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인생 나의 목회(6)

알래스카의 겨울은 유난히 길고 어두우며 눈이 많이 와서, 시간은 많은데 돈이 없고 운동량은 왕성한 청년들이 갈 데가 없었습니다. 앵커리지 지역에서 가장 활성화된 겨울 스포츠는 실내 축구였습니다. 각 교회와 단체들이 팀을 만들어 참가했는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축구를 좋아하는 청년들이 은혜와 평강 순복음 교회팀으로 축구를 할테니 후원을 해달라는 제안을 했습니다. 10월에 시작해 6개월 동안 매주 금요일 저녁에 하는 겨울 리그 참가비는 2,000불이었습니다. 

개척 교회인데다, 제가 일하면서 교회 건물 페이먼트를 감당하던 때여서 결단하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전도는 투자에 비례한다. 투자한 만큼, 준비된 만큼이다. 분명한 목적이 있으면 하나님께서 이루신다.’라는 믿음으로 청년들에게 투자했다. 먼저 믿은 부모 세대로부터 상처 받은 자녀 세대인 청년들에게 “교회가 좋은 곳”이라는 이미지를 회복시켜 주고 싶었습니다. 교회 재정이 넉넉지 않아 개인 크레딧 카드로 후원하면서 내건 조건은 딱 한 가지, 경기를 시작할 때와 끝날 때 경기장에서 기도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매주 금요 기도회가 끝나면 몇몇 뜻있는 성도님들과 함께 아이스박스에 물을 준비해 경기장에 가서 선수들의 안전과 팀워크와 승리를 위해 기도하고 응원하고, 경기가 끝나면 감사 기도를 하고 청년들을 교회로 데려와 삼겹살 파티를 하는 등 친교하며 6개월을 보냈습니다. 처음엔 성도님들이 전부 준비했지만 점점 젊은이들이 함께 친교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가끔 교회 나오라고 권유하면 “공은 차도 교회는 안 나온다.”는 대답뿐이었지만, “한 영혼이 주님께 돌아온다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마음으로 다음 해에는 두 팀(은혜팀, 평강팀)에게 4,000불을 후원했으며, 젊은 친구들에게 교회가 정말 좋은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데 성공했습니다. 청년들 사이에 ‘저 교회는 정말 좋은 교회’라는 인식이 심어졌고, 더 많은 청년들이 함께하길 원했습니다.

“공은 차도 교회는 안 나온다.”던 청년은 해를 넘기고 다시 연말이 되어 강권하니 송구 영신예배때 나오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하지만 송구영신 예배를 드릴 시간이 다 됐는데도 오질 않아 전화했더니,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 있어서 갈 수 없다는 거였습니다. 그래도 괜찮다고 그냥 오라고 했더니, 그 친구가 정말 교회에 왔습니다.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하나님께 영광을 올려드렸습니다.

훗날 들은 이야기지만, 그 청년은 자신이 술을 마셨다고 하면 다음에 오라고 할 줄 알았는데 목사님이 괜찮다고 그냥 오라고 말한데다가, 평소에 공을 차고 음식을 먹을 때는 왔지만 예배는 처음이라 성도들의 반응이 궁금했는데 모두가 반갑게 맞이하는 것을 보며“사랑 받는 느낌”을 처음 가졌다고 합니다. 또한 자발적으로 주일에 교회에 오는 청년들도 생겨났습니다.

그 중에는 믿다가 실족했던 친구들도 있었는데, 교회의 상황을 잘 알기에 솔선수범했으며, 다음해의 겨울 리그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세차, 잔디 깎기, 이삿짐 운반 등의 일을 하는 거였습니다. 그러는 사이 청년들은 하나님을 알고 교회의 사랑을 받았으니, 거저 받은 사랑을 나누자는 마음으로 교회 동생인 청소년들을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학교 수업이 끝난 청소년들을 픽업해서 도서관에 데려다 주기도 하고, 함께 놀아 주고, 공부도 가르쳐 주는 ASC(방과후 교실), 기타, 드럼, 키보드 등을 가르치는 음악 교실과 탁구 교실을 만들어 주중에도 늘 젊은이들이 교회를 찾아왔습니다.

