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델비아 교회의 사자에게 편지하라 거룩하고 진실하사 다윗의 열쇠를 가지신 이 곧 열면 닫을 사람이 없고 닫으면 열 사람이 없는 그가 이르시되 볼지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계 3:7-8).

코로나19로 작년 3월 중순부터 시작된 영상예배와 최소 인원이 드리는 현장 예배는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설게 보였고, 서글픔까지 밀려왔던 텅 빈 본당이 이제는 익숙해져 버렸다. 코로나19로 인한 변화가 진행되는 동안, 나는 줄곧 ‘열린 교회’를 묵상했다.

가장 붐볐던 주일 예배 시간에 교회의 문이 닫혀 있고, 주차장은 텅 비어 있으며, 각종 여름 사역들로 채워져 있어야 할 모임과 일정들, 추수감사절과 성탄절, 학생 수련회 등 연말 행사들로 채워져야 할 교회가 멈추어 버렸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처럼 정지된 것 같고 제한된 것 같은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성경적 확신을 갖고 있다. 그것은 주님이 살아계셔서 교회를 통해 구원의 역사를 이루어 가시기에 교회가 열려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교리적 확신을 넘어 열린 교회의 영적 실재를 실제로 경험하는가이다.

그동안 우리는 교회의 평가를 외적인 것에서 찾은 것이 사실이다. 분주한 사역들과 많은 사람들의 참여가 있으면 영적 충만이 없어도 큰 문제의식 없이 넘어가곤 했다. 그런데 코로나로 인해 비어 있는 교회와 사역 부재의 현실 속에서 교회됨의 본질에 대한 생각은 많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더 깊은 울림을 주고 있다. 

이런 속에서 나의 더 큰 갈망은 자신을 비워내신 예수님의 충만하심(the fullness of Jesus), 즉 주님의 영광을 더 깊은 차원에서 맛보는 것이다. 예수님의 충만하심은 우리의 빈 껍데기 같은 현실을 의미있는 것들로 채우고도 남는데, 거지 같은 옷을 적셔 의의 옷으로 바꿀 만큼 자비롭고 실제적인데, 사막에 강을, 광야에 길을 내실 만큼 강력한 기적을 경험하게 하는데. 우리는 여전히 마음 한 켠에서 그동안 채워졌던 것들을 그리워하고 잎만 무성한 무화과나무 같은 이전 상태로 되돌아가고 싶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사역이 물을 담아내는 컵이라면 컵 안에 담겨야 할 물이 있어야 하는데, 그동안 우리는 컵 안의 물보다 컵 자체에만 치중해 왔음을 반성해야 한다. 질그릇 안에 담긴 보배로우신 예수님보다 질그릇에 칠해진 금의 화려함을 자랑해왔고, 질그릇이 깨어져야 보배가 보일 수 있음에도 깨어지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써오지 않았던가?

코로나로 물리적인 교회의 문이 닫혔지만, 실제로 교회의 문을 열고 닫는 분은 교회의 주인인 예수님이다. 사탄이 아니다. 코로나19도 아니다. 바이러스가 하나님의 교회의 문을 닫을 수 없다. 물론 바이러스로 인해 초래된 여러 상황들이 교회의 물리적 활동들을 위축시킨 것은 맞지만, 하나님의 교회를 닫은 것은 아니다. 하나님의 역사를 멈추게 한 것은 더더욱 아니다. 교회인 우리는 여전히 은혜를 베푸시는 주님을 확인하고 있고, 이 세상을 선하신 뜻대로 주관하심을 확신하고 있다.

예수님은 여전히 우리 앞에 열린 문을 두셨다. 예수님이 여시면 아무도 능히 닫을 수 없다. 변화된 세상에서 예수님이 열어 주신 문을 통해 열린 교회를 이루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교회에 열심히 오고 기존의 봉사 목록에 헌신하라는 도전보다 더 창의적이고 현실적인, 그렇기에 어쩌면 더 근본적인 도전이 필요하다. 

주님을 향해, 세상을 향해 교회를 이루어야 하는 이유는 피조물이 고대하는 바가 하나님의 아들들이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이기고 생존의 문제를 해결했다고 믿는 그리스도인이 코로나 사태의 한가운데에서 소망을 통해 평안과 기쁨을 가진, 힘 있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아내야 할 것이다.

교회가 열린 교회요 살아 있는 주님의 교회임을 확인하는 자리는 친히 양의 문이 되시고 생명의 길이 되신 예수님과 동행할 때 확인된다. 양은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목자의 음성을 들으면 안전하다. 그러나 푸른 초장, 쉴 만한 물가에 있어도 목자의 음성을 듣지 못하는 양은 위험하다. 우리는 목자 예수님의 음성을 들어야 한다. 무엇보다 목자되신 예수님을 더 가까이 따르고, 그 음성을 들으려고 나아가야 교회가 될 수 있다.

그 어느 때보다 세상은 소망과 생명의 길을 찾고 있다.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지혜를 구하고 있다. 열린 교회의 성도인 우리들은 이러한 세상에게 어떤 존재인지 자문해야 한다. 

우리의 신앙이 건물에 모이고, 여러 사람이 모여 사역할 때에만 생명을 외치는 얄팍한 성도들이 모인 닫힌 교회인지, 아니면 영적 실재 속에서 어디에서든 생수의 강을 우리를 통해 세상에 풍성히 흘려보내는 성도들이 모인 열린 교회인지. 예수님의 십자가가 생명의 길이라고 외치기만 하고 걷지 않는, 십자가 무늬만 가진 교회인지, 십자가의 길을 걸으면서 예수님의 흔적을 가진 열린 교회인지. 하나님의 실재를 아는데 여전히 우리끼리 염려하고 성을 구축하려는 죽은 정통(dead orthodoxy)의 교회인지, 하나님께 소망을 두어 산 제사와 산 소망의 삶을 살아내는 순전한 열린 교회인지.

코로나의 폭풍 한가운데서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보자. 

“볼지어다 내가 네 앞에 열린 문을 두었으되 능히 닫을 사람이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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