 목사는 그의 추모시에서 “네가 장애인이 되던 날 나도 함께 장애인이 되었다.  그러나 눈을 떠 나를 엄마라고 불러만 주면 평생 그렇게 살아도 좋겠다고 기도했다”라고 사고 당시 어머니의 그 애절한 마음을 그리고 있다.  또한 K 목사는 장례예배시 기도에서 “거대한 장애라는 도전에 불평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하나님 은혜의 줄을 붙잡고 끝까지 올라가 마침내 하나님께서 주신 사명의 산 정상에 올랐다.”라고 그의 삶과 죽음을 그렸다.

그는 실로 위대한 믿음의 사람, 사랑과 배려와 겸손과 인내로 채워진 승리의 삶을 살았다.  비록 육신의 감옥에 갇혀 살았지만, 그 영혼은 누구보다도 자유로웠으며, 그를 아는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진정한 믿음의 능력이 무엇인지 보여 주는 선한 영향을 끼치고 떠났다.  그 불편한 몸으로 시집과 수필집을 출간하고, 장래의 문서 선교를 꿈꾸며 온라인으로 신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아이티의 가난한 고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선교사를 뒤에서 조용히 도왔다.  그는 마지막 떠나는 길에 남긴 유언에서도 조의금 일체를 자기가 돕던 선교사에게 보내달라는 부탁을 남겨 우리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더 나아가 자기의 장기를 기증하고, 남은 육신은 의과대학 연구실에 연구용으로 기증하라는 유언을 남겼다.  실로 자기의 모든 것을 남을 위해 다 내주고 떠난 그는,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주신 예수 그리스도의 삶과 죽음을 연상케 한다.

히브리서 기자가 아벨에 대해  기술한 “그가 죽었으나 그 믿음으로써 지금도 말하느니라”라는 말씀처럼, 그는 죽음을 통해서도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비록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육신의 고통과 제한 가운데 살았지만, 그의 삶은 누구도 흉내내기 어려운, 아름다운 승리의 삶이었음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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