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나, 간호사·영양사

임산부의 입덧

입덧의 원인을 알아보기 위한 여러 가지 연구
TV 드라마에서 여자가 구역질을 하면 임신했다고 짐작하거나, 입덧하는 임산부에게 “석 달만 참아요. 그러면 괜찮을 테니까” 하는 말을 많이 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여자는 “입덧을 전혀 하지 않아 임신한 줄도 몰랐는데 배가 불러와서 알았어요”라거나 “입덧 같은 것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하는 것을 보면 임신했다고 다 입덧을 하는 것은 아니다.


임신하면 왜 3개월 동안 입덧을 하는지 궁금했는데 임신 초기 3개 월 동안 저혈당이 많이 생긴다는 것을 읽고, 나처럼 저혈당 임산부가 입덧이 심하고 저혈당이 없는 임산부는 입덧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입덧은 저혈당 때문에 오는 것이라고 가정하게 되었다.


나는 임신하지 않았을 때도 혈당이 심하게 떨어지거나 스트레스가 심하면 위산이 많이 나오면서 입덧과 똑같다는 느낌을 여러 번 경험했다. 그래서 입덧은 임신 초기 임산부의 저혈당이 임산부의 스트레스가 되어 위산을 분비하여 위에 나타나는 이상한 증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1960년대부터 발표한 입덧 연구들을 검토해 보니 입덧과 저혈당의 관련성을 임상 연구한 발표는 없었다. 하지만 현재 의사들이 쓰고 있는 입덧의 식이요법이 저혈당 식이요법과 거의 같다는 것과 배뇬 의사의 저서에서 임신 초기 3개월 동안은 아침 공복 저혈당이 생긴다는 것을 보면 입덧이 아침에 생기는 것은 밤에 자면서 떨어진 저혈당 때문에 나온 위산이 속을 미식거리게 하면서 입덧을 시작한다고 생각할 수 있다. 저혈당은 스트레스이므로 아드레날린을 분비하고 아드레날린은 위산을 분비하여 입덧을 오게 한다.


입덧과 hCG라는 호르몬, 여성 호르몬, 헬리코박터균, 위의 연동작용의 관련성을 연구한 발표들이 있었으나 아직도 입덧의 확실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hCG 호르몬은 임신 초기부터 증가하다가 4개월에 최고로 분비되며 입덧 시기와 비슷해서 입덧과 관련이 있는지 알아보는 연구들이 있었다. 그러나 hCG 때문이라면 4개월(16주) 때 가장 심해야 하는데 입덧은 임신 11주에 가장 심하고 그후 13주까지 심하다가 22주에는 90%가 없어진다는 것과, 아기를 낳을 때까지 입덧을 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이 호르몬과 입덧은 상관이 없어 보인다.


입덧을 하는 임산부들에게 헬리코박터균이 더 많았다는 연구가 있었지만 이 균이 있다고 모두 위염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균의 독소, 담배, NSAID 진통제, 스트레스, 유전성이 동시에 있을 때 위염이 오며, 이 균이 있는 사람의 1.7~20%만이 위염이 있었다는 것과 이 균이 많지 않은 미국에서도 70~90%의 임산부가 입덧을 하므로 이 역시 입덧과 상관이 없어 보인다.


여성 호르몬, 피임약을 먹는 여자들은 위의 연동작용이 느리고 구역질이 있다는 보고와, 프로게스테론은 내장 근육과 위를 천천히 움직이게 하기 때문에 혹시 여성 호르몬 증가로 입덧이 오는지 알아보는 연구가 있었다. 위의 움직임이 정상인 임산부는 입덧이 없었고 빠르거나 느린 임산부는 입덧을 하였다. 위가 빨리 움직인 임산부도 입덧을 했으니 프로게스테론이 위의 움직임을 느리게 하여 입덧을 오게 한다는 가정도 맞지 않는 듯하다.


또한 여성 호르몬은 입덧이 있는 임신 초기에는 평상시 월경 전보다 조금 더 분비될 뿐 오히려 임신 말기에 프로게스테론이 초기보다 8~30배나 더 많이 나오므로 프로게스테론 때문이라면 임신 말기에 더 입덧을 해야 하는데 그 반대이니 여성 호르몬의 증가와 입덧 역시 상관이 없어 보인다.


