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 목사(유니온교회 담임, 미주 성결대 교수)

종려주일부터 부활주일까지를 수난주간이라고 합니다. 아픔주간이라고도 이름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우리들을 구원하시기 위하여 엄청난 아픔을 당하셨다는 뜻입니다.
  하여튼 이곳 로스앤젤리스에서는 종려주일을 지킬 때마다 특별하게 감사할 일이 한 가지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종려나무 가지로 성전과 교회학교를 장식해 놓고 예배를 드릴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번 종려주일에도 우리 교회 뜰에 있는 아주 싱싱한 종려나무 가지를 잘라다가 강단 십자가 앞과 성전 문 안쪽에 세워 놓았습니다. 그래서 회중들이 예배 내내 종려나무를 보게 되었고 끝난 뒤에는 종려나무 아래로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제법 실감나는 예배와 행사를 한 셈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아픔주간의 뜻을 마음 깊이 새기는 것입니다. 종려주일부터 부활주일까지는 7일 동안이지만 이 7일간 예수님께서 실행하신 일들이 바로 기독교 신앙생활의 핵심을 이루고 있습니다. 그런 까닭에 종려주일, 아픔주간, 부활주일은 절대로 대강대강 보내서는 안되겠습니다.
종려주일에는 예수님께서 어린 나귀를 타고 예루살렘에 들어오심으로 만왕의 왕이심을 선언하셨습니다. 열매 없는 무화과나무를 저주하심으로 개인과 교회의 사명을 깨우쳐 주셨습니다. 성전을 청결하게 하심으로 교회를 회복시키셨습니다.
어둠과 빛을 가르듯이 가이사의 것과 하나님의 것을 갈라 놓으셨습니다. 마지막 날에 벌어질 일들과 마지막 시대를 살아가는 자세를 가르치셨습니다. 그것은 곧 사랑대명이었습니다. 자신의 장례준비를 하셨습니다. 성찬예식을 거행하셨고 제자들의 발을 씻기셨습니다. 보혜사 성령을 말씀해 주셨으며 참된 대제사장으로서 제자들과 온 인류를 위하여 기도해 주셨습니다.
찬양을 하시고 겟세마네 동산에서 기도하셨습니다. 체포되신 때부터 십자가 위에서 죽으실 때까지 극악스러운 아픔을 당하셨습니다. 그런데도 시신이 땅 속에 있는 동안 지옥에까지 내려가사 전도하셨습니다. 그리고 부활하셨습니다.
말하자면 우리가 믿는 중요한 신앙 내용이 바로 이 한 주간 동안에 완성된 것입니다. 그것을 위해 예수님은 죽음을 5일 남겨 놓고 이 닷새 동안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들일까를 깊이깊이 생각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6시간 동안 십자가 위에서 행하신 일곱 말씀은 더욱 더 중요합니다. 원수에게 용서와 사랑 선포, 살인강도까지 구원, 육신의 목마름 호소, 영혼의 아픔 절규, 부모에 대한 효성, 사역 완성 선언, 그리고 자신의 영혼 구원을 위한 부르짖음입니다. 새빨간 피로 물든 기도 일곱 마디를 남기신 것입니다.
당신의 인생이 만약 닷새밖에 남지 않았다면 당신은 어떤 일들을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셨나요? 아니, 불과 여섯 시간만 남았다면 무슨 말을 할 것인지 계획해 보셨던가요?
예수 믿는다는 게 무엇이냐고 물으면 그 대답은 여러 가지입니다. 그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죽음 앞에서 순간순간 결정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풀 수 있습니다. “끝날 믿음”이라 이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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