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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와 '처용의 탈'
김학천 수필가, 치과의사  |  younlee@logosmissio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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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0.11.26  06:4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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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 김학천 수필가, 치과의사

'서라벌 달 밝은 밤에/밤늦도록 놀고 지내다가/집에 돌어와 자리를 보니/다리가 넷이로다/둘은 내 것이네만/둘은 뉘 것인가/본디 내 것이건만/빼앗긴 것을 어찌하리'. 신라 향가 처용가다.

신라 헌강왕이 동해안 물가에서 쉬는데, 갑자기 구름과 안개가 자욱해져 길을 잃었다. 천문을 읽는 신하(日官)가 말하길 '이것은 동해 용의 조화이니 좋은 일을 베풀어야 할 것'이라 했다. 이에 왕이 근처에 절을 세우게 하자 동해용이 기뻐하여 아들 일곱을 거느리고 왕 앞에 나타나 덕을 찬양하여 춤추고 음악을 연주했다.

그 중 한 아들이 왕을 따라가 정사를 도왔는데 그가 처용(處容)이다. 왕은 처용에게 벼슬을 주고 미녀를 아내로 주었다. 헌데 그녀가 너무나도 아름다웠기 때문에 역신(疫神)이 흠모하여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해 밤에 몰래 그의 집으로 가 동침했다. 이 때 처용이 밖에서 돌아와 잠자리에 두 사람이 있는 것을 보고는 춤을 추며 노래 부르고 물러났다 한다.

그러자 역신이 모습을 드러내고 처용 앞에 꿇어앉아, '내가 공의 아내를 사모하여 범하였음에도 공은 노여움을 나타내지 않으니 감동했습니다. 이후부터는 공의 얼굴이 있는 곳이면 들어가지 않겠습니다'고 맹세했다. 이후 처용의 탈은 액막이의 상징이 되어 사람들은 처용의 모습을 그려 문에 붙여 역병과 사기(邪氣)을 물리치게 했다고 하는 얘기다.

1300 여년이 지나 대역병이 휩쓸고 있는 지금 처용의 탈이 마스크로 바뀐 셈이지만 역신은 물러 서지 않는 모습이다. 마스크는 아예 늘 쓰고 다녀야 하는 생필품으로 자리잡았다. 해서 마스크를 쓴 인간을 일컫는 '호모 마스쿠스(Homo maskus)' 라는 말까지 나온 지경이 되었다.

그렇다고 마스크가 전부는 아니다. 왜냐하면 마스크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효과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제대로 사용하지 않으면 써봐야 아무 효과가 없다는 거다.

1. 우선 손을 잘 씻는 것. 마스크 쓰기 직전과 직후 20초 이상 비누로 꼼꼼히 씻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무심코 마스크와 얼굴에 바이러스를 옮기게 된다. 2. 마스크를 다룰 때 표면을 만져서는 안 되고 귀에 거는 고리만 잡아야 한다. 3. 주름 있는 마스크 경우 주름이 바깥쪽으로 나오게 하고, 주름 접힌 부분이 아래쪽으로 가도록 써야 한다. 좌우로는 양쪽 입 끝을 지나 최소한 1인치 이상 덮을 수 있어야 하고 아래쪽은 턱 밑부분까지 감싸야 한다. 4. 마스크는 실외에선 12시간까지는 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축축해지면 새것으로 바꿔야 한다. 5. 마스크를 차 안 이곳 저곳에 던져놓는 것은 절대 안 된다. 차 안에서 꼭 벗어야 하는 경우엔 봉지에 넣어두어야 하고 봉지는 표면에 세균 염려가 없는 상태로 깨끗하고 습기 없는 종이봉지가 바람직하다고 한다. 비닐봉지는 병원체 증식을 촉진할 수 있어서다.

그러고 보면 마스크가 액막이 외에도 데드 마스크(dead mask)처럼 영원히 기리고 싶은 이들의 인격을 표현한 얼굴이기도 한 것으로 볼 때, 처용의 너그러운 마음씨만큼 타인을 배려하고 공동체 모든 이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더 큰 사회적 포용력이 필요하지 않을는지?

편집자 주 : 김학천 수필가·칼럼니스트는 서울대학교 치과대학, USC 치과대학, Lincoln 법대 등을 졸업, 2010년 한맥 문학지에 신인 수필가로 등단했다. 현재 북미주 한국 문학인들의 모임인 미주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다양한 인생 경험과 인문학적 지식을 시대적 상황에 맞춰 쉽고 재미있는 칼럼에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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