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으로 마음의 앙금을 녹여내고 하나님을 인정하는 믿음으로 나아가야"

앙금은 녹지 않고 가라앉는 것들을 일컫는 말로, 침전물과 유사한 뜻이다. 우리의 삶에서 생기는 앙금은 지난날의 좋지 않은 사건으로 인해 남아 있는 나쁜 감정을 뜻한다.

마치 앙금이 물에 녹지 않고 바닥에 남아 있듯이, 안 좋은 감정이 녹아서 흘러가지 않고 삶의 여정에 그대로 남아 무언가를 막고 어려움을 준다. 평상시에는 잘 모르는데, 그것을 골똘히 생각하거나 삶이 흔들릴 때 수면 위로 올라와서 마음을 괴롭힌다. 그럴 때 우리는 마음에 ‘앙금’이 생겼다고 표현한다.

요즘 세계 대부분의 인접 국가들은 역사와 영토를 두고 깊은 앙금을 갖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 인도와 파키스탄, 한국과 일본, 중국과 주변 국가들, 미국과 멕시코 등 국경을 마주하고 있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과거의 어떤 사건들에 대해 서로 서운한 마음을 품고 있고, 현재 여러 사안들에 대해 상충되는 이해관계에서 불만을 표출하기도 한다.

어디 그뿐인가? 아버지, 어머니, 조부모, 형제, 자녀, 시부모, 시누이, 올케 등 서로 사랑을 나누어야 하는 가까운 가족 관계에서도 자주 많은 앙금을 목격한다. 이것은 교회에서도 종종 발견된다. 3,40년 같은 교회를 다니면서 서로 기도하며 사랑을 나눈 시간이 많았을 텐데도, 여전도회 부엌 봉사나 자녀들 문제로 인해 앙금이 자리하고 있는 경우를 흔히 보게 된다.

앙금은 녹지 않는다. 감정이 누그러들지 않고, 치유되지 않고, 어렵고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녹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다. 앙금을 마음 속에 묻어두고 살다가 화병이 나기도 하고, 앙금 때문에 쉽게 남에게 분노하여 화를 잘 내는 사람으로 비춰지기도 한다.

앙금이 많을수록 우리의 자유가 제한된다. 죄가 우리를 묶는 것처럼, 앙금은 우리의 마음과 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리고 피해자 의식(victimized thought)을 갖고 그 패턴에 묶여 삶이 망가진다.

지금 내 삶이 비참한 것은 그 사람, 혹은 그 사건 때문이라는 것이다. 내 현재의 삶이 비참하고 실패했다고 해석하고, 그 원인을 과거의 사건에서 찾는 앙금의 덫에 걸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것이다.

요셉을 알아본 형제(1863, 레옹 피에르 우르뱅 부르주아)

그런 면에서 애굽으로 팔려간 요셉은 아주 훌륭하게 앙금을 해결했다. 엄마 라헬이 일찍 죽었기에 다른 형들처럼 엄마의 따뜻한 사랑을 받지도 못했고, 형들에 의해 수년간 시기와 질투를 받다가 급기야 애굽에 노예로 팔려가는 신세가 되었으며, 그곳에서도 보디발의 아내의 유혹을 거절한 것 때문에 감옥에 갇히고, 꿈을 해몽해 준 관리가 요셉의 말대로 복직이 되었지만 2년 동안 감옥에서 잊혀진 신세가 되었다.

그의 삶은 파란만장했고, 원망할 사람들과 사건들이 무척 많았기에 앙금이 그 누구 못지 않게 쌓였을 것이다. 그 쌓인 앙금이 총리의 권세를 통해 형들에게 분노로 드러날 수 있었을 텐데, 그의 마음에는 앙금이 없어 보인다. 요셉이 경건한 척하는 것인가, 아니면 형들보다 더 잘 되었기 때문에 앙금이 녹은 것인가? 아닌 것 같다. 앙금이 있다면 형들에게 복수하고, 보디발의 집에도 복수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요셉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보통 사람들이 쉽게 분해할 수 없을 것 같은 아픔을 어떻게 녹였을까?

아버지 야곱이 죽자, 요셉이 복수할 것을 두려워하여 엎드려 용서를 구하는 형들을 요셉은 오히려 울면서 안심시키고 하나님의 선하신 섭리였다고 고백한다(창 50:19-20). 형들은 해하려 하였으나, 하나님은 그것을 선으로 바꾸어 만민의 생명을 구원하셨다는 것이다. 요셉은 자신의 삶을 하나님 안에서 해석하고 있다. 그의 아픈 과거를 하나님 안에서 해석하니 구원의 통로가 되었다는 것이다.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 3:6).

삶의 해석! 그렇다. 요셉은 화석처럼 단단한 과거의 아픔을 용광로 같은 하나님의 은혜로 녹여낸 것이다.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고 우리와 함께하시기에, 행여 아픈 상황들이나 어려운 사람들로 인해 우리 마음에 앙금이 가라앉으려고 할 때, 요셉과 같이 신앙으로 녹여내고 하나님을 인정하는 믿음으로 나아가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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