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뒷마당으로 나가면 옹기종기 모여 있던 닭들이 뒤뚱거리며 우르르 달려옵니다. 나 때문이 아니라 먹이 때문이라는 것을 알지만 기분은 나쁘지 않습니다. 굳이 둘을 구분할 필요가 없으니까요. 일할 때에는 깃이 닿을 정도로 가까이 와서 어슬렁거립니다. 손을 내밀면 한참 생각하다가 두 팔사이로 슬금슬금 들어옵니다. 품에 안고 몸을 쓰다듬으면 “사람 품에 안긴 어미닭처럼” 편안히 있습니다. 사람과 동물의 공존 및 공생이 실현된 것 같아 여간 기분 좋은 게 아닙니다. 

그런데 아주 가끔 불쾌한 감정을 경험할 때가 있습니다. 무리 중 제 다리를 부리로 쪼는 녀석이 있습니다. 상당히 날카롭습니다. 옷을 입지 않으면 상처가 날 정도입니다. 친화력이 가장 좋은 녀석이어서 처음엔 놀랐습니다. 아팠고 화가 났습니다.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발을 뺐습니다. 걷어찰 뻔한 적도 있습니다. “아야! 왜 그래!” 하고 바라보면, 녀석은 태평한 표정으로 오히려 내가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합니다. 

사실 녀석은 저를 공격하려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단지 먹을 것 좀 달라는? 아님 제가 좋다는 표현이었습니다(제 착각일지도). 안타까운 것은 녀석의 의사 표현 수단이 부리뿐이라는 점입니다. 제가 아파하고 싫어한다는 것을 안다면, 그 때문에 잘해 주고 싶은 마음이 줄어들 정도라는 것을 안다면, 녀석은 같은 행동을 하지 않을 것입니다.

해법에 무엇이 있을까요? 녀석이 다른 방식으로 의사 표현을 하도록 훈련시키거나 내가 보호대를 차는 방법이 있을 것입니다. 아니면 종족 간의 차이를 인정하고, 사랑과 친밀함을 확인하기 위해 터치하지 않고, 옆에 있거나 바라보는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방법이 있겠지요. 

아! 이게 바로 운명의 장난인가요? 제가 당하는 똑같은 일을 닭들도 겪고 있습니다. 저희 개는 몸집이 작고 어느 정도 사회화 훈련이 되어서 누구든 공격하지 않습니다. 반가워서 달려들거나 놀자고 펄쩍펄쩍 뛰기는 합니다. 에너지가 넘쳐서 뛰고 싶고 놀고 싶어 안달이 날 때가 많지요. 그런 녀석에게 움직이는 생명체인 닭은 친해지고 싶은 파트너입니다. 

문제는 닭들이 기겁한다는 것입니다. 달려오는 개를 보면 꼬꼬댁거리며 이리저리 도망가는데, 그럴수록 개는 더 신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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