금요일 저녁 축구를 하고 나면 교회 와서 식사하는 것이 코스가 되면서, 식사가 끝나도 청년들은 집에 가지 않고 교회에 남아 자기들끼리 놀았습니다. 교회 공간이 작아 외벽에 비닐 천막을 치고 공간을 만들어 탁구대를 놓았더니 그 추위에 탁구를 치고, 응원하던 자매들은 키보드를 가지고 찬양을 하는 등 교회에서 시간을 보내는 거였습니다.

“드럼 하나 사주었으면. 기타 하나만 사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이야기했고, 자기들끼리 연습해서 알래스카 교민들과 함께 몸과 마음의 추위를 녹이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했습니다. 연말에 앵커리지 주립대학 UAA 아트 빌딩 콘서트홀을 빌려서 작은 콘서트 “작은 교회 이야기”를 하겠다고 해서, 개척 3년차의 재정적 어려움은 있었지만, 악기를 구입하고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러자 청년들은 10월부터 서로 시간을 맞춰 교회에 모여 연습하며 각자의 달란트대로 현수막과 순서지를 준비하고, 홍보도 하더니, 2008년 12월 20일 저녁에 “청년들은 환상을 보며”(행 2:17)라는 주제로 공연을 했습니다. 청년들은 열심히 준비했고, 지역 인사들과 많은 교민들이 함께해 주었습니다.

아래글은 제1회 “청년들은 환상을 보며”콘서트 순서지에 실린 청년들의 고백입니다.

‘우리들의 이야기! 어느 한 작은 교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엔 작고 연약했지만 큰 꿈이 있었습니다. 바로 청년이었습니다. 세상에서 방황하고 있는 청년들을 교회는 주님의 사랑으로 끌어안아 주었습니다. 그것이 기쁨이었고 꿈이었기 때문입니다. 여러 모양으로 살아가던 그들은 사랑 안에서 변화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어색했고 세상과 더 친했던 그들이 자신도 알지 못하는 사이에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교회 안에서 울고 웃는 시간 속에서 세상의 즐거움보다 더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음악이라는 태두리 안에서 자연스럽게 하나님이 그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는지 깨닫게 되었습니다. 가진 것 하나 없는 그들이지만, 그들에겐 열정과 젊음이 있었고, 그들을 믿어주는 교회가 있었습니다.

변화되어가는 그들을 위해 소중한 악기들을 마련해 주셨습니다. 그렇게 소중하게 얻은 기타와 드럼, 피아노를 가지고 다함께 하나님을 찬양하기 시작했습니다. 청년들은 함께함이 즐거워 이 즐거움을 다른 이들에게 알려야겠다고 마음먹었습니다.

아무도 관심 가져주지 않던 그들을 따뜻하게 안아준 교회의 사랑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받은 사랑을 알리겠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우리의 사랑으로 교회를 안겠습니다. 아직은 보잘 것 없지만 함께하고자 하는 그 마음이 있었기에 오늘 이 자리에 올 수 있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 자리에 설 수 있게 해주셔서.  지켜봐 주십시오. 사랑으로 하나된 우리들을. 우리에겐 교회가 있고, 교회에겐 우리가 있고, 우리를 너무도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함께 계십니다.’

계획이 어디에 있었든지 그 걸음을 인도하시는 이는 하나님(잠16:9)이심을 체험케 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청년들이 선한 뜻을 가지고 찬양을 통해 일하시는 하나님을 만날 수 있기를 사모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콘서트가 기대 이상의 호응을 얻었고, 콘서트가 끝난 뒤 청년들은 뒤풀이를 한다고 노래방으로 갔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콘서트 전에는 어디를 가든 거리낌 없이 술, 담배를 했는데, 콘서트를 하고 자신들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겨 “저 친구, 은혜와 평강 순복음교회 나가는 친구 아니야!”라는 말이 들리자 사람들을 의식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청년 시절을 기억하며 청년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고 품었는데, 이제 자신의 행동이 개인 혼자만의 행동이 아닌 것을 느끼기 시작하면서, 술, 담배를 끊고 교회에 더 가까이 다가오는 청년들이 있는가 하면,  오히려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청년들도 있었습니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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