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원 목사(콩코디아 신학교 선교학 박사 과정)

우리는 많은 단어를 사용하여 하나님을 정의한다. 예를 들면, 사랑의 하나님, 의로우신 하나님, 영원하신 하나님, 무소 부재하신 하나님 등이 대표적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지면을 통해 하나님을 수식하는 또 다른 단어인 ‘선교의 하나님(the mission of God, the sending of God)’에 대해 나누고자 한다. 

사실 교회 가운데 ‘선교의 하나님’이라는 개념이 정의되고 이해되기 시작한 것은 역사적으로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34년경 독일의 선교 신학자였던 칼 하르텐스타인(Karl Hartenstein)이 처음으로 ‘Missio Dei’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이 합성어는 라틴어로 ‘보냄(sending)’과 ‘하나님(God)’의 의미를 내포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선교의 하나님(the mission of God) 혹은 ‘보내심의 하나님(the sending of God)’ 정도로 이해될 수 있다. 오늘날 크리스천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는 ‘선교(mission)’라는 말 역시 이 단어에 뿌리를 두고 있다. 그래서 선교사(missionary)를 하나님의 특별한 소명을 받고 하나님으로부터 ‘보냄을 받은 사람’으로 간주한다.

1952년에 독일의 윌링겐(Willingen)에서 국제선교사의회(IMC; International Missionary Council)가 주관하는 콘퍼런스는 선교 역사에 있어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 회의에서 선교 신학자인 조지 비체돔(George Vicedom)은 선교(mission)를 삼위일체라는 신학적 토대 위에서 해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후 선교학계에서는 하나님의 속성을 ‘선교’라는 관점에서 이해하려는 학문적 노력이 일어나게 되었다. 

우리가 하나님의 속성에서 ‘사랑’을 빼놓는다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기독교와 구원받은 성도들의 존재 근원을 뿌리째 뽑아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 분명하다. 하나님의 사랑은 구원받은 성도들의 존재 원인이며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선교’라는 속성을 하나님으로부터 뺀다면 어떨까? 어떤 크리스천들에게는 ‘사랑이 없는 하나님’ 만큼이나 큰 충격이 되지는 않을 수 있다. 그것은 우리에게 있어서 ‘선교’라는 의미가 우리의 삶과 신앙에 가까이 연결되어 있다기보다는 어떤 특수한 목적을 가지고 자신과 다른 언어나 문화에 속한 지역이나 나라로 보냄을 받은 전문 선교사와 연결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선교’는 우리의 삶이나 신앙과 동떨어질 수 없다.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개념은 우리의 작고 좁은 신앙의 시선에서 더 크고 넓은 믿음의 지평선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준다. Missio Dei는 선교의 뿌리 또는 기원이 인간이나 교회의 어떤 선교적 활동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출발하고 있음을 말한다. 선교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본성이자 본질적 속성에 해당한다. 

성경에서 성자 예수님은 자신의 사역과 삶을 증거하시면서 자신이 하나님 아버지로부터 보내심을 받았다고 말씀하신다(요 1:14;16:28). 또한 성령 하나님 역시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으로부터 보내심을 받으셨다고 증거하고 있다(요 14:26; 16:7). 성부 하나님은 성자 예수님을 이 땅 가운데 보내시고,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은 성령 하나님을 이 땅 가운데 보내심으로 선교적 삶과 사역을 감당케 하셨고, 더 나아가 현재와 미래에도 하나님의 교회를 통해 선교적 사역을 행하실 것을 약속하고 계신다(요 20:21). 그러므로 선교(보내심)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속성이다. 그래서 선교학자인 데이비드 보쉬(David J. Bosch)는 자신의 저서 『변화하는 선교』(Transforming Mission)에서 하나님을 선교의 하나님(Missio Dei)으로 정의하고 있다.

삼위일체이신 하나님께서 우리 개개인을 이 세상 가운데로 보내신다. “예수께서 또 이르시되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 아버지께서 나를 보내신 것 같이 나도 너희를 보내노라"(요 20:21). 성삼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부르시고 구원하셨을 뿐만 아니라, 우리를 각자의 삶의 현장 속으로 보내신다. 

요한복음 20장 21절의 말씀은 특수한 선교적 목적을 위해 구별된 소수의 사람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다. 하나님의 보내심은 예수 그리스도를 자기 삶의 유일한 구주요 주인으로 받아들인 모든 크리스천들에게 새롭게 부여된 DNA이며 본질적 속성이다. 선교가 성삼위 하나님의 DNA이며 본질적 속성이듯이 말이다. 결론적으로, 성삼위 하나님은 모든 믿는 자들이 보내심을 받은 자로서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선교적 사명을 감당하며 살아가야 할 것을 말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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