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 때문에 미국에서 애완견을 기르는 가정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통계까지는 모르겠고 아침 저녁으로 개 데리고 산책하는 주민들이 부쩍 많아졌음을 느낍니다. 개 공원에는 하루종일 사람과 개가 들락날락합니다. 

비교적 대형견을 기르는 견주들이 옵니다. 소형견들은 뒷마당이나 동네 산책으로 어느 정도 해결이 되니까요. 그곳에서는 온갖 종류의 개들을 볼 수 있습니다. 순수 혈통을 자랑하는 저먼 셰퍼드나 그레이하운드, 잉글리쉬 불독 등도 볼 수 있고, 이것저것 섞인 품종으로 독창적인 외모를 가진 견공들도 다수입니다. 

여러 개들이 모여 있으면 훈련받은 개와 그렇지 못한 개가 분명하게 구분됩니다. 개들끼리 놀 때 다른 개에게 보여 주는 반응과 행동, 주인의 명령에 대한 수행도, 땅에 떨어져 있는 이물질에 대한 관심 등이 훈련 정도에 따라 현격하게 차이가 납니다. 

집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배변 가리기, 마구잡이로 짖지 않기, 기다리기, 물어오기, 앉기, 손 내밀기 모두 훈련에 따라 다릅니다. 주인이 먹는 음식의 매혹적인 냄새에도 자리를 지키고 달려들지 않는 개를 보면 감탄사가 절로 나옵니다. 훈련의 중요성에 대해 엄지척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효과적인 훈련 방법으로 보상(동기부여), 반복(습관화), 일관성(내면화)을 강조하는 강의를 들었습니다. 훈련은 좋은 성품의 개발이자 그렇지 않은 속성의 통제입니다. 그 결과는 성숙입니다. 훈련으로 성숙해진 개는 주인의 만족일 뿐 아니라 자신도 질 높은 견생을 삽니다. 훈련으로 개의 삶의 질이 향상된다면 인간이 잘 훈련받으면 결과는 그 이상이겠지요? 

산책은 개와 주인 모두에게 매우 중요한 하루 일과입니다. 개가 주인을 끌고 가는 산책이 있습니다. 뭔가에 흥분한 개가 가고 싶은 곳으로 앞장서 나가려 하고 주인은 개의 힘을 감당하지 못해 따라갑니다. 개가 주인의 리더십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이고, 동시에 개가 주인으로부터 보호받는다는 확신이 없을 때의 모습이라 하더군요. 

반대로 주인이 개를 끌고 가는 산책이 있습니다. 시간에 쫓겨 산책하거나 개의 관심사를 무시하고 본인 스케줄대로만 가려고 할 때 주로 나타납니다. 개는 두 다리를 꼿꼿이 세우고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기도 합니다. 마음 급한 주인은 목줄을 힘주어 잡아당깁니다. 어쩔 수 없이 끌려오지만 몇 발자국 못 가서 같은 일이 벌어집니다. 이런 산책을 하고 나면 에너지도 소진되고 기분도 언짢아집니다. 개는 다음 산책을 기다리지 않습니다. 

그런가 하면 동행하는 산책이 있습니다. 목줄을 했지만, 했음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J자로 줄이 늘어져 있고, 주인이 가려고 하는 방향으로 개가 보조를 맞추어 잔걸음을 옮깁니다. 목줄이 탱탱해지는 것은 주인 만큼이나 개도 원치 않습니다. 그래서 개는 텐션이 생기기 전에 주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걷거나 달리거나 방향을 바꿉니다. 철저히 주인에게 집중하면서요. 

반대로 주인은 주도적으로 움직이면서 개의 행동을 세밀하게 관찰해 냄새를 맡고 싶어하는지, 배변하고 싶어하는지, 더 머무르고 싶은지를 파악하고 속도를 조절하거나 기다려 줍니다. 개가 불필요한 행동을 계속하면 멈추게 하되 억지로 끌어당기진 않습니다. 대신에 옆에서 잠시 기다려 주면, 개는 나름대로 생각을 하고 자기 생각을 포기하고 주인의 의도대로 다시 움직입니다. 

이렇듯 동행하는 산책을 하고 나면 모두가 행복합니다. 지나가는 사람들이 한 마디씩 하는 칭찬과 감탄사는 자존감과 기쁨을 고조시켜 줍니다. 개와 사람이 산책하듯 하나님과 인간도 함께 산책할 수 있겠지요? 끌려가거나 끌고 가는 산책이 아니라 동행하는 산책말입니다. 이미 그런 사람이 있음을 성경은 알려 주고 있습니다 에녹이라는 사람입니다.

저는 요즘 훈련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좋은 훈련사(주인)를 만나 좋은 훈련을 받은 개는 품격이 다른 삶을 삽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인간은 개에 비해 머리가 너무 좋고 창의성과 독립심이 가능해서 어렵다고요? 그것은 훈련이 어려운 이유가 아니라, 훈련받을 절대적 이유이고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아닐까요? 

이제껏 훈련받아온 삶이지만 저는 계속해서 훈련받고 싶습니다. 가장 완벽한 주인이자 훈련 교관이신 하나님의 학교에 들어선 것을 감사합니다. 그분께 잘 훈련받는다고 하나님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하나님 같은 삶의 맛을 볼 수 있지는 않을까요? 요즘 사람같이 사는 개가 많아지는 것을 보니 부쩍 그런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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