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주님을 제대로 바라볼 때, 새 노래와 새 포도주의 새 마음이"

 

요즘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전과는 달리 그분들의 삶의 목적과 방향이 흐릿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이전에는 삶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하고자 하는 내용들이 분명했던 분들이었는데 요즘 달라진 것이다. 어쩌면 지금 우리가 큰 변화의 변곡점에 서 있기 때문인 듯하다. 코로나가 끝나면, 이전과 같아지면, 마스크를 벗게 되면, 사업이 재개되면 등, 임시적이고 잠정적인 표현들이 상당히 용인되고 습관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전 같았으면 지금 당장 해야 한다고, 미루지 말라고, 변명하지 말라고 다그쳤을 상황임에도 현재는 상당 부분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각 교회의 달력은 쉴 틈 없는 행사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고, 대부분의 목회자와 교인들은 그것을 자랑스럽게 여겨왔다. 단기선교를 준비하는 3~4개월의 프로그램, 소그룹 인도자 훈련 및 양성을 위한 매주 모임 및 3~6개월의 특별 훈련, 각종 절기를 위한 특별 찬양 및 행사, 잘 계획된 부흥회 준비, 한 달에도 여러 번 갖는 회의들, 매주일 진행되는 성가대, 찬양단, 소그룹, 각종 예배 및 성경공부 등 열심을 갖고 참여하는 교인들이라면 아플 틈도 없이 빼곡했다.

수십 년간 교회의 다채로운 행사들이 지어낸 리듬에 맞추어 하나님을 위해 춤을 춘다고 생각해 왔던 교인들이 코로나로 인해 그 리듬이 끊기자 무슨 춤을 추어야 할지 당황했고, 익숙하지 않은 새로운 리듬에 맞추어 보았는데 너무 어색했고, 새롭게 배우기에는 너무 어렵고 흥이 나지 않았으며, 기분이 나지 않으니 더 이상 춤추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익숙한 리듬이 다시 나오면 춤을 추겠다고 다짐하며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있다.

이제껏 많은 교인들은 나름대로 미래에 대한 목적과 소망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이를테면 흔들림 없이 하나님과 교회를 열심히 섬길 것이고, 은퇴 후에 더 자주 선교지에 나갈 것이며, 교회의 궂은 일을 은퇴 없이 할 것이며, 주신 물질과 달란트를 사용하여 봉사하며 살겠다고 다짐했다. 온전한 목적은 아니었어도, 다짐대로 잘할 수 있을지 몰랐어도, 적어도 그렇게 말할 때 자신감이 있었고, 열정도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요즘은 그런 확신을 찾기가 힘들다. 저마다 조금 더 두고 봐야 한다거나 그냥 이렇게 살다 가는 거라고 자조한다.

이러한 때에 우리는 믿음의 주이시며 온전케 하시는 예수님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Refocus on Jesus). 그리스도를 통해 하나님의 자녀가 된 우리의 목적은 변하지 않았다. 시대가 변해도, 우리가 익숙하게 해왔던 일들을 할 수 없게 되어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지으신 분이고, 지금도 인도하시는, 선하신 분이다. 하나님은 우리 생명의 근원이시며, 우리같이 악한 자들을 용서하시고, 약한 자들을 세워 주시며, 가난한 우리에게 영원한 생명과 아버지의 영광을 상속해 주셨다. 

이 모든 것을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가능하게 해주셨다. 하나님을 예배하고 섬기는 리듬은 바로 예수님의 아름다움을 집중하여 바라볼 때(focus) 생겨난다. 하나님의 아들이신 예수님께서는 지금도 말씀으로 만물을 붙들고 계시며, 죄를 정결케 해주시며,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서 세상을 공평과 진리로 다스리시며, 하나님의 영광을 우리에게 비추시는, 살아계신 하나님이심을 더 깊이 바라보아야 하겠다.

익숙한 리듬이 없다고 춤추길 멈추려고 하는 우리는 예수님을 다시 바라보아야 하겠다. 우리가 주님을 제대로 바라볼 때, 새 노래와 새 포도주의 새 마음이 우리 안에 생겨난다. 여러 의미 없는 활동들에 매몰되기보다 주님의 사역에 집중하게 되고, 불안보다는 용기와 평안이, 불신과 의심보다는 신뢰가, 혼란과 복잡함보다는 분명함과 단순함이 생겨나고, 고집스럽고 전통적이기보다는 훨씬 더 유연하고 평화로운 관계를 맺게 되고, 부정적이고 외로워하기보다는 기쁨과 평안이 넘치게 된다. 이것이 “나를 믿는 자는 성경에 이름과 같이 그 배에서 생수의 강이 흘러나오리라”(요 7:39)라는 말씀이 주신 약속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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