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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와 알맹이
김광섭 목사  |  샴버그침례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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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1.03.17  05:5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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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예수님의 고난과 부활이 복음의 핵심이라는 이해 때문에 부활절을 가장 큰 절기로 지켜왔다. 한국의 어지간한 교회들은 성도들이 고난주간과 부활주일을 의미있게 보내도록 예수님의 십자가와 부활의 복음을 담을 수 있는 여러 그릇들을 해마다 준비한다. 어느 교회는 40일 동안, 또 어떤 교회는 고난주간 일주일 동안이라도 특별 프로그램을 통해 예수님의 고난의 발자취를 따라 십자가의 고난이 우리의 죄를 대속하였음을 묵상하고 기념한다.

우리 교회도 21일 동안 특별새벽예배와 릴레이 금식 등을 진행하고 있다. 기대하는 바는, 신앙이 깊어질수록 예수님처럼 인내와 희생의 마음이 깊어지고, 암울한 환경 속에서도 성숙해지는 그리스도인이 되어, 밝은 내일의 소망을 자주 목격하며 기쁨과 감사의 삶을 사는 것이다.

교회 절기로 가장 분주한 때인 요즈음, 그러한 ‘열심’을 ‘복음’보다 더 추구하는 한국 교회의 왜곡된 신앙을 마주하기도 한다. 주일 예배, 새벽예배, 금식, 주중 모임, 성경공부, 소그룹 모임, 봉사, 전도와 선교 등은 교회가 늘 강조하는 사역들인데, 이는 복음과 신앙을 담아내기 위한 그릇들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 그릇들에 담아야 하는 내용이 아닌, 그릇 자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일부 한국 교회는 멋진 그릇, 큰 그릇, 많은 그릇을 준비하면서 그릇들을 자랑하고 있기에, 어떤 성도들은 그 안에 무엇이 담겨 있는지 알지도 못한 채 교회의 그릇을 자랑한다. 우리의 행동인 ‘열심’이 복음의 ‘본질’을 덮어 버린 것이다. ‘형식’이 ‘내용’을 가린 것이다. ‘알맹이’가 아니라 ‘껍데기’로 만족하고 있는 것이다.

컵은 그 안에 무엇을 담느냐에 따라 이름이 결정된다. 물을 담으면 물컵이 되고 우유를 담으면 우유컵이 된다. 우리는 그동안 크고 멋진, 그리고 많은 그릇들을 자랑하는 말을 많이 들어왔다. 그런 그릇을 갖지 못한 교회나 성도들은 상대적으로 위축되었다. 우리는 교회의 머리가 예수님이요, 각 지체가 예수님에게 연결되어 서로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존귀한 지체라는 진리의 말씀을 갖고 있고, 어떤 개별 교회든 예수님을 믿고 거듭난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면 예수님께서 친히 공급자이시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믿는다.

교회의 여러 사역이라는 그릇에 담은 것이 예수님의 복음이라면, 크고 멋진 그릇을 자랑하는 사람 앞에서 열등감을 가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사람들에게는 살아 있는 것처럼 보여도 실상은 죽은 교회였던 사데교회처럼 그릇을 자랑하기보다는, 그릇 안에 담을 복음과 신앙의 내용이 더 중요함을 잘 인식하고 있다. 알맹이를 담고 있으면 껍데기가 부럽지 않은 이치이다.

시카고는 해마다 부활절 새벽연합예배를 지역별로 드려왔다. 참 아름다운 전통이다. 가시적 교회의 우열보다 하나님이 보시는 교회의 실체인 우주적 교회를 믿고 있는 우리들의 신앙이 발현되는 귀한 자리이기도 하다. 인근 교회와 함께, 우리가 한 하나님의 자녀이며, 영원을 상속받은 동일한 믿음과 소망을 가진 가족이라는 신앙을 적어도 1년에 한 번 갖게 되는 자리이다.

작년에는 팬데믹이 바로 시작한 때였기에 연합예배를 드리지 못했는데, 올해에는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으로 연합예배를 드릴 예정이다. 일 년 동안 각 교회와 성도들이 유튜브를 통해 생방송을 경험했기에 가능한 시도이기도 하다.

더욱이 올해는 개인이 헌금할 수 있는 여건이 허락되지 않기 때문에 각 교회가 부활절 헌금의 10%를 기부해 팬데믹 속에서 어려운 교회와 목회자들을 돕도록 격려하고 있다. 이는 또 다른 우주적 교회의 신앙적 실천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시카고지역 부활절 새벽연합예배라는 아름다운 전통의 그릇 속에 담겨야 할 복음의 진수인 십자가와 부활이 잘 전달되어야 하겠다. 많은 수의 교회들이 연합예배에 참석했기에 우리가 연합을 이루었다고 자부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어린 자녀로서 하나님께 속한 대가족의 영광을 마주하는 밝고 소망된 자리가 되는 곳, 어린양 예수님의 부활의 영광을 함께 맞는 기쁨이 우리에게 있기에 그런 분들이 한 직장에서 만나 동일한 꿈을 꾸며 신앙적 협력을 이루어내는 모습이 이곳 시카고에 힘있게 세워질 때 연합예배의 열매를 맺은 것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다함께 그런 시간들을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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