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호 칼럼에서 잠시 언급했지만, 올들어 교회에서 진행하는 ‘수요 성경 통독 90일반’에 들어가 성경을 통독하고 있다. 부활절(4월 4일)까지 90일 동안 성경을 한 번 읽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40여 명의 성도가 줌 미팅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필자의 경우, 매주 드리던 수요예배와 같은 시간이기에 어차피 하나님께 예배하는 시간이라 생각했고, 모처럼 담임목사님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이기에 참여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다.  

다만 참여를 망설이게 하는  것 한 가지가 있었는데, 어느때부터인가 작은 글씨 읽기가 힘들어졌다는 것이다. 반갑지 않은 손님, 노안이 찾아온 것이다. 성경의 글자는 특히 작지 않은가? 

다행히 개강 뒤 ‘복음’이 전해졌다. 필자의 이런 우려를 미리 알고 있었다는 듯, 이번 통독은 오디오 성경을 들으면서 읽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는 것이었다. 교회에서 읽기 순서에 맞춰 녹음 파일을 제공해 주는데, 필자의 경우 이전부터 이용해 오던 스마트폰 앱 ‘드라마 바이블(www.dramabible.org)’을 사용하기로 했다. 교회에서 주는 녹음 파일보다 낭독 시간이 조금 더 길지만, 익숙한데다 천천히 읽어서 귀에 쏙쏙 들어오기 때문이다. 

 

드라마 바이블은 ‘Mercy and Grace Foundation’에서 제작해 무료로 배포하는 성경 낭독 앱이다. 영어는 물론, 한국어와 일본어까지 다양한 언어로 제작되어 있다. 한국어의 경우, 한인수, 송정미, 박시은, 정선희, 조혜련 등 목소리만 들어도 알 만한 100여 명의 성우와 배우가 참여했다. 특별히 제작한 배경 음악을 오케스트라가 직접 연주하여, 눈을 감고 들으면 성경 속의 한 장면이 마치 영화나 드라마처럼 눈 앞에 펼쳐지는 듯하다. 

필자는 매일 아침 일어나자마자 30분 정도 말씀을 듣고, 또 점심시간에 30분 가량 성경을 들으며 하루 분량을 채우고 있다. 처음에는 성경을 듣는 것으로 무슨 은혜가 임할까 하는 우려가 있었지만, 눈으로 읽는 것 못지않은 큰 은혜가 임하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다. 어차피 청각도 하나님께서 주신 오감 가운데 하나이고, 실제로 오랜 기간 성경은 이스라엘 민족을 통해 구전되어 왔다. 요즘처럼 인쇄된 책자를 통해 성경을 읽게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또한 구약 성경에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이 백성 앞에서 하나님의 말씀을 읽어 주지 않았던가?  

사실 코로나19 팬데믹 시대가 오기 전부터 우리는 말씀의 홍수 시대를 살아왔다. 유튜브나 신앙 서적을 통해서도 쉽게 유명 목사님들의 설교를 들을 수 있다. 하지만 가끔 하나님의 ‘말씀’이 아니라, 그 목사님의 말씀은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들기도 한다. 설교자의 인간적인 생각이나 철학이 지나칠 정도로 많이 들어갈 때도 없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 학창 시절, 학원 광고 중에 ‘저자 직강’이라는 것이 있었다. 이런 강의에 더 많은 수강생이 몰리곤 했는데, 교재를 직접 만든 사람이 하는 강의니만큼 강사 수준이 더 높고, 더 알찰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다.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다. 성경을 읽고 듣는 것을 ‘하나님 직강’이라고 한다면 너무 발칙한 비유일까? 구약시대에는 하나님께서 자신의 종에게 꿈이나 계시로 직접 나타나곤 하셨지만, 신약시대나 요즘에는 그런 일이 잘 일어나지 않는 것도, 사실은 꿈이나 계시보다 더 확실하고 많은 말씀을 이미 성경으로 주셨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성경을 읽지 않으면서 하나님의 응답을 구하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게 된다. 

아직 2021년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독자들 가운데 새해 결심을 세우지 못한 분이 있다면, 성경을 일독해 보는 것은 어떨까? 읽는 것이 부담스럽다면, 필자처럼 오디오 성경을 이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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