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길을 모두 걷고 난 후에 나의 은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Essay on Spirituality

2020년 한 해가 저물고 있습니다. 올해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어느 때보다 위기의 한 해를 보냈습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때, 모세가 경험한, 특별한 하나님과의 만남을 함께 묵상하고자 합니다. 

출애굽기 33장에는 모세가 하나님을 대면하는 이야기가 나옵니다(출 33:17-23). 이 장면은 이스라엘 백성들이 하나님께 불순종한 금송아지 사건의 위기를 넘긴 후 새로운 출발을 준비하는 가운데 등장합니다.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의 새 출발을 위해 하나님이 함께 해주시겠다는 약속의 확인을 간구합니다. 모세가 하나님의 확인을 구하는 것을 그의 기도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모세가 이르되 원하건대 주의 영광을 내게 보이소서”(출 33:18). 이 기도는 이런 뜻입니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보여 주소서. 하나님이 우리의 삶에서 일하고 계시는 흔적을 보여 주소서.” 모세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하나님이 함께하심을 눈으로 보게 해달라고 기도합니다. 

 

“나의 선한 것을 네 앞으로 지나가게 하리라”
     
모세가 “주의 영광을 보여 주소서” 라고 기도했을 때, 모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두 가지 응답을 듣습니다. 첫 번째 응답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약속입니다. “여호와께서 이르시되 내가 내 모든 선한 것을 네 앞으로 지나가게 하고, 여호와의 이름을 네 앞에 선포하리라 나는 은혜 베풀 자에게 은혜를 베풀고 긍휼히 여길 자에게 긍휼을 베푸느니라”(출 33:19).

우리에게 은혜와 긍휼을 베푸시는 하나님이 우리 앞으로 당신의 선한 것을 지나가게 하신다고 말씀합니다. 참 귀한 말씀입니다. 우리의 삶의 길에는 하나님의 선한 것이 지나갑니다. 때로는 그 길이 험할지라도, 때로는 그 길이 어디로 나아가는지 모를지라도, 하나님께서 우리의 앞길에 선한 것을 지나가게 하실 것이라고 약속합니다.

우리는 때로 하나님의 선한 것이 지나가는 것을 깨닫지 못합니다. 실패와 절망과 다툼의 모습만 보일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삶에서 경험한 것이라고는 우울, 평범, 실패와 좌절 뿐인데, 어떻게 내 삶에 하나님의 선한 것이 지나갔다고 말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모든 실패와 좌절의 경험 속에 하나님은 당신의 선한 것을 숨겨두십니다. 우리는 하나님의 선한 것이 내 삶에 지나감을 신뢰하면서 나아가야 합니다.

다윗은 시편 23:6에서 이렇게 고백합니다. “내 평생에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나를 따르리니 내가 여호와의 집에 영원히 살리로다.” 

다윗은 평생 동안 하나님의 선하심과 인자하심이 반드시 자신을 따를 것이라고 고백합니다. 이것이 최고의 축복입니다. 나의 뒤를 돌아보면 하나님의 인자한 사랑이 서있고, 내 인생길을 돌아보면 하나님의 선하신 은혜가 항상 뒤따르고 있습니다. 내 뒤에는 하나님이 준비해두신 은혜가 언제나 있습니다. 하나님의 사랑과 선하심이 항상 내 뒤를 따라다니기에 나의 삶에는 부족함과 두려움이 없습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은 모세의 기도에 대한 최고의 응답입니다. 

비록 앞으로 걸어갈 길이 어떠할지 알지 못해도, 모세는 적어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신앙인의 삶입니다. 신앙인은 “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믿고 가는 사람들”입니다. 하나님의 선하심이 우리의 모든 길에 지나갈 것을 믿기에 우리는 새로운 삶의 길을 걸어갈 수 있습니다.

“네가 내 등을 볼 것이요”
    
새로운 시작을 앞두고 “주의 영광을 보여 주소서” 간구하는 모세에게 하나님은 두 번째로 응답하십니다. “내 영광이 지나갈 때에 내가 너를 반석 틈에 두고 내가 지나도록 내 손으로 너를 덮었다가 손을 거두리니 네가 내 등을 볼 것이요 얼굴은 보지 못하리라”(출 33:22-23). 하나님은 모세에게 하나님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등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씀합니다. 인간인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의 등을 보는 존재입니다. 

하나님의 등을 본다는 말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습니다. 첫째, 하나님은 우리가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는 신비라는 사실입니다. 하나님의 얼굴을 본다는 것은 하나님을 완전하게 이해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피조물인 우리는 창조자의 본질을 들여다볼 수 없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얼굴을 실제로 본다면, 감당할 수 없을 것입니다. 출애굽기 33:20은 하나님의 얼굴을 보면 살지 못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우리는 광대하고 초월적인 하나님의 얼굴을 볼 수도 없고, 설령 본다고 한들 감당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인간인 우리는 언제나 하나님의 등을 봅니다. 하나님은 우리의 생각으로 완전하게 파악할 수 없는 분, 하나님은 언제나 우리의 생각을 넘어 계시는 분입니다.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은 언제나 등을 보여 주시는 하나님을 겸손하게 따라가는 것입니다.  

둘째, 하나님의 흔적입니다. 우리는 하나님이 지나가신 후에 우리의 삶에 하나님의 흔적이 남는 것을 보게 됩니다. 피터 한스 콜벤바흐(Peter Hans Kolvenbach)는  이렇게 말합니다. “하나님은 모든 상황에서 끊임없이 우리 곁을 지나가고 계시며, 일단 그분이 지나가시고 나면 우리가 그분을 알아보도록 허락하십니다.”

이 말을 깊이 묵상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끊임없이 우리의 삶을 지나가시는데, 우리는 그분이 지나가신 후에 그분의 등을 발견합니다. 정작 내 삶에서 하나님이 일하실 때에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발견하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이 일하시는 모습은 때로 우리와 너무나 다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이 일단 지나가시고 나면, 우리는 하나님의 흔적이 우리의 삶에 남아 있는 것을 발견합니다. 하나님의 은혜의 흔적, 하나님의 선하심의 흔적이 우리의 삶에 남습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등을 보는 순간입니다.

지난 한 해 동안 우리의 삶은 많은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시간이 멈춘 듯했고, 어둠 속에 갇힌 듯했습니다.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인도하고 계시는지 느끼지 못할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난 후 우리는 올해를 돌아보며 하나님이 우리의 삶을 인도하고 계셨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에 하나님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어려움의 시간을 넘어가게 하신 하나님의 은혜의 흔적을 발견하고, 이 힘든 시간에도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하신 하나님의 선하심의 흔적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이 지나고 보게 될 하나님의 등에서 우리는 길을 잃어버린 듯한 이 시간이 사실은 하나님과 함께하고 있었던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모세의 기도에 이것보다 완벽한 응답이 있을까요? 이제 새롭게 걸어가야 할 길에 “주의 영광을 보여 주소서”라고 기도하는 모세에게 하나님은 응답하십니다. “네가 걸어가는 길에 나의 선함이 지나가게 하겠다. 너는 나의 등을 볼 것이다. 너의 길을 모두 걷고 난 후에 나의 은혜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신앙인은 하나님의 이 응답을 듣고 인생길을 담대하게 걸어갑니다. 비록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이 잘 보이지 않을지라도 하나님의 선하심이 함께할 것을 믿으며, 나중에 이 길에 함께하신 하나님의 등을 발견할 것을 신뢰하며, 하나님과 함께 길을 걸어갑니다. 2020년 한 해 동안 함께하신 하나님의 흔적을 발견하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신뢰하며 걸어가는 2021년이 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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