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사도행전 1:8). 

1) 줄리는 지금의 상황이 언제부터, 왜 이렇게 되었는지 기억상실자처럼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아 그냥 멍하니 앉아 있다. 흘낏 시계를 보니 새벽 4시 50분이다. 지칠 대로 지친 줄리는 모든 걸 포기한 듯  경찰의 반복되는 질문에도 입을 꾹 다문 채 눈물만 흘리고 있다. 

줄리 아들 체드는 어릴 때부터 알콜중독자 아버지의 상습적인 폭행에 시달려 왔다. 체드는 중학생이 되면서부터 아버지의 폭행에 맞대응하기 시작했다. 그 후 아버지가 체드에게 폭행을 당했다. 그 무렵 체드는 술과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던 모양이다.

체드는 술과 마약에 점점  중독되어 갔지만, 그의 폭력성 때문에 줄리는 아들을 어찌해 볼 수 없었다. 이미 줄리의 남편은 체드의 폭력을 피해 집을 나간 지  오래였다. 그 후론 체드의 폭력이 줄리에게도 행해졌다. 그날도 체드는 술과 마약으로 제정신이 아니었다.  그럴 때면 줄리는 아들의 폭력을 피해 옆집으로 몸을 숨겼다. 

이웃집에 사는 캔은 일찍 아내와 사별하고 혼자서 아이 셋을 키워낸 훌륭한 아빠이다. 간호사였던 캔의 아내는 40이라는 이른 나이에 어린 자녀 셋을 두고 세상을 떠났다. 캔은 혼자서 아이 셋을 키우느라 갖은 고생을 다했지만, 이젠 제법 안정적으로 살고 있다. 캔의 큰아들 아론은 킥복싱 선수이다. 어릴 때 엄마를 잃은 아론은 성장통을 겪을 때 선생님의 도움으로 킥복싱을 하면서 울분과 상처를 달랬다고 한다.
 
아론이 체드를 달래며 겨우 상황이 진정되었다.  이런 일이 몇년째 반복되면서 캔은 줄리를, 아론은 체드를 돌보기 시작했다. 서로의 아픔을 아는 처지라 서로 위로하고 격려하며 지내오다 최근 캔은 줄리와 데이트 중이다.

아론도 체드에게 킥복싱을 가르치며 선수로 키울 생각을 하고 있다. 자신과 같이 성장통를 겪고 있는 체드에게 아론은 쉼터가 되어 준다. 체드를 설득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다.  아직은 힘들고 서툴지만, 줄리는 벼랑 끝에서 어쩔 줄 몰라 하던 자신과 체드에게 설 땅이 되어 준 캔과 그의가족에게 마음을 열어 가족이 될 준비를 하고 있다.

 

2) 요한의 얼굴에 근심이 가득했다. 코로나로 40명이던 직원을 7명으로 줄였는데도 경영난에 허덕였다. 요한은 조그만 기계 부품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정부 지원을 받아 버티고 있었으나, 사업이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아 고민이 많아 보였다. 작은 사업체이긴 해도 워낙 신용이 좋고 제품에 대한 평판이 좋아 제법 잘 운영해 오던 사업이었다. 은행 융자에 SBA 융자를 끌어모아 겨우 버티고 있던 중에 은행 융자 만기가 되어 큰 돈을 갚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코로나 초기에 정부 지원금이 나왔다며 우리 가게에서 팔고 있었던 마스크를 사주며 잘 견뎌 내자고 격려하던 요한의 상황이 안타깝기만 했다.
 
정말 오랜만에 요한의 트럭이 주차장에 들어왔다. 안부를 물으며 요한의 안색을 살폈다. 오랜만에 요한 특유의 유쾌한 인사를 받았다. 그의 안색이 유쾌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요한의 몇몇 유대인 거래처 중에 한 업체 사장은  페니 한 닢까지 챙겨가는 지독한 사람이라고 했다. 어찌나 인색한지 주변에 친구가 없을 정도라고 했다. 그런 그가 요한의 처지를 듣고는 만기 은행 융자금을 선뜻 갚아 주더란다.

요한이 전해 준 유대인 업자의 말이 내 심장을 요동치게 했다. 그는 그 큰 돈을 요한에게 내어 주며, “네가 없으면 나도 없다”면서, 잘 극복해서 질 좋은 제품으로 자기 회사를 계속 도와달라고 하더란다. 

벼랑 끝에서 사업을 정리하려던 요한에게 설 땅이 되어 준 유대인 사업가야말로 진정한 부자요, 돈을 잘 부리는 돈의 마술사인 것 같다.

“땅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라”(사도행전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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