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 1:22-23

 

한인사회에서 교회 이야기를 빼면 화제가 궁해집니다. 셋이 모여 10분 이상 이야기하면 어김없이 교회가 화제에 오르고, 목사, 장로, 집사 이야기가 나오고야 맙니다. 교회가 한인들의 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된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인구 500명에 교회가 하나 꼴이라니 교회생활의 비중을 짐작할 만도 합니다. 기독교의 영향력이 막강해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긍정적으로만 보아 넘길 수 없는 면도 있습니다.

문제는 교회가 화제로 떠오를 때 그 내용의 대부분이 불평과 원망과 비난이라는 사실입니다.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합니다. “신경 쓸 것 없어요. 한국 사람이 본래 칭찬보다 헐뜯기 좋아하는 족속이니까요. 사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백성 아닙니까? 그러려니 하고 모른 체하는 게 상수지요.” 그러나 어쩔 수 없는 족속이니 내버려 두라고 한다면 더욱 실망을 자아내는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어떤 교인은 이런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전도 대상을 만나면 교회 욕부터 하고 목사, 장로, 권사, 집사 등 돌아가며 헐뜯다 보면 어느새 주거니 받거니 얘기가 통하지요. 그때 말머리를 돌려 ‘우리 교회는 달라요. 한 번 와보세요.’ 이렇게 끌고 가는 게 효과가 있더군요.” 

교회에 관한 화제가 부정적이란 현상을 나쁜 민족성으로 돌리는 것은 너무 냉소적인 자기 폄하입니다. 불평과 비난이 전도의 수단이 된다는 말도 억지요 궤변일 뿐입니다. 그렇다고 세속사회의 이유 없는 훼방과 핍박이라고 치부해 버릴 수만도 없습니다. 옛날 예루살렘 초대 교회는 세상의 칭송을 받았는데 왜 오늘의 교회는 비난과 불평의 대상이 되었습니까? 세상의 비평이 다 정당한 것은 아니라 해도 교회된 우리는 겸허히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교회가 무엇입니까? 교회에 건물이 필요하지만 건물 자체가 교회가 아닌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교회에 조직이 있어야겠지만 조직 자체가 교회일 수 없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교회에 사업과 프로그램이 없을 수 없으나 그것들이 교회가 아닌 줄도 알 것입니다. 그러면 교회는 무엇입니까? 우리는 교회가 무엇이라고 믿어 왔습니까? 

교회는 사람의 모임이면서 동시에 신령한 기관이기도 합니다. 교회는 그 기원이 사람에게 있지 않고 하나님께 있습니다. 교회는 사람으로 구성되지만 교회를 세우신 분은 하나님이시란 말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 주신 기관인 것입니다. 하나님은 예수 그리스도의 사심과 죽으심과 부활하심과 임재하심을 통해 교회를 건설하셨습니다. 교회는 인류 가운데 존재하는 그리스도의 신령한 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의 뜻에만 신뢰와 복종을 바쳐야 합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오직  그리스도의 사역만을 위해 헌신 봉사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교회 모습은 어떻습니까? 어떤 교회는 동창회 비슷합니다. 어떤 교회는 성씨 화수회 비슷합니다. 어떤 교회는 지방 향우회 비슷합니다. 주식회사 비슷한 교회, 계모임 비슷한 교회, 친목회 비슷한 교회, 정당 단체 비슷한 교회, 노동조합이나 사회운동 단체 비슷한 교회도 있습니다. 동창회나 도민회나 주식회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이런 것들은 다 신령한 기관이 아니고 단순히 인간적인 기관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오늘과 같은 다원화 사회에서 교회의 스타일도 획일화될 수는 없습니다. 받은 은사에 따라 교회의 형태나 기능도 다양해질 수 있고 또 그래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인간적인 기관 이상의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세우시고 그리스도가 주인이신, 그래서 주님의 뜻의 성취에만 모든 목적, 모든 기능, 모든 자원이 집중되어야 하는 신령한 기관이 교회입니다.

내가 창립자란 생각, 내가 주인이란 생각, 인간적인 목적 달성을 위해 교회를 방편화하려는 생각은 모두 다 잘못입니다. 교회는 하나님이 세우시고 그리스도가 주인이시며 주님의 일을 위해서만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이것이 흐려질 때 교회는 세상의 빈축을 살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소홀해질 때, 교회는 소위 이차적 사교클럽(Secondary Social Club)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을 바로 붙들지 못할 때, 교회는 진짜 동창회나 진짜 주식회사보다도 오히려 못한 존재가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교회의 참 모습을 찾아야 합니다.

사람의 모임이면서 그 기원이 하나님께 있는 신령한 기관으로서의 교회의 참 모습을 찾아야겠습니다. 이것은 교회의 일거수일투족을 머리되신 그리스도에게 철저하게 집중함으로써만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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