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를 둘러봐도 봄이 완연한 시기인 사월 말, 캘리포니아의 북쪽, 이곳에도 한 차례 강한 바람이 불어온다. 사월의 넷째 주일 아침, 설레는 마음으로 남과 북으로 길게 드리워진 99번 고속도로를 타고 북으로 달렸다. 달뜬 마음은 마침 세차게 불어오는 남풍조차 어서 가서 하나님께 경배 드리라고 뒤에서 밀어주는 듯 자동차도 저절로 가는 듯한 착각을 했다. 도로 옆, 차 딜러 주차장에 줄지어 꽂힌 깃발들도 펄럭이며 환호하고 있었다, 오랜만에 신바람나는 아침이었다.

펜데믹 상황에서 띄엄띄엄 앉아서 드리는 예배, 화려한 옷차림은 스스로가 용납할 수 없음은 물론, 웃음이나 반가움도 절제하며 조심스러웠던 대면예배, 그조차 얼마나 감사, 감격하며 주님 앞에 엎드렸던가.

그러나 넷째 주일에는 마스크에 가려질 얼굴인데도 섬세하게 단장했고, 요란하지 않은 밝은 색의 옷을 단정하게 입고 거울을 봤다. 바로 우리 교회 설립기념예배, 두 교회가 합해져서 정식으로 연합설립예배를 올린 지 5년 되는 주일 아침이기 때문이었다.

5년 전, 그때를 돌아본다.

이 지역에서 규모가 손꼽힐 만한 교회를 무작정 떠날 수밖에 없는 사정이 발생했다. 누구와도 어떤 교회로 갈 것인가를 의논하지 못하고 눈물로 마지막 주일을 맞았다고 했다.

그 주일 오후 성도님들 대부분이 약속이나 한 듯, 미국 교회를 빌려 예배를 드리던 작은 교회를 찾았다. 거기서 만난 교회 가족은 "성도님도 오셨군요. 장로님도 오셨네요. 집사님... 헤어질 수 있다는 것이 많이 안타까웠는데" 하면서 얼싸안고 반가워했다. 어떤 분은 그 순간을 "천국에서 누군가를 만났을 때의 기분이 이렇지 않을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성도님들의 마음이 어렵게 사는 동생집에 많은 가솔을 인솔하고 대책 없이 들어온 형님인 것마냥 미안 그 자체였다고 했다. 또 맞이한 교회 성도님들은 어려움 모르던 형님 가족들이 누추한 곳에서 어찌 견디나 하는 송구한 마음뿐이었다고 했다. 서로 반가우면서도 미안하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그저 손을 잡았다.

만남의 주인공인 두 교회 성도들도 당면한 일들을 놀라워했고, 합해지는 들뜸 때문에 공중을 나는 듯 정신이 없었다. 다른 교회 성도님들이나 믿지 않는 분들도 두 교회가 합한다는 소식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많은 견해들을 풀어 놓았다. 얼마나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나! 밝고 긍정적인 것보다 부정적인 말이 훨씬 많았다. 들려오는 말들 중에는 2-3년 가면 오래 간다는 말이 제일 많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세상, 아니 바로 미국 속 한인교회만 보더라도 나누어진 예는 많아도, 합한다는 교회, 더욱이 두 목사님이 공동으로 시무하는 예는 본 적도 들은 적도 없었기에 쏟아내는 불안들이었다.

몇 주 동안 시험 예배를 드린 후, 연합의 찬반을 묻는 투표를 했다. 결과는 거의 100% 찬성이었다. 우리는 하나님께서 이끄시는 대로 따라갈 것을 다짐했고, 두 목사님과 온 성도는 하나님 앞에 엎드리고 그분의 계획을 따라 출발했다.

추수감사절의 연합예배

연합을 결정한 다음 주는 추수감사절이었다. 그 예배에서 하나님께서는 두 목사님을 통해 불안과 우려를 뚫고 이길 수 있는 길을 알려 주셨다. “모두가 서로를 1, 신뢰하라. 2, 인내하라. 3, 겸손하라.” 였고, “지금부터 이 교회의 담임목사는 예수님이시다. 두 목사는 그분의 뜻을 따라 돕는 사역을 할 것이다. 주님이 이끄시는 이 교회, 주님만 따라가자!”는 것이었다.

한 주, 또 한 주, 부족함도 불편함도 예배를 방해하진 못했다. 같이 예배드릴 수 있음에 감사의 눈물을 드렸다. 그리고 놀랍게도 "어찌 그리 노련하시냐! 어찌 그리 겸손하시냐!"는 등 좋은 점을 찾아내어 닮아가려고 노력하는 사이, 너와 내가 없어지고 우리가 되어버렸다. 한 번 우리가 되니 들어온 교회 성도, 맞이한 교회 성도는 영영 사라져 버렸다.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지금까지 그렇다.

좁은 공간에서도 행복하게 하나 되어가는 사이에 일 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하나님께서는 온 성도가 불편 없이 예배 드리기에 충분한 성전으로 인도하셨고, 거기에 남아 계시던 성도님들과 합류하게 하셨다. 주님께 감사하며 기뻐하는 사이에 한 교회를 더 맞이하게 해주셨던 것이었다.

설립기념예배, 목사님은 하나님께서 우리의 5년을 인도해 주신 보고를 하셨다. "지난 5년의 시간을 돌아보며 우리의 주인 되시고 공급자 되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리고 우리의 전부가 되셨던 주님께 찬양을 드립니다.

2015년 10월 25일(넷째 주) 중앙 장로교회와 가칭 새수도교회는 Fair Oaks(옛 중앙장로교회) 건물에서 연합으로 예배를 시작하였고, 3주 후인 11 15(셋째 주) 두 교회는 따로 의논한 공동의회에서 한 교회가 될 것을 결의하였습니다. 그리하여 11 22(넷째 주/추수감사주일)에 크로스포인트교회라는 이름으로 한 교회가 되었습니다.

그 다음 해 교회는 운영내규를 정리하고 임직자들을 세워가던 중 2016년 4월 24일(넷째 주) Fait Oaks 건물에서 ‘설립감사예배'를 드렸습니다. 2016년 12월 3일(첫 주일) 옛 ‘은혜선교교회’ 건물이었던 현재의 건물로 이전하여 첫 예배를 드렸고, 당시에 ‘은혜선교교회’에 남아서 섬기시던 은혜선교교회 성도님들도 한 교인으로 등록하여 공동체가 되었습니다.

크로스포인트교회는 하나님을 경험하며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비전을 가지고 시작했고, 5가지 중요한 사명(예배, 공동체, 훈련, 선교와 나눔, 다음 세대)을 가지고 오늘까지 왔습니다. 특히 우리 자신이 중심 되지 않는 그리스도 중심의 교회와 나의 만족을 넘어 하나님 나라를 섬기는 사명을 향해서 왔습니다.

그 처음 소망이 식어지거나 흐려지지 않고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더 분명해지고 구체화되어 가는 은혜가 크포르포인트 교회의 앞길에 함께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우리 스스로 대단한 것도 없고, 자랑할 것도 없지만, 주님의 은혜 안에서 그 동안 함께 수고하시고 헌신하시며 기도하신 모든 성도들의 눈물과 기도에 감사드립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오직 복음만이, 오직 하나님의 나라와 뜻만이 더 분명해지는 교회가 될 수 있도록 계속 깨어 있고 헌신하고 기도해 가기를 소망합니다."

보고를 듣는 동안 필름이 빠르게 돌아가듯,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성도님들을 통해서 흘러나왔던 하나님의 사랑, 은혜, 또 임재하심으로 인하여 나올 수 있는 일들을 보고 느낄 때마다 목소리 높여 자랑하고 싶었다. 그러나 애써 참아야 했다.

혹시 들뜸 속에서의 일시적인 현상은 아닌지. 그리하여 연합 당시 들려왔던 부정적인 말들이 현실이 되면 어쩌나 해서였다. 교회만 생각하면 얼굴에 퍼지는 웃음을 하나님 앞에서만 감사함으로 환호했다. 그러면서 스스로에게 말했다. 5년 후, 그때에도 이 행복감이 남아 있다면 분명 사람이 아닌 하나님께서 이루신 일일 테니까 하나님을 자랑해 보자고.

답답하고 어둡게만 보이던 2020년과 2021년에 난 알았다. 모든 것의 주인이신 그분은 어둠 위에서도 계신다는 것을. 많은 이들이 안 될 일이라고 속단해 버렸다. 얼마나 버티나 보자고 했다. 그들에게도 하나님의 임재는 모든 것을 이루실 수 있음을 증거해 주셨음이 분명하다는 사실. 또 하나님께서 쉬지 않으시고 온 세상을 향하여 일하고 계심을 알게 해주셔서, 어려움 속에서 하나님 앞으로 나오는 영혼이 많아졌으면 참 좋겠다. 그렇게 하시리라는 확신이 든다.

하나님께 크게 감사하고, 경배하기 위하여 난 그날 열심히 머리 빗고, 단추를 잠근 자리를 한 번 더 다독었나 보다. 바람의 배웅도, 깃발의 펄럭임도 작은 나의 믿음을 응원해 주시는 나의 주, 하나님 아버지의 작은 손짓이셨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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