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영이란 한국 이름을 가진 세라는 고등학교때 치어리더 단장을 했을 만큼 발랄하고 예쁜 스물 일곱의 청춘이다. 할머니가 한국분으로 half Korean이다. 언제나 예쁘기만한 세라는 가끔씩 단정치 않은 모습으로 짜증을 내곤 했다. 

어느날 세라는 무릎을 감싸쥐고 들어오면서 밴드부터 찾았다. 밴드를 건네 주며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오는 중에 돌뿌리에 걸려 넘어져서 피가 난다고 했다. 세라는 계속 돌뿌리 탓을 하며 화를 냈다. 그날도 세라는 헝클어지고 짜증으로 골이 잔뜩 난 모습이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세라는 정체성의 혼란을 겪었던 고교 시절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고 한다. 할머니 손에 자라서 한국말도 제법 잘하는 세라는 고등학교때 시작한 마약을 여전히 끊지 못하고 그 예쁜 청춘을 마약의 노예로 살고 있었다. 

근래에 법 개정으로 오락용 마리화나를 쉽게 구할 수 있게 되면서, 생각지 않았던 손님에게서 마리화나 냄새가 날 때에는 당황스럽기도 하다. 세라는 자기를 걸려 넘어지게 한 돌뿌리가 전 남자친구 같다며 화를 멈추지 않았다. 정체성 혼란으로 괴롭던 시절에 사귄 남자 친구가 권한 마약이 자기를 망쳤다며 분노했다. 

일단 세라에게 물을 건네고 진정을 시켰다. 이런 쪽으로 전혀 경험이 없었던 나는 당장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했다. 그런데 마침 다음 손님으로 온 요한이 세라에게 말을 건넸다. “괜찮으시면 나랑 커피 한 잔 할까요?” 요한은 교회에서 사무를 보는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다.  세라도, 요한도 나의 오랜 고객이라 소개를 해주고 나는 뒤로 물러섰다.

며칠 후 요한은 맡긴 옷을 찾으러 와서 세라와 친구가 되었다고 전했다. 요한의 교회에는 알콜중독자를 비롯해 중독자들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마침 요한이 마약 중독 프로그램의 담당자였던 것이다. 마약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세라의 의지가 강하고 중독이 아주 심하지 않아서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했다.

요한이 담당한 프로그램의 제목은 ‘걸림돌을 디딤돌로’였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진 경험이 있는 세라는 프로그램을 쉽게 이해했다고 요한은 말했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졌지만, 그 돌뿌리를 디딤돌로 삼았다면 넘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더 안전하게 걸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상황 설명을 해준 다음, 마약을 세라의 인생에 걸림돌이 아니라 디딤돌로 바꾸는 프로그램 설계도를 제시하고 적극 돕겠다고 했더니, 세라가 울면서 꼭 좀 도와달라 했다고 요한은 희망에 차서 말했다. 

어느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세라의 모습이 예전보다 더 예쁘고 빛났다.  일 년 넘게 소식이 없었던 세라는 그렇게 멋진 모습으로 다시 왔다. 요한을 통해 가끔 소식을 들었지만, 요한은 언제나 웃으며 직접 만나 보라는 말만 했다.

세라의 인생에 기둥 하나가 우뚝 선 얘기를 숨죽이고 듣는데 내 몸의 세포들이 아우성을 쳤다. 옛 기억에 몸이 반응하고 있었다.

“야곱아! 이스라엘아! 
내가 너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내 것이라”

내 것이라며 불러 주셨을 때 비로소 주님께로 와서 주님의 자녀가 되었던 그 순간을 기억할 때마다 나는 그때의 상태로 돌아간다. 세라의 기둥 하나가 세라를 그런 의식의 세계로 초대했던 모양이다. 세라의 예쁜 얼굴은 어느새 온통 눈물 범벅이 되었고, 눈물과 콧물로 젖은 휴지들이 세라의 지난 아픔 만큼 쌓여갔다. 

요한은 세라에게 마약 끊는 법을 가르쳐 준 게 아니라, 세라의 인생에 기둥 하나 세우는 일을 도왔다.  그녀의 인생에 예수 기둥이 세워지자, 그녀의 삶을 괴롭히던 마약은 어느새 세라를 떠나고 없었다고 한다. 이전에는 세라의 영혼이 영양 결핍으로 까칠했더랬다. 이제 진정한 기쁨과 평안이 가득한 그녀의 얼굴은 더욱 아름다웠다. 

그동안 요한과 그의 아내 비버리는 세라를 손녀처럼 돌봐 주었다고 했다. 나는 마음 속에서 ‘세라 만세, 요한 만세, 하나님  만세!’를 외쳤다.  인간을 땅에 초대하기 위해 창조의 수고를 기뻐하신 천하만물의 주인 하나님 아버지의 집을 나갔다가 돌아온 세라를 진심으로 환영하고 축하한다.

“하늘에서는 영광! 땅에서는 기뻐하심을 입은 사람들 중에 평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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