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세상이 사방에서 한꺼번에 부스럭대고 있어요.
해바라기, 배따라기, 호루라기, 지푸라기,
찌르레기, 해오라기, 가시고기, 실오라기,
이것들을 어떻게 가지런히 정렬하고, 어디다 넣어둘까요?
배추, 고추, 상추, 부추, 후추, 대추, 어느 곳에 다 보관할까요?
개구리, 가오리, 메아리, 미나리,
휴우, 감사합니다, 너무 많아 죽을 지경이네요.
오소리, 잠자리, 개나리, 도토리,
돗자리, 고사리, 송사리, 너구리를 넣어둘 항아리는 어디에 있나요?
노루와 머루, 가루와 벼루를 담을 자루는 어디에 있나요?
기러기, 물고기, 산딸기, 갈매기, 뻐꾸기는 어떤 보자기로 싸놓을까요?
하늬바람, 산들바람, 돌개바람, 높새바람은 어디쯤 담아둘까요?
얼룩배기 황소와 얼룩말은 어디로 데려갈까요?
이런 이산화물들은 값지고, 진귀한 법.
아, 게다가 다시마와 고구마도 있군요!
이것들은 모두 밤하늘의 별처럼 그 값이 어마어마하겠지요.
감사합니다. 하지만 과연 내가 이걸 받을 자격이 있는지는
솔직히 잘 모르겠네요.
이 모든 노력과 수고가 나 하나를 위한 것이라니 과분하기 그지없네요.
이것들을 다 만끽하기엔 인생이 너무 짧은 걸요.
나는 여기에 그저 잠시 동안 머물다 갈 뿐입니다. 찰나의 시간 동안.
멀리 있는 건 미처 보지 못하고, 가까이 있는 건 혼동하기 일쑤랍니다.
이 촉박한 여행길 사물이 가진 허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도 전에
그만 길가의 조그만 팬지꽃들을 깜빡 잊고, 놓쳐버리고 말았습니다.
이 사소한 실수가 얼마나 엄청난 건지 그때는 미처 생각지 못했답니다.
아, 이 작은 생명체가 줄기와 잎사귀와 꽃잎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만 했을까요.
오직 한 번 무심한 듯 세심하고, 당당한 듯 연약한 모습을 드러냈다가
영원히 사라질 이 순간을 위해,
얼마나 오랜 시간 조바심치며 애타게 기다려 왔을까요.
                                                           비스와바 쉼보르스카(폴란드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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