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몇 문장 읽기

영성생활을 위해 침묵수련은 필수적이다. 야고보 사도는 “다스려지지 않고 속에 독이 가득 차 있는 악한 물건”이 혀라고 말하면서, 침묵을 말의 입에 물리는 재갈이라고 했다(야고보서 3:6). 

사막 교부들의 어록에서 우리는 침묵의 세 기능을 가려낼 수 있다. 첫째, 침묵은 우리를 순례자로 만든다. 둘째, 침묵은 우리 내면의 불길을 지켜준다. 셋째, 침묵은 우리에게 말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 

성 베네딕트는 형제들에게 악한 말을 하지 말라고 경계할 뿐 아니라 잠언에 “말의 홍수는 허물이 없을 수 없다”(잠언 10:19)고 하였으니, 선하고 거룩하고 정교한 말도 삼가라고 한다. 말은 그 자체가 위험한 것이고 쉽게 우리를 바른 길에서 벗어나게 한다. 

무엇보다 가슴의 침묵이 입의 침묵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사람들이 겉으로 침묵하는 것처럼 보여도 그 마음이 누구를 비난하고 있다면 끊임없이 떠들어대고 있는 것이다. 반대로 아침부터 밤까지 말하면서 진실로 침묵하는 그런 사람도 있을 수 있다. 
근본적으로 침묵은 사람을 계속 성숙하는 사랑으로 인도하는 가슴의 기능이다. 마음의 침묵은 우리가 어디를 가든지 몸에 지니고 다니는 휴대전화와 같다.

사역 활동에 연결된 마지막 질문은, 말을 많이 하느냐 적게 하느냐가 아니라, 과연 우리의 사역이 하나님의 사랑 어린 침묵을 불러내느냐의 여부이다. 바로 이 침묵으로 우리는 부르심을 받았다. 말은 현재 세계에서 쓰이는 수단이고 침묵은 미래 세계의 신비다.

(헨리 나우웬의 『침묵』일부)

저작권자 © 크리스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