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베소 2:11-15

허영진 목사

교회는 지상나라와 하늘나라의 사귐의 장이요 시간과 영원의 만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과 인간 사이의 장벽이 무너진 자리에 서있는 그리스도의 몸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모든 장벽을 초월하는 기관입니다. 인종, 계급, 성, 신분 등 모든 차별을 뛰어넘는 공동체입니다.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께서 사람과 사람 사이, 하나님과 사람 사이의 모든 장벽을 제거하셨기 때문입니다.

“전에 멀리 있던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졌느니라 그는 우리의 화평이신지라 둘로 하나를 만드사 원수 된 것 곧 중간에 막힌 담을 자기 육체로 허시고 (...) 십자가로 이 둘을 한 몸으로 하나님과 화목하게 하려 하심이라”(엡 2:13-16).

예수님은 혈연의 장벽을 제거하셨습니다. 예수님이 무리를 가르치고 계실 때 제자들이 주님의 어머니와 누이와 형제들이 찾아왔다고 전했습니다. 그때 주님은 말씀하셨습니다. “누가 내 어머니며 누이며 형제냐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행하는 자가 내 어머니요 누이요 형제다.” 이것은 혈연을 부정하시는 말씀이 아니라, 혈연이 결코 사람 사이를 가로막는 장벽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선언하신 말씀입니다. 

그리스도는 인격 분열의 장벽을 깨뜨리셨습니다.  주님이 거라사 지방에서 군대귀신 들린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는 많은 귀신이 인격을 갈라놓아 사람 구실을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 앞에서 군대귀신은 쫓겨나고 그는 온전한 인격자가 되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이중인격자의 소질이 있습니다. 바울도 “내가 원하는 선은 행치 아니하고 원치 아니하는 악은 행하는도다.”라고 탄식했습니다. 그러나 교회의 머리이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통일된 인격의 소유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는 신분 계급의 장벽도 무너뜨리셨습니다. 그는 무식한 어부들을 제자로 삼으셨습니다. 창기와 세리의 친구라는 별명을 달게 받으셨습니다. 가난한 사람을 찾아 복음을 전하시고, 여인들의 섬김과 어린이들의 찬양을 용납하셨습니다. 

그리스도는 지방색의 장벽도 헐어버리셨습니다. 주님 당시 가장 부도덕한 인간으로 알려졌던 사마리아 출신 사람들을 예수님은 몸소 찾아가시고 그들의 영혼의 가치를 인정하셨습니다. 여섯 번째 남자와 살고 있던 사마리아 여인에게도 영원한 생수를 약속하셨습니다. 

좁은 땅을 바둑판처럼 갈라놓고 신라니 백제니 고구려니 하고 열을 올리는 것이 우리네 한국 사람들입니다. “내 고장 출신 목사님을 모셔야지.” “동향 사람이니 한 표 찍어야지요.” 참 교회라면 지방색의 장벽을 헐어버려야 합니다.

그리스도는 민족과 인종의 장벽도 깨뜨리셨습니다. 그는 로마인 백부장의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그리고 고난과 영광의 십자가를 검은 피부의 아프리카인 구레네 시몬과 나누어 지심으로써 민족과 인종의 장벽을 모두 제거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모든 장벽을 제거하신 주님은 마지막 십자가 형틀 위에서 최악의 장벽인 하나님과 인간 사이를 가로막은 죄와 사망의 장벽과 싸워 끝내 승리를 쟁취하셨습니다. 주님은 “다 이루었다.”고 외치셨습니다. 그러자 성소와 지성소 사이를 가로막았던 휘장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찢어졌습니다. 마침내 하나님이 독생자를 제물로 삼아 인간과의 화해를 자청해 오신 것입니다.

교회는 모든 장벽을 헐어버린 그리스도의 터 위에 세워진 공동체입니다. 교회는 하나님과 사람의 사귐이요 영원과 시간의 만남이요 세상과 천국의 랑데부입니다. 교회 안에는 이 만남에 장애가 되는 어떤 구별, 어떤 장벽도 용납될 수 없습니다. 교회는 모두가 하나임을 보여주고 또 가르치고 그것을 위해 헌신해야 하는 공동체입니다. 사업, 오락, 정치, 가정, 교육, 문화 모든 것이 창조주의 뜻에 하나로 복종함으로써 하나님의 백성 전체가 하나 됨을 선포하고 또 그 성취를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그러므로 교회는 어느 특정 민족이나 문화나 계급의 전유물일 수가 없습니다. 교회는 그 기원과 목적의 본질상 예수 그리스도 한 분에게만 속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회는 오직 한 분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복종할 따름입니다. 목사가 교회의 주인이 되려 하고, 제직이 교회의 주인 되려 할 때 교회는 그리스도를 멸시하는 인간 집단으로 전락하고 맙니다.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모든 장벽을 헐어버린 빈 터 위에 우뚝 서서 인간과 하나님을 연결하고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공동체로, 예수 그리스도에게만 복종할 때 비로소 교회는 지상 나라와 하늘나라의 사귐으로, 시간과 영원의 만남으로 그 본래의 모습을 드러낼 수 있습니다. 이러한 교회야말로 세상의 어떤 기관보다 강하고 지혜 있고 용기 있는 인류의 친구요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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