혹시 인슐린의 증가 때문에 입덧이 오는지도 검토해보았다. 인슐린의 분비량은 임신 초기부터 증가하다가 특히 임신 말기에는 항인슐린 호르몬 증가 때문에 임신 전보다 3~4배로 더 분비해야 혈당이 정상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임신 말기에 인슐린이 3~4배나 더 분비된다고 한다.


만일 인슐린 증가 때문에 입덧이 온다면 임신 말기에 입덧을 더 해야 하는데 그 반대이다. 임신 말기에는 인슐린이 많이 나와도 인슐린 저항력 때문에 많은 임산부에게 고혈당이 문제이지 저혈당 문제는 별로 없으므로 입덧이 없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결론적으로 입덧은 인슐린의 양과 상관없이 저혈당이 있으면 입덧이 생긴다는 가정을 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약한 저혈당 임산부는 임신 초기에만 입덧을 하지만 심한 저혈당 임산부는 입덧을 오래 하며 나처럼 임신 말기에 고혈당과 저혈당이 동시에 있는 내당능장애 임산부는 임신 말기에도 저혈당이 있어 입덧을 하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입덧과 저혈당의 관계

임산부에게 임신 초기 3개월은 저혈당이 문제이고 임신 말기 3개월은 당뇨병이 문제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임신 초기에 혈당이 많이 떨어지는 이유는 태와 태아, 임산부의 몸에서 혈당을 많이 쓰고 동시에 인슐린의 분비량과 민감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배뇬 의사는 임신 초기에 특히 아침 공복 혈당이 많이 떨어져서 문제라고 했다. 입덧을 영어로 ‘morning sickness(아침의 병)’라고 부르는 것을 보아도 입덧은 분명히 밤에 자는 동안 일어나는 저혈당 때문에 나온 위산이 위를 상하게 하여 오는 증상이다.


아침 공복 혈당이 낮다는 것은 밤에 자는 동안 혈당이 많이 떨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저혈당은 스트레스이기 때문에 아드레날린을 분비하며 아드레날린은 위산을 분비한다. 자면서 심하게 떨어지는 혈당이 위산을 분비하여 아침에 속이 이상해지는 것이 입덧이다.
배뇬 의사는 혈당을 가장 급히 쓰면서 혈당이 떨어지는 경우는 인슐린 주사, 운동, 임신 초기, 심한 감염이라고 했다. 임신 초기 3개월 임산부의 태는 당의 싱크대라고 불렀다.

배뇬은 싱크대에 물을 부으면 물이 그냥 빠져나가듯이 임산부의 혈당이 태를 통해 태아에게 많이 빠져나가서 임산부에게 저혈당이 생기므로 조금씩 자주 먹으라고 했다.


입덧을 유발하는 위산이 낮보다 밤에 떨어지는 혈당 때문이라고 보는 이유는 밤에 자는 동안 공복시간이 낮보다 훨씬 길어 혈당이 떨어져 있는 시간이 가장 길기 때문이다. 낮에는 깨어있으니까 혈당이 떨어지면 배가 고픈 것을 느껴서 먹게 되는데 밤에는 혈당이 떨어지는 것을 모르고 자기 때문에 혈당이 심하게 오래 떨어지면서 위산이 많이 분비되는 것이다. 또 다른 이유는 평상시에는 밤에 자는 동안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에너지를 조금 쓰는데 임신 초기에는 태, 태아의 성장, 임산부의 몸의 변화가 밤에도 계속 이루어지므로 밤에 소모하는 에너지가 평상시보다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밤에 혈당이 많이 떨어진다.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임산부의 체중이 일주일에 3파운드(1.3kg)씩 늘고 그 후로는 1파운드씩 느는 것이 정상이다. 임신 초기 3개월 동안 임산부의 체중이 그렇게 많이 증가하려면 밤에도 당이 많이 필요하므로 자는 동안 혈당이 많이 떨어진다.


앞으로 입덧과 저혈당의 관련성에 대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저혈당이 입덧의 원인이라는 나의 결론을 뒷받침해 주는 이야기와 자료들을 실어본다.

<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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