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같은 사람까지 나서서 지도자론을 이야기한다는 게 쑥스럽다. 다가오는 미국 대통령 선거를 염두에 두고 쓰는 글은 아니다. 나는 선거권도 없는 사람이다.  한국의 지도자를 이렇다 저렇다 평가하는 것도 분수에 안 맞아 보인다. 게다가 한국 떠나 살고 있는 입장에서, 한국에 세금도 안 내는 사람이 단지 내 마음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지나치게’ 흥분하고 훈수를 두는 것이 옳은가라고까지 생각하는 사람이다. 적어도 아직은 한국 정치에 소명을 받은 게 아니어서 말이다. 

다만 요즘 묵상하고 있었던 신명기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그동안 친숙하게 지냈던 모세에 대한 느낌과 생각을 나누고 싶다. 모세와 같은 지도자를 만나는 국민은 복되다 생각하면서 말이다. 

첫째, 모세는 하나님을 만나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진 사람이다. 인생의 후반전에 그는 하나님을 만났다. 호렙산에서의 하나님 체험, 즉 신앙의 시작은 평범하게 나그네 인생으로 끝날 수도 있었던 그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다. 표적과 대화를 통해 그는 자아정체성과 역사관과 사명감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하나님은 모세에게 고통당하고 있는 민족을 위해 해야 할 일이 있음을 확인시켜 주셨고, 그것이 이제부터 모세가 살아야 할 이유와 목적이 되었다. 하나님에 의해 목적과 사명의식을 깨달은 모세 같은 지도자를 구해 본다. 

둘째, 권능(능력) 있는 지도자였다. 지도자는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이 아니라 해결하는 사람이다. 모세는 해결 능력을 가지고 있었고, 그가 이미 가지고 있는 것들에 사명감이 더해져서, 즉 하나님이 함께하심으로 빛을 발하게 되었다. 그는 대제국 이집트의 바로 앞에 당당히 서서 바로의 허락을 받아낸다. 진퇴양난의 홍해 앞에서, 광야의 목마름과 배고픔 속에서, 적들의 비협조와 공격 속에서 능력을 발휘하여 따라나온 이들을 구원했다. 

무엇보다 이스라엘 민족 공동체의 정체성을 “하나님 백성”으로 자리매김했고, 혼돈과 무질서의 문제를 법과 제도를 만들어 해결했다. 말과 구호가 아니라, 결과로 증명하는 지도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셋째, 모세는 온유와 순종의 사람이었다. 40년 동안 모세를 괴롭힌 사람과 사건들이 많았다. 지도자의 자리가 얼마나 압박감이 크고 외로운 자리인지 모세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장 가까운 사람들로부터 지도력을 위협받았다. 백성들의 호응은 기대치에 한참 모자랐다. 하지만 모세는 분노보다 인내와 경청의 자세를 보여 주었다. 백성들의 무지와 조급증에 대해서는 기다림과 변호를 선택했다. 

무엇보다 모세는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를 알고 이를 받아들였다. 출애굽의 지도자가 가나안 정복의 지도자도 되어야 한다고 고집하지 않았다. 바라기는 했지만, 안 된다는 것을 알자 겸허히 순종했다. 이스라엘 민족은 그를 신처럼 여겼지만, 그는 신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배웠다. 그는 죽어서도 신이 되지 않았다. 그의 무덤을 사람들이 알지 못하게 된 것도 우상화, 신격화를 무산시킨 사건으로 보인다. 권위는 세우되 우상이 되는 것을 단호히 거부하는 지도자를 지지하겠다. 

넷째, 모세는 다음 세대가 꿈을 품고 그 꿈을 이루어갈 수 있도록 계속 동기를 부여하고 비전을 심어 주었다. 이를 위해 모세는 다음 지도자를 길러낸다. 여호수아와 갈렙의 후보자군에서 최종적으로 여호수아를 준비시켜 비전의 성취를 위임한다. 모든 일을 다하려고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지도자의 자리에는 ‘임기’가 있다. “시대적” 사명을 잘 감당하면 성공한 지도자가 아니겠는가? 내려올 때를 아는 지도자이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모세는 완전한 지도자의 예표가 된 사람이다. 그 자신이 완벽한 지도자는 아니었지만, 그가 추구한 삶의 방향과 자세는 사람들에게 꿈을 갖게 해주기에 충분했다는 의미이다. 모세를 보면서 완벽한 지도자의 꿈을 갖게 되었다는 것, 앞으로 메시야(완벽한 구원자)가 나타난다면, 바로 모세와 같은 사람일 것이라는 희망을 주었다는 것이 얼마나 귀한 일인지 모른다. 

현재 그리고 앞으로 선출될 대통령이 완벽한 대통령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그를 통하여 완전한 대통령이 언젠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고 희망을 가지게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이야말로 희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각오로 다시 지도자를 위해 기도해야겠다. “모세 같은 지도자를 우리에게 주소서!” 

* 편집자 주 :  곽성환 목사는 매일 아침 큐티 방송 <일일Ten>을 유튜브로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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