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에서 인체를 공부했을 때, 참으로 복잡한 구조와 오묘한 기능을 배우며 시편 139편에 나오는 “나를 지으심이 신묘막츰 하심이라”라는 말씀이 저절로 떠올랐다.  우리 몸의 구조는 상상을 초월하는데, 예를 들어 성인 혈관의 총 길이는 약 100,000마일에 달한다.  또한 약 3파운드밖에 안되는 성인의 두뇌를 구성하는 신경세포 네트워크의 총 길이는 무려 약 312,500마일로, 이 길이는 지구에서 달까지의 거리(약 240,000마일)보다도 훨씬 길다. 

이렇게도 복잡하고 정교한 각 기관과 조직이 상호 작용하여 우리 몸을 이루고 있으니, 몸의 한 부분이 잘못되면 다른 여러 부분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을 고려할 때, 우리 몸이 아프지 않고 건강하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어느 의학잡지에 의하면 우리에게 알려진 병만 14,200여 개라는데, 이 중에서 치매(dementia)가 가장 무서운 질병이라는 생각이 든다. 치매는 뇌의 신경세포와 신경망의 파괴로 기억력 등 뇌의 기능이 현저히 저하되는 증세를 일컫는다.

최근에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 주연상을 받은 앤서니 홉킨스가 출연하는 “아버지(The Father)” 라는 영화를 보았다.  치매에 걸린 아버지와 그를 돌보는 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가슴을 짓누르는 슬픈 영화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는 치매로 돌아가신 어머니 생각을 많이 했다.  어머니는 비록 심하시지는 않았지만 교통사고로 머리를 다치신 적이 있는데, 그 후유증 때문인지 50대 초반부터 치매 증상을 보이기 시작하셨고, 20년 가까이 치매로 고생하시다가 돌아가셨다. 

기억에 남는 수많은 마음 아픈 에피소드가 있지만, 가장 마음 아프게 생각나는 사건은 어머니의 실종 사건이다.  집을 나가셔서 길을 잃으셨는지 돌아오시지 않았고, 실종된 사람을 찾기 위한 다급한 조치를 취한 후, 어머니가 출석하시던 교회에 그 사실을 알렸다.  곧 교회의 장로님, 권사님들이 우리집에 찾아와 대청 마루에서 예배를 드리며 어머니를 찾게 해달라고 울면서 간절한 기도를 드렸고, 찬송가 384장 “나의 갈 길 다가도록 예수 인도하시니… 무슨 일을 만나든지 만사 형통하리라”를 부른 기억이 난다. 

이 간절한 예배가 하나님께 상달되었는지 하루가 지난 다음 날에 도저히 상상할 수 없는 기적 같은 방법으로 집에서 아주 멀리 가신 어머니를 찾게 되었다.  이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하나님이 직접 개입하신 사건으로 내 심령 깊은 곳에 각인되어 있다.

소위 100세 인생이 자주 거론되는 시대에 살면서, 오래 살수록 무서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기에 오래 사는 것이 바람직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삶은 그 양보다 질이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아직은 치매를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약이 없다.  다만 치매의 악화 속도를 줄이는 몇가지 약이 미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것으로 안다. 

이 방면의 전문가들에 의하면 치매 예방을 위해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평소에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규칙적인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 독서, 글쓰기, 영화 관람, 음악감상 등 머리를 쓰는 문화 취미 활동, 절주와 금연, 사교생활과 사회활동 등의 활발한 소통, 그리고 정기 건강진단을 통한 치매 조기 발견 등을 들 수 있다. 

참고로 우리가 주로 거론하는 치매는 병의 이름이 아니고, 포괄적으로 병의 증세를 가리키는 것이고, 알츠하이며(Alzheimer’s)는 치매 증세를 나타내는 병명(病名) 중 하나인데, 일반인들은 통상적으로 치매와 알츠하이머를 구별하지 않고 사용해도